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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것이 아니라 강인한 것이다.

이충호 |2006.08.31 04:48
조회 26 |추천 0


세상에서 가장 빠른 육상동물 치타.

어느 방송 프로그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치타가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영양인지 사슴인지 하는 동물을 사냥하는 치타의 눈에는 잔인함이나 맹수의 사나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도 밝은 눈빛을 하고 사냥감을 쳐다보고 있었다.

먹이를 향한 순수한 본능에서 나오는 그 눈빛...

만일 그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면 아마 나는 공포를 느끼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치타가 가장 빠른 동물이기 때문도 있지만 치타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생명력이 넘친다는 말이 미처 머릿 속에 떠오르기도 전에 가슴에서 벅차오르는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맹수들은 정말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이를 사냥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냥에 성공하지 못하면 자신이 굶어죽기에 그렇게 필사적으로 달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처절한 것은 먹이를 잡은 후에 시작된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먹이는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치타의 강한 턱에 꼼짝못하고 죽음을 기다려야한다.

하지만 치타 또한 먹이의 죽음을 기다려야하는건 마찬가지이다.

맹렬하게 뛴 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코로는 먹이의 피냄새를 맡으며 입으로는 동맥의 꿈틀거림을 느끼고 귀로는 자기가 잡은 동물의 최후의 숨소리를 들어야하는 것이다.

가까이서 소리를 들려주었었는데 아직도 그 소리들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이 잡은 동물의 최후를 온몸으로 느끼고 먹이를 먹지만...

격하게 달리고 난 후라 힘이 없어서 얼마 먹지도 못하고 하이에나나 사자같은 동물에게 빼앗기고 만다.

만일 먹이가 도망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과다출혈과 식도와 기도가 뜯겨서 얼마 못가 죽어서 다시 하이에나나 대머리 독수리 같은 동물들에게 먹이가 되고 만다.

잔인하고 비열하고 섬뜩하고 불쌍하고...

이 모든 일들이 잔인하지만 그건 단순히 인간의 눈으로 보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잔인한 것이 아니라 강인한 것이다.

강인한 생명들이 부딪히며 살아가는 모습 중에 하나다.

단지 우리가 사는 인간세상만이 잔인할 뿐이다.

왜냐구?

배고프지 않아도 사냥하는 동물들이 모여있으니까...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잔인하다고 해도 나는 끝까지 이 잔인한 세상속에서 강인하게 버텨나갈 것이다.

정말 강해져서 모두를 보호할 수 있을 때까지.

가능할까?

글쎄... 그건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않을까?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할 것은 배고픈 자에게 순순히 먹이가 될 수 있는 마음이다.

주어도 주어도 남아있는 오병이어 같이 강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너무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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