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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희망의 물살을 가르고 뭍에 오르다!

최용일 |2006.08.21 21:40
조회 73 |추천 0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17·경기고)이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박태환이 21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에서 열린 2006 범태평양 수영대회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15분06초11를 기록, 에릭 벤트(미국·15분07초17)와 마쓰다 다케시(일본·15분8초97)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8일 대회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세계를 놀라게 했던 박태환은 20일에는 자신의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까지 차지한데 이어 21일 다시 금메달을 차지함으로써 2관왕에 오르면서 세계적 스타로 우뚝 섰다. 이 세 번의 은메달과 금메달이  모두 한국선수로는 최초의 정규코스(50m) 세계대회 기록인데다 200m와 400m에서는 자신의 한국기록 갱신이자, 동시에 아시아기록까지 갈아치우는 쾌거여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특히 박태환은 자신의 주종목인 400m에서는 세계수영연맹(FINA) 랭킹 1위인 클레트 켈러(미국)와 3위 피터 반더카이(미국), 10위 마츠다 다케시(일본), 10위 장린(중국)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모두 꺾고 우승함으로써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가능성도 밝혔다.


400m예선과 결선은 그 자체가 드라마기도 했다. 예선에서 3분50초41로 1위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우승을 예고한 박태환은 예선 성적 1-8위가 겨루는 결승(A파이널)에서 4번 시드를 받아 0.74초의 빠른 출발 반응을 보이며 힘차게 물살을 헤치기 시작했지만 200m 지점까지는 1분52초08로 켈러(1분51초45)와 장린(1분52초32)에 뒤져 3위에 그치고 있었다. 박태환은 250m 지점에서 2분20초97로 장린(2분21초22)을 따라잡으며 켈러(2분20초69)를 바짝 뒤쫓았다.


역전 드라마는 350m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선두 켈러(3분18초40)에 0.32초 뒤진 3분18초72에 350m를 턴한 박태환은 마지막 50m에서 아껴놓았던 힘을 분출하며 불쑥 앞서나갔다. 박태환은 결국 2위 장린에 무려 1.35초나 앞선 3분45초72로 터치패드를 건드렸고 박태환의 괴력에 밀린 켈러는 3위로 밀려났다. 한국 수영 사상 첫 정규코스 국제대회 금메달을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한국 수영 선수가 정규코스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박태환이 처음이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 수영의 희망을 여는 박태환의 역영이었다. 범태평양(Pan-Pacific) 수영대회는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 태평양 연안 4개국이 1985년에 창설한 대회로, 처음에는 2년마다 열리다가 1999년부터는 4년 주기 대회로 바뀌었으며, 수영 강자들이 모두 참가하고 있어 올림픽, 세계선수권 다음의 권위있는 대회이며, 올림픽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한국 수영의 경이적 기록을 세운 박태환(19.경기고)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최연소 대표로 발탁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섯 살 때 천식 치료에 좋다는 의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한 박태환은 청운의 꿈을 품고 출전한 아테네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 당해 제대로 레이스도 펼쳐보지 못한 채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같은 해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 2차대회 자유형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며 세계 무대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듬해 2005-2006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월드컵 2차 대회 첫날(11.19), 한국 수영의 ’대들보’ 박태환은 호주 시드니에서 벌어진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3초25의 기록으로 애덤 루카스(3분46초36, 호주)를 멀찌감치 제치고 1위를 차지했는데, 그 전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1차 대회에 이어 자유형 400m 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다음날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14분 44초 87의 기록으로 로버트 마갈리스(미국·14분 47초 55)를 제치고 1위를 했다.


이로써 1, 2차 쇼트트랙 월드컵 1, 2차대회 400m 연속우승과 2차대회 2관왕을 차지함으로써 한국 남자수영 중장거리 자유형의 대표 주자임을 세계 무대에 알렸다. 월드컵 이후 쇼트코스에서 그는 절대강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한국의 대표 '물개'로 자리매김한 박태환이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것은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06 세계쇼트코스선수권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박태환은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연달아 은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고 한국 수영의 희망으로 거듭났다.


이 대회에서 박태환은 세계 수영 스타들이 총출전한 세계쇼트코스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4월에도 박태환은 세계 쇼트코스 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이번 범태평양 대회처럼 잘 꾸며진 또 하나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었다. 그는 초반부터 힘차게 물살을 갈랐지만 350m까지 3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사상 첫 메달을 확신한 박태환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50m를 남기고 이탈리아의 로솔리노를 추월하며 메달의 색깔을 바꿔버렸다. 400m 최강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르릴루코프에 이어 3분 40초 43으로 2위, 세계 10위권 내의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쇼트코스 수영선수권대회에서 우리 선수로는 처음 은메달을 차지했으며, 세계 랭킹 10위 내의 쟁쟁한 선수들과 겨뤄 따낸 은메달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수준의 선수로 도약했다는 기대와 평을 얻기도 했지만 뭔가 1%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정규 코스인 50m가 아닌 25m 쇼트코스에서 거둔 성적이라 의미가 다소 바랬던 것이다.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의 잇단 쾌거와 다양한 수상 경력에도 불구하고, 25m짜리 쇼트코스에서만 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태환에 대해 한국 수영계도 세계 수준급 정규코스(50m) 대회에서의 수상 경력이 없다며 찜찜해 했고, 성과에 비해 그다지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는 '턴(turn)' 호흡이 긴 정규코스 대회만 치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태환은 비록 쇼트코스지만 세계선수권 대회의 은메달로 자신의 기량이 정규코스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이번 범태평양 대회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함으로써 오는 12월 열리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뿐만 아니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의 메달 가능성을 밝게 했다.


그러던 차에 정규 코스에서 열린 이번 범태평양 대회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특히 이번 범태평양대회는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중국 등 수영 강국의 정상급 스타가 모두 참가했기에 의미가 훨씬 각별하다. 박태환의 급성장으로 우리 수영은 그동안 불모지의 설움을 떨쳐내고, 12월 카타르 아시안게임과 내년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 대회, 그리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이제 그에 대한 기대는 인플레 현상까지 타기 시작해서 과연 세계 1인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화두로 제시된다.


올해 세계수영연맹(FINA) 랭킹 100위 안에 들어있는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시피한 박태환은 아직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절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박태환이 세계 최고를 노릴 수 있는 종목은 세계쇼트코스 선수권 대회와 범태평양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자유형 400m와 1,500m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유형 400m의 세계 신기록은 호주의 수영 영웅 이안 소프가 200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세운 3분40초08로  박태환이 이번 대회에서 세운 아시아신기록 3분45초72보다 5초 이상 빠르다.

 

 

전혀 불가능해보이지만 관건은 돌핀킥의 (Dolphin Kick)'의 완성 여부다. 돌핀킥은 양발을 움츠려 위.아래로 물을 차며 전진하는 동작으로 접영의 영법 가운데 하나다. 정상급 선수들은 자유형 및 배영, 평영을 할 때도 턴 직후 물에서 떠오를 때 추진력을 얻기 위해 돌핀킥을 구사하고 있다. 우원기 대한수영연맹 코치는 "돌핀킥만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으면 한 번 턴 할 때마다 0.5초씩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렇게 보면 정규코스 수영장에서는 400m에서 7번의 턴을 하게 되는데 총 3.5초를 앞당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돌핀킥 기술을 100% 완성하면 1,500m도 가능성이 있다. 1,500m 세계신기록은 그랜트 해켓(호주)이 2001년에 수립한 14분34초56. 박태환의 기록은 지난해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 작성한 15분00초32로 25초 가량 뒤져 있다. 총 29번의 턴을 하는 1,500m에서 0.5초씩 기록을 단축한다면 총 14.5초를 줄일 수 있다.

 


돌핀킥 완성으로도 아직 세계 최고 기록에 근접하기는 어렵지만 우 코치는 부력과 유연성 등 '물 감각'을 타고난데다 지구력까지 겸비한 박태환이라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체력이다. 아직 기술이나 경험 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박태환은 앞으로 체력만 좀 더 보강한다면 중.장거리 세계 정상도 노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안 소프는 키 195㎝에 몸무게 95㎏ 가량으로 수영 선수로는 완벽에 가까운 체격 조건을 지니고 있다. 키 181㎝에 몸무게 76㎏인 박태환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계속 키가 크고 있는 데다 왕성한 식욕에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하며 체력을 키우고 있어 희망적이다. 박태환도 이날 범태평양 대회 2관왕에 오른 직후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을 기르는 것"이라며 "잘 먹고 잘 쉬면서 열심히 훈련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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