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그러나 우리 시각으로 이날 아침 6시 50분 <조선일보> 김동진 도쿄지국장과 한 전화 인터뷰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김동진이 "명예의 승전을 무어라고 축하해야 좋을지 모르겠소. 얼마나 기쁘오?"라고 말하자 손기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손기정은 이 전화 인터뷰 내내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참지 못해 계속 떠듬떠듬 이야기했다.
(......) 남형과 내가 이긴 것은 다행이요. 기쁘기도 기쁘나 실상은 웬일인지 이기고 나니 가슴에 북받쳐 오르며 울음만이 나옵니다. 남형도 역시 나와 같은 모양입니다. (......) 우승했다고 반겨하는 축하하는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눈물만 앞섭니다.
손기정은 왜 그렇게 슬펐을까? '웬일인지 울고만 싶'은 것이 감정을 숨겨야 했던 조선인들의 심경이기도 했다.
.
.
.
.
.
시인 심훈도 그랬다. 그는 새벽에 배달된 호외를 보고 울컥하는 심경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만년필을 찾았다. 그리고는 호외 뒷장에다 줄줄 써내려갔다.
오오, 조선의 남아여!
그대들의 첩보를 전하는 호외 뒷장에
붓을 달리는 이 손은 형용 못할 감격에 떨린다!
이역의 하늘 아래서, 그대들의 심장 속에서 용솟음치던 피가
이천삼백만의 한 사람인 내 혈관에도 달리기 때문이다.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
깊은 밤 승전의 방울 소리에 터질 듯 찢어질 듯.
우울한 어둠 속에 짓눌렸던 고토故土의 하늘도
올림픽의 성화를 켜 든 것처럼 화닥닥 밝으려 하는구나!
오늘밤 그대들은 꿈속에서 조국의 승전을 전하고자
마라톤 험한 길을 달리다가 절명한 아테네의 병사를 만나보리라.
그보다도 더 용감하였던 선조들의 정령이 가편하였음에
두 용사 서로 껴안고 느껴느껴 울었으리라.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어잡고
전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 부를테냐??'
- 끝나지 않는 신드롬 中 -
written by 천정환
---------------------------------------------------
인터뷰 내용중의 남형이라 칭한 사람은 손기정과 함께 출전한 남승룡을 말한다. 그는 손기정과 함께 3위에 입상했다.
손기정의 왼쪽에서 나란히 뛰고 있는 선수는 영국의 하퍼 선수이다.
사진속에 시상대에 오른 손기정과 남승룡이 보인다. 손기정은 머리엔 승자의 월계관을 쓰고 가슴 한가운데 선명한 일장기를 올리브 나무로 가리고 섰다.
첨부파일 : msh1309_8(1128)_0300x0381.sw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