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과부와 뒷집 홀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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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칠아빠의 경우에서 보듯이 시장통에 모여 장사하는 사람들 중에 성한 인생이 한 명도 없습니다. 서민층도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 아닐까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세상에는 분명히 있고, 또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따로 노는 경우도 흔하거든요. 그렇기에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용서하고, 때로는 모른 척 지나치는 행동이 서민을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덕목입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식사까지 다 마치자 사람들은 노래방으로 몰려갔습니다. 큰 홀이 몇 개 있었는데, 시장의 윗골목 사람들이 한 방을, 아랫골목의 사람들이 한 방, 또 다른 통로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한 방, 이렇게 끼리끼리 모여서 노래판을 벌렸습니다. 개비아범과 복실엄마는 한 무더기에 묻혀 같은 방에 들어갔어요.
대충 부부들이 참석한 자리였는데, 시장통 아줌마들이 신났어요. 술도 얼큰히 올랐겠다,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겠다, 노래방 기계도 팡팡 돌아가겠다, 수다쟁이 땡칠엄마가 먼저 마이크를 탁 잡았습니다. 엉덩이를 왼쪽 오른쪽으로 싹싹 흔들더니 앗싸, 하면서 번호를 누르니깐 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곡이 경쾌한 리듬으로 흘러나왔습니다.
“님 계신 밤에 씨 뿌렸네~~”
선창을 하자 삥 둘러앉았던 아줌마들이 일제히 입을 모으더니 그 다음 가사를 변형시켜서 합창합니다.
“사랑의 물로 요를 적셨네~~”
에이그, 하면서 동석했던 남편들이 입맛을 쩍쩍 다셨습니다. 엉덩이 팍팍 흔들어대며 손가락을 하늘로 팍팍 찔러대는 마누라를 무슨 괴물딴지 바라보듯 하는 땡칠아빠의 지긋한 눈길입니다. 그 다음에는 거칠기로 소문난 채소장사 정은엄마가 벌떡 일어나서 마이크를 잡았어요.
“우아~ 우우우, 앗싸”하고 일단 소리부터 지르더니,
“마음 약해서 잡지 못했네, 떠나가는 그 새끼~”
그러자 또 아줌마들이 일제히 짜라짜라 짜짜짜짜 하고 합창합니다.
정은아빠가 눈썹을 찡긋하더니 또 입맛을 다십니다. 살판 난 아줌마들의 기세에 눌려서 남편들이 기를 못 썼어요.
땡칠아빠는 겨우 추풍령고개라는 노래를 처량하게 불렀어요. 정은아빠는 폼을 잡고 아파트라는 노래를 불렀지만 아줌마들이 마구 흔드는 엉덩이에 비하면 재미없었어요.
속옷가게 하는 야들야들한 초롱엄마가 마이크를 잡았는데, 남자들이 보기에는 완전 개판입니다.
“초롱엄마 신곡 불러 봐. 전에 불렀던 거.”
“아- 그 섹시한 노래 말이지? 채연의 둘이서...... 오케잇”
초롱엄마는 별안간 엉덩이를 옆으로 삐쭉 내밀더니 다리를 슬쩍 벌리며 폼을 잡았어요. 신나는 반주가 흘러나왔습니다.
“나 나나나 난난나나나....... 거침없는 너의 사랑 너와나 단 둘이서, 아하~ 으흥~”
허리를 비비 꼽니다. 완전히 맛이 간 표정으로 입을 헤 벌립니다. 손바닥을 가슴부터 슬금슬금 쓸어내리며 아랫배를 거쳐 살짝 벌린 허벅지까지 더듬습니다.
“나 나나나 난난나나나나, 좀 더 멋지게 다가와, 가슴이 뜨거운 사랑~”
초롱아빠는 완전 죽을상입니다. 언제 저런 노래를 배우고 또 언제 저런 폼을 배웠는지 도대체 알 수 없었어요.
“에휴, 마누라라곤......쯧, 속옷은 안 팔고 맨날 테레비만 뚫어져라 봤군.”
드디어 개비아범이 노래 부를 차례가 왔어요.
“아휴, 홀아비 혼자 노래시키면 좀 적적하잖아. 여기 과부 없어?”
땡칠엄마의 수다에 까르르 모두 웃더니 구석에 있던 청국장가게 아줌마가 벌떡 일어나며 손을 들었어요.
“여기 과부 있다. 나 어때?”
“아이그, 언니는 좀 고정해. 환갑 넘은 과부가 과부유? 피곤한데 그냥 앉아 계시고, 저기 꽁치승리 아줌마 어때? 아주 딱 어울리는 거 같은데.”
청국장가게 아줌마가 쌜쭉 농담을 던집니다.
“흥, 미친 년 같으니, 청상과부만 과부냐? 늙은 과부가 얼마나 서러운지 모르는구나. 에라이 썩어빠질 년아,”
그러자 아줌마들이 또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어요.
복실엄마는 몸을 움츠렸지만 옆에서 잡아끄는 아줌마의 등살에 밀려 개비아범 옆에 섰어요. 슬쩍 둘 사이에 눈빛이 교환되었습니다. 술이 약간 오른 복실엄마의 눈빛이 번들거렸습니다. 개비아범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번호를 눌러 선곡했습니다.
신나는 리듬이 울려 퍼지며 박상민의 지중해라는 노래가 팡팡 거렸습니다. 개비아범은 어깨를 들썩들썩 하며 목을 앞으로 쭉 뽑았습니다.
“어마나, 내가 좋아하는 지중해네. 호호호”
초롱엄마가 손바닥을 탁 치면서 벌떡 일어서더니 허리를 싹싹 꼬았어요. 그러자 초롱아빠가 팔을 탁 낚아채더니,
“사랑하는 여보~ 당신 차례가 아니니 제발 가만히 있어 줘.”했습니다. 또 아줌마들의 웃음소리가 터졌어요.
“떠나자 지중해로 잠든 너의 꿈을 모두 깨워 봐~ 나와 함께 가는 거야 늦지는 않았어~”
몸을 앞으로 들쭉날쭉 대며 개비아범이 신나게 곡을 뽑았는데, 그게 참 기막힌 장면이었어요. 일단 목소리가 탁 트여서 시원했고 박자도 짝짝 맞았습니다. 중간에 간주가 나올 때는 슬쩍 복실엄마에게 몸을 돌리고 발로 탁탁 바닥을 치고 손을 흔들며 어깨를 으쓱으쓱 댔습니다. 전체의 분위기가 정말 잘 어울렸어요.
“가보자. 지중해로 늦었으면 어때, 내 손을 잡아 봐. 후회 없이 우리 같이 사는 거야~”
앉았던 아줌마들이 일제히 일어서더니 얏호, 앗싸...... 떠나자, 떠나자, 예예 하고 덩실거립니다. 마치 나이트클럽을 방불케 하는 열띤 순간이 한참 지나자, 개비아범에게 마구 앵콜이 떨어졌어요.
“옵빠, 옵빠, 오우 예예, 앵콜~ 앵콜~ 옵빠, 옵빠,”
아줌마들의 거센 기세를 개비아범 혼자서 완전히 누른 상황이었습니다. 개비아범도 신났습니다. 노가다 판을 돌아다니다보니 노래방에 갈 기회가 많았고, 또 젊었을 때부터 노래를 잘 불렀던 개비아범입니다.
“김종국이 부른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 눌러~”
개비아범이 손가락을 앞으로 쑥 내밀며 소리치자,
“옵빠 너무 멋져, 신곡만 부르네. 호호호 파이팅”하고 땡칠엄마가 맞장구 쳤습니다. 분위기가 쫙 깔리며 무드가 잡혔습니다.
“별이 되어 바람이 되어 추억에 잠기면 어느새 잠에서 깨어 부르며 웃는 너.......”
술이 오른 복실엄마도 약간 들떴어요. 멋진 양복을 차려입고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꽁치 두 마리 가지고 싸웠던 홀아비라는 것이 안 믿어질 정도였죠.
“네가 있는 이 세상, 사랑하기에 너는 행복하니깐,”
저쪽에는 초롱엄마와 땡칠엄마가 서로 꼭 안고 몸을 비비꽈 돌아갑니다. 이쪽에서는 정은엄마가 억지로 남편을 일으켜 그 품에 몸을 묻었습니다.
“영원히 지금 이대로....... 오오오오오오....... 라라라라라”
어느새 개비아범의 팔이 복실엄마의 허리를 슬쩍 감았어요. 또 몸을 실렁실렁 대며 모른 척 하는 복실엄마였어요.
글 / 은하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