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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시작은 개미다

이현주 |2006.08.25 22:05
조회 13 |추천 0


절망의 시작은 개미다!

동정심도 없이 파고 들어 부지런히 제 집을 지어댄다

사방에 돋아나는 두드러기,

썩어가는 개미들의 산송장인데

진물 나도록 긁어대도 좀처럼 깨어나질 못한다

제 어미 시체 밟고 일하러 나선 지독한 우울쟁이

독한 훈련에 군사 못지 않다

 

지푸라기로 쌓던 무더기, 돌들이 섞여 들어가니

손톱으로는 후벼팔 수 없는 기세등등한 성벽

거대한 개미성을 엮어낸 모자이크 거인들

절망의 힘은 개미다!

파괴되어가는 본능에 숙주는 맥을 못추고

핏줄을 내어주며 숨통을 쳐박힌다

통곡의 강을 건너 혼이 달아나게 길이 드러난다

절뚝이다 끊어진 한숨, 마비된 산송장인데

해의 파편을 접어 제 소매에 감췄다

 

하늘을 품은 나비, 거미줄 따라 성벽으로 숨어드니

날개짓에 번져가는 균열, 스물 다섯 시간

뇌를 쥐어 짜다 프로메테우스의 관용에

거꾸로 된 창을 거머쥐어본다

불을 놓아라 세차게 번질 불을 지펴라

화형당한 성스러운 군대, 검은 반점 하나가 자리를 지킨다

손톱으로 건드리니 신랄하게 짓이겨진다

숙주를 점령하지 못한 한계의 제왕

절망의 끝은 개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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