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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빛나는

김회미 |2006.08.23 02:06
조회 31 |추천 0
에쿠니가오리의 소설이다. 2주 전쯤에 P의 권유로 도서관 앉은자리에서 직독해버렸던 책이다. (대충 책을 훑어보니 1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행간도 넓고 뭔가 얇은듯한 양장판) 며칠전에 언뜻, 30분 정도 봤었던 일본드라마 '러브코션트'와도 살짝 비슷하다고 느꼈다.

  알콜 중독자 쇼코는 내과 의사인 무츠키와 결혼한다. 무난해보이는 설정이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특이한 사항이 있다. 남편인 무츠키의 남자애인 곤의 존재설정이다. 평소에 동성애에 대해서 별로 거리낌 갖고있던 편이 아니라 별다르지 않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처음에 이해가지 않았던 것은 쇼코와 무츠키가 왜 결혼했냐는 것이다. 때때로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게 될 때면 물건을 마구 던지거나 마구 울어버리곤 하고, 곤이 부부에게 선물해준 나무에 홍차를 주면 나무가 좋아하는 것 같다고 반가워하며 매일 홍차를 화분에 쪼르륵 따르는 일을 거르지 않는 쇼코와, 게이라서 여자에게 이성으로서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아내인 쇼코를 절대 안지 않고 대학원생때부터 사귀어온 애인 곤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채인 무츠키가 왜 결혼을 했냐는 것이다. 내 머리가 단순하게 결론적으로 내린 것은 사회적으로 터치당하지 않으려면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고, 쇼코의 부모님에게까지 무츠키가 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그들은 불안해하면서도, 휘청거리면서도 자리를 지켰다.(무츠키의 부모는 원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쇼코에게 미안해하는 듯한 기색을 자주 보인다. 특히 시아버지께서) 다행히도 쇼코는 곤을 상당히 좋아했고, 그들 셋은 특이하고도 반짝반짝 빛나는 그들만의 사랑을 유지해나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별처럼 무수히 많은 서로의 갈등을 가슴으로 껴안고서 서로를 받아들였던 그들의 단조로우면서도 평화로운 생활이 좋았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결혼생활도 싫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무츠키는 결혼하기 전에 쇼코가 애인이 생겨도 좋다는 말을 했고(당연한 거지만) 의사인 무츠키는 중산층의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수입이 있다. 그런 삶이 부럽다. 서로를 얽매이지 않고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 마음에 들었던 부분. 무츠키가 쇼코에게 곤과의 이야기를 곧잘 해주는데(쇼코는 말해달라고 졸라놓고서 얘기하고 난 후면 곧잘 히스테리를 부린다.) 그 중 하나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무츠키가 대학원생이고 곤이 고등학생일 때, (원래 둘은 이웃에 살았다.)곤은 밤마다 2층인 무츠키의 방에 창문을 타고 들어와서는 조용히 그림을 그렸다. 그것은 별난 것이 아니라 별이 흐트러져있는 조용한 밤하늘이었는데, 일주일 정도를 그렇게 밤에 들락날락거린 뒤 그림을 완성되었다. 별 관심없어하던 무츠키가 다 완성된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느꼈단다. 러브레터구나- 고백이구나- 하고서. 나같이 무딘 사람은 고백을 해도 그런 식으로 해버리면 모르고 넘어갔을게 분명하다. 그런 식으로, 마음속으로 편지를 쓰고선 그림으로 형상화시킨 곤이나 그것을 알아채고 마음을 읽은 무츠키나... 이성애자고 동성애자고 양성애자고 간에 둘 다 연애에 있어서는 멋진 사람임에 틀림없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그 대상이 누구이든 자기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진짜 사랑을 하는 사람은 멋있어보이기 마련이다. 책을 읽었던 그 순간도, 글을 쓰느라 조금씩 기억을 떠올려보고 있는 지금도 그들이 부러운 건 여전하다.

 

 

  여튼 이런 -_-이야기의 소설이었다. 2주 전이라 자세한 대사 따윈 기억이 나진 않지만 갑자기 쓰고 싶었다. P가 추천해줄 때도 망설였던 것이 게이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소설인데 뭐 어때서. 그리고 실제라도 뭐 어때. 세상에는 여러부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이고 다만 그 사람들은 소수 쪽에 서 있을 뿐인 것이다. 성격으로 부류를 나눠보자면 나는 돌연변이일 지도 모른다. 나같이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 또 있을까.

 

 

 

" 은사자 얘기 아세요?
  몇십년에 한번씩 전세계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흰사자가 태어난답니다.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한 사자인 모양인데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터라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 한다는 군요..
  쇼코는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

-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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