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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 죽을 것만 같아서, 호출하는 친구의 제안에 퍼

유보경 |2006.08.26 22:28
조회 20 |추천 0

쓸쓸해 죽을 것만 같아서, 호출하는 친구의 제안에 퍼뜩 OK하고 말았다. 비가 와서 가게 앞의 차양 아래서 비를 피하는데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가 지나갔다. 친구는 그가 자신을 의식한다며 즐거워 했다. 좋은 때를 보내고 있는 친구 덕에 조금 행복해 졌다. 하지만 역시...

 

나는 냉정해지고 싶다. 어리석고 어려 보이나? 그럴 수 밖에, 난 아직 애니까. 어리고 어리고 어리석단 말이다. 날 대단찮게 보는 것도 고깝지만, 날 대단하게 보는 건 기분 나쁘다. 나를 알지 못하면서 평가하지 마...라는 얘기는 역시 식상할 듯.

 

...하지만 역시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가장 친한 친구도 남이고, 가족도 타인이고, 섹스 상대도 남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남이기에 나와 교류할 수 있다고. 나는 나와 다른 사람을 원한다. 좀 더 넓은 인간 관계를...

 

아니, 도저히 이런 사탕 발림 비슷한 유치한 말은 못 하고 있겠군. 솔직히 인간 관계 다 필요 없다. 인간을 사귀는 것은 조금 마음에 들어서, 아니면 이용할 가치가 있으니까. 이 사람과 있으면 조금 즐거우니까, 조금 멋져 보일지도 모르니까, 배울 수 있는 게 있으니까. 진정한 친구는 손해 보는 역할을 떠맡는 거라고 Y양이 말했었나. 하지만 난 그리 생각지 않는다. 친구는 힘의 역학 관계 속에서 우연히 만난 딱 좋은 상대일 뿐이다. 같이 있으면 즐겁지만 같이 있지 않아도 목이 메이도록 찾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목표를 이룰 때까지 나를 위로해 줄 상대가 필요한 것일 뿐인 것이다. 그래, 그런 거다. 마음을 나눈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는 작작해라. 인간은 기본적으로 개인 주의다. 한국의 공동체 문화 역시 이해 관계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가? 서로의 인력은 오히려 돈보다도 더 귀한 자본이다. 결국 인간은 혼자 살아도 된다는 말이지. 무인도나 괭도에 혼자 남은 사람이 사흘도 못 버티고 미쳐 버리는 것은 평소 자신을 둘러 싸고, 시끄럽게 굴고, 말을 걸던 것들이 사라져서 느끼는 공허감을 못 느끼는 것일 뿐이다. 물론 그런 인간 관계 속에서 우리는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겠지만, 여튼 부모나 친구 없이 방치된 미혼모의 아이들도 잘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일단 목숨은 연명하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삶은 그것보다 더 "인간 다운"이라고 불리는 삶이지만, 꼭 인간 관계를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역설적이게도 외로움을 많이 탄다. 나는 지금도 외롭다. 죽을 것만 같이...나는 완벽해지고 싶다. 모두가 우러러 보도록, 그래, 모두가 나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지만 나는 외롭다. 외로워서 죽어버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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