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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2030, 제발 2~30대의 미래까지 팔아먹지 말았으면 하네요.

최용일 |2006.08.30 15:58
조회 49 |추천 0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저성장 등의 문제를 해결해 2010년대에는 선진국에 진입하고 2020년대에는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한다? 정부가 30일 오전 제시한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 한국'이라는 중장기비전 보고서의 내용이다.


민관 합동으로 만들어진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사회.경제 제도에 대한 혁신을 2010년까지 마무리한 뒤 지속적인 성장과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2010년대에는 선진국에 진입하고 2020년대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성숙한 세계 일류국가가 된다. 또 2030년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달러,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은 각각 10위로  올라간다.


이러한 장밋빛 미래에 비해 국민부담은 지나치게 가벼운 것이 또한 매력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부족재원 1천100조원은 경상가격 기준이기 때문에 물가상승 등을 감안한 현재가치는 400조원이고, 연평균으로는 16조원이므로 1인당 33만원 정도의 증세부담이 요구되고, 군입대.취학연령의 하향조정을 통한 인력확보 방안 마련 및 방과후 활동강화를 통한 사교육 흡수대책 수립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최초의 국가 장기 종합 전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05년 6월부터 60여명의 민간작업단을 구성해 설문조사, 시민단체 간담회 등을 거쳐 1년여만에 결실을 맺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마치 옥동자라도 낳은 양 자부심이 대단하다. 왜 '비전 2030'이 필요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돌아온 답도 역시 간단했다. '더 늦기 전에'다. "한 세대 앞을 내다보는 장기 종합적 대책 수립과 체계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게 비전 수립의 이유라는 것이다.


자부심이 대단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금 당장 하지 않을 이유도 찾기 어렵다. 돌아오는 혜택은 무한해 보이는데 들어가는 희생과 비용은 바람직한 노력이외에는 거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고 있다. 사소한 문제같지만 최초의 국가 장기종합전략이 아닌 것이다.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 애쓰지 말고 차라리 눈을 감으면 될 텐데...역사는 반복된다. 그것도 주기적으로,.데자뷰(기시감)처럼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 반복된다 했더니 1997년 김영삼 정권, 2002년 김대중 정권에 이어 2006년 노무현 정권도 어김없이 '비전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역사를 무시하고 내가 최초라든가 내 것만이 전략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이라는 과신과 허영이 실패의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1997년 6월20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열린 시장경제로 가기 위한 21개 국가 과제'라는 21세기를 맞이하기 위해 21개 과제를 정리한 일종의 장기 국가 계획을 제시하고 부처별로 주관연구기관을 선정, 과제별 토론회를 거쳐 공론화 작업이 진행됐다.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부처장관들이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는 진풍경도 연출됐지만 당장 눈앞에 다가온 외환위기의 징후도 감지하지 못한 채 21세기 타령만 한 셈이 되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지난 2002년 2월 발렌타인 데이, 재정경제부는 대한민국이 10년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총망라된 '2011 비전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재경부 주도 아래 16개분야의 경제전문가 290여명과 정부 각 부처 공무원이 10개월에 걸쳐 공동으로 작성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기에 관심은 더 했다. 담긴 내용도 △고교 평준화 폐지 △재벌 규제 근원적 전환 △인구억제중심의 수도권 정책 포기 △경자유전 원칙 폐기 △영어 공용어화 적극 추진 등 매우 센세이션했지만 '비전 2011'은 그뒤 조용히 사라졌고 이제는 공무원들의 책상에서조차 발견하기 쉽지 않은 희귀한 '고전'이 됐다.


2006년 8월 30일. 이번에는 비전 '2030'이다. 그렇게 앞의 두 정권이나 현정권이나 똑같은 모습으로 정권말만 되면 단골메뉴처럼 '비전 타령'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점이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만이 유일하게 긍정적(?)이다. 특히 2002년의 상황은 지금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2002년 당시 재경부 기자실에서 ‘비전 2011’이 발표됐을 때 1997년 YS정권의 실패를 의식한 기자들이 '임기말 내놓는 장기 정책보고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지적하자 '이번만은 다르다'고 강조했던 이가 현 정부의 경제부총리이며, 그 '비전 2011'을 책임졌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원장이 현 집권 여당의 정책위의장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그런 작자들이 이번이 최초의 국가적 장기비전이라고 하다니 해도 너무 한 것이 아닌가. 


한편에서는 발표를 두고 여당이 반발하는 등 삐거덕거리는 모양새도 연출됐다. 증세로 비칠 우려를 의식한 정치권의 행동으로 보인다. 그렇게 거창하고 세계사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국가경영전략에 투자비용이 그처럼 적게 든다면 노벨 경제학상이 백 개라도 모자랄 것이다. 물론 그런 예가 2차대전후 일본에서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방위비에 전혀 부담이 없이 한국전과 월남전 특수를 한껏 누리며 성공한 것이다. 당연히 현재 한국의 상황과는 다르며 또 다른 그처럼 성공적인 사례는 찾기 어렵다.


비용분석이 잘못됐다면 수익분석도 잘못된 것이고 투자는 곧 파산을 의미한다는 것 경제학이나 경영학 원론만 본 사람이면 다 알 것이다. 그럼에도 왜? 성과물을 내 정치적 평가를 받고 싶은 게 1차적이다. 통상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대략 국정을 파악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미래를 대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심을 내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기보다 '순수하지만 과도한 욕심'이라는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미래를 얘기했음에도 미래에 전혀 다뤄지지 않는 '아이러니'가 숙명처럼 되풀이된다. '비전 2030'의 미래도 '비전 2011'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은 이유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순수하게 볼 수 있을까? 레임덕에 몰려 제 앞 가름도 못하는 정권이, 자고 나면 청문회감인 정권들이 나서서 이런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특히 현 정권이 앞서 두 정권에 비해 얼마나 많은 말장난을 했던가? 이른바 盧語식 사전이라는 게 만들어질 정도로 화법이 다르고 표현법도 다른데 정치적 의도없이 순수하게 그런 거대한 역사를 시작하려 했다고 믿기 더욱 어렵다. 단순히 청문회 대비용으로 뭔가 나도 거대한 국가적인 성과를 위해 준비는 했다는 말을 들으려는 것인지, 이 비전을 위해 내가 지지하는 후임자를 뽑아주고 현 집권당을 계속 지지해달라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후자라면 대선공약도 아닌 것을 대선공약처럼 슬쩍 유포시키는 꼴이다. 그래서 내 후임자가, 내가 속한 집권당이 장기집권을 하게 되면 저 대역사에 소요될 막대한 세금수익의 상당부분을 내게도 상납 내지는 떡고물이라도 준다면 노후에 대비할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비전 2030' 책자를 챙겨 놓을 필요가 있다. 다음 정부에서 또 '비전 타령'을 하면서 우리가 처음이라고 주장할 지도 모르고 현 집권자가 나는 이렇게 장밋빛 계획을 세워 국가에 헌신했는데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할 때 조목조목 따져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과거도 팔아 먹었고, 현재도 담보했으면 됐지, 미래까지 팔아먹으려 하지 말았으면 하는 소원이 있는데 들어 주려나...역사는 반복된다. 그것도 더러운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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