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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M DUNK - 내머리속의 덩크슛

장석원 |2006.08.21 11:54
조회 152 |추천 0

일전에 농구는 몰라도, NBA는 몰라도, 조던은 아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한 바있다.
이번에는 농구는 몰라도, NBA는 몰라도, 조던은 몰라도, 만화는 몰라도 슬럼덩크는
안다고 얘기해야 될 것 같다. 일본 현지에서만 단행본 1억권이 팔린 가히 90년대 최고의
만화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TAKEHIKO INOUE의 슬럼덩크.

슬럼덩크는 신인만화가 이노우에의 초기작품이다.

모두들 '농구만화는 안돼!'라고 반대가 대단했다는데 그는 고교시절 농구선수였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좋아하는 농구를 소재로 장편만화를

그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품의 초반은 농구가 적당히 섞인, 당시 인기있던
'상남2인조'같은 학원폭력물에 더 가까운데 이는 독자들에게 '농구'를 조금씩 주입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다고도 보여진다.

슬럼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는 만화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독특한 히어로이다.
(열혈강호의 한비광이 벤치마킹했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운동신경을 갖고 있지만 농구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데다가 룰도 제대로 모르는 왕초보여서 간단한 플레이조차 하지 못해 헤매고 있는
꼴을 보면 친근하다 못해 동정심까지 생길지경인데 가끔씩 뛰어난 체력과 타고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어마어마한 슈퍼플레이를 자기도 모르게 터뜨려버린다! 그런데 이게 그냥 멋진 플레이

만 멋지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압도해버리는 슈퍼한 플레이를 일순간 보여줘서 모두를

놀라게 해놓고는 자기는 혼자 돌아서선 낄낄거리면서 스스로 과연 천재라며 잘난척을 해대는 것

이다.

 

감히 범접하지 못할 엄청난 플레이어가 되어 독자들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확 안겨주었다가

이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과 별 다를바 없는 우리들의 친구, 강백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여타의 스포츠물의 히어로와는 달리 강백호는 꾸준한 기초 연습을 통해서

차근차근 성장해나간다. 강백호가 가진 최고의 매력은 그의 어마어마한 점프력도 멋진 체격도

아니고 바로 이 친근함이다. 이 친근함을 앞세워서 슬럼덩크는 농구만화라는 낯선소재를 독자들

에게 쉽게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신인 작가인 이노우에는 마치 그 자신이 강백호인듯 슬럼덩크를 그리면서 쉴새없이 변화하고

발전해나가는데, 아직 자기만의 화풍을 완성하지 못한 1권과 마지막권의 그림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다. 얼마전 인터넷에서도 초기, 중기, 후기로 그림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글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슬럼덩크는 중기때의 그림이 가장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이후 극도로 사실화 된 후기의 그림이 사실상 이노우에의 완성된 화풍으로 여겨지는데,

배가본드에는 확실히 더 적절한 그림체이긴 하지만 슬럼덩크엔 좀 더 깔끔하고 명료한

그림이 더 어울린다.

이노우에는 그림체뿐만 아니라 연출력에 있어서도 상당한 발전을 보여주는데,

강백호가 덩크를 내리꽂으면 곧바로 와~하는 게 아니라, 덩크를 내리꽂는 장면을 보여주고는

그 여진으로 골대가 끼익끼익거리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한 호흡을 걸렀다가는 함성으로 가득찬

경기장을 보여주는 식의 세련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작품에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은 뒤부터는

거의 만화책 반권에 가까운 분량을 아무런 대사나 의성어없이 그림만으로 경기장면을 몰아치듯

연출했는데, 만화라는 것 자체가 원래부터 사운드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매체인데도 불구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적막한 긴장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때부터 이노우에는 어느정도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듯 하다.

이외에도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에게 저마다의 스토리를 꼼꼼히 만들어준 이노우에의

애정은 독자들에게도 전이되어 슬럼덩크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은 저마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각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슬럼덩크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요인중 하나인 것 같다. 실제로 많은 여고생들이 강백호와 서태웅, 윤대협, 송태섭, 정대만,

김수겸등의 사이에서 갈등했으니 주인공은 주인공대로 조연은 조연대로 매력이 있어서

사랑받는 근저의 드라마는 좀 늦은 감이 있다고 하겠다.

우리들은 슬럼덩크를 보며 자랐다.
슬럼덩크는 그 시절의 많은 중,고교생에게 농구공을 잡게 했고, 농구코트로 나가게 했다.
강백호가 송태섭에게 처음 훼이크를 배운뒤엔 어김없이 농구장에서 서툴게 훼이크를 넣는

녀석들을 볼 수 있었고, 상양의 센터 신현준이 페이더웨이슛을 (블로킹을 피하기 위해서 뒤로

점프하며 쏘는 슛) 선보였을땐 페이더웨이 슛을 남발하는 녀석들을 코트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왕초보인 주인공과 함께 농구를 배워나가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난 고등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슬럼덩크를 봤고,

주인공인 강백호도 이제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풋내기였다.

이제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나는 어느덧 3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강백호는

아직도 고교1년생, 만화속에선 겨우 한학기만큼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강백호는 아주 오랫만에 만나도
여전히 반가운 고등학교 동창친구들 만큼이나 나에겐 익숙한 존재이다.
어쩌면 나는 그와 학창시절을, 아주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냈던 것이 아닐까?

강백호가 처음 채치수의 머리통에 덩크를 찍었을때, 삼포고의 김용의 머리통에 덩크를

작렬시켰을때 그때 이노우에는 우리들의 머리속에 그보다 더 강력한 덩크를 내리 꽂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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