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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랑에게★

윤언혜 |2006.08.28 16:52
조회 34 |추천 3


 

그녀는 뭐든 싫증을 잘 냈습니다. 호기심이 많아 뭐든 잘 시작하고, 시작하면 처음엔 완전히 빠져 지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 시들해졌어요. 테니스도, 요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배운 DIY가구 만들기도 그랬습니다.   "왜 그렇게 끈기가 없어? 넌 그게 문제야"   "왜 힘들게 끈기를 갖고 해야 돼?  새로운 걸 시작하면 되는데"   이런 게..그녀의 사고방식이었습니다.   그녀는..참고, 기다리고, 고민하는 걸 싫어했어요.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일단 먼저 저지르고 나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그녀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도 그런 방법으로 다가왔던 거겠죠.   "너, 여자 친구 있어? 있어도 나랑 사귀자"   참고, 기다리고..삭히고.. 그런 거에 익숙해있던 저에게, 그녀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혁명처럼 느껴졌어요. 그녀가...   처음 그녀는 제게 집중했습니다. 자기 학교보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 오는 날이 더 많았어요. 그래서 저마저도 그녀가 마치 우리 학교 학생 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우리가 자주 가던 학교 앞 분식점 알바생은 그녀와 제가 C.C인줄 알고 있었어요.   "C.C라서 좋겠어요.  전 남자친구가 지방에 있는 학교를 다녀서, 잘 못 보는데.  라면도 같이 먹고.. 오늘도 계란 빼고 드려요?"   이렇게 세상 어디보다 제 옆에 있는 걸 좋아했던 그녀가, 처음 제게 왔던 방식 그대로..그렇게 떠나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사진전시회를 보러 갔던 날이었어요. 불안한 신호음과 함께 그녀에게서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이젠 널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난 노력 같은 건 하지 않는다는 거 알지?  헤어지자..너도 노력하지마]   순간, 친구 녀석에게 제 눈물을 들켜 버릴까봐, 약속이 생겼다는 핑계를 대고 전시회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예감하고 있었어요. 싫증 잘 내는 그녀에게, 전 더 이상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재미없는 남자가 되어버렸다는 걸요.   그녀와 자주 오던 분식점에 왔습니다.   "라면 하나 주세요. 오늘은 계란..넣어..아니 넣지 말구요"   그녀는 라면에 계란 풀어먹는 걸 싫어했어요. 이젠 제 방식대로 계란 넣은 라면을 먹을 수 있는데, 전 아직 그녀에게서 벗어날 준비가 끝나지 않았나 봅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헤어졌다는 사실을 이젠 그만 인정하라고, 부둥켜안고 있으면 있을수록 심장만 조여 온다고..

 


- SBS Power FM 정지영의 스위트뮤직박스 '사랑이 사랑에게' -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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