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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우리작가] 강풀 작가님 - 순정만화, 아파트

산다우리만화 |2006.09.04 20:40
조회 587 |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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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작가님은?

 

본명은 강도영.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재미있는 인터넷 만화 사이트 '강풀닷컴(http://www.kangfull.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만화가로 평범한 생활 속에서의 재미와 웃음 만화로 표현합니다. 다음(Daum.net),스포츠투데이 등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으며 참여연대, 전교조 신문에 만편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작품

 

2003년 일쌍다반사

2004년 순정만화

2004년 아파트

2005년 바보

2006년 26년

 

강풀작가님에 대학 특별한 이야기

 

대학 시절 어쩌다 마주친 만화에 푹 빠져 이 일을 업 삼은 인터넷 만화가 강풀은 요즘 정말 잘나간다. 데뷔한 지 3년. 내놓는 만화마다 네티즌들의 감탄 세례를 받더니 심지어 장편 4편은 전부 충무로와 영화화 계약을 맺었다. 우리 시대의 순정과 공포를 주름잡는 강풀의 능력, 대체 어디서 샘솟는 걸까?

천호동 어느 오피스텔. 그 유명한 강풀의 아지트에 들어섰다. 작업실에 들어가니 강풀 작가의 여자 친구가 인사를 한다. 지저분한 작업실을 청소해줬다는데 어느새 살그머니 사라진다. 넌지시 말을 던져본다. "여자 친구는 학원 강사에 일곱 살 연하의 미인이라면서요?" "네, 근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 "인터넷에서 검색됩니다." "네? 그런 것도 검색되나요?" 당연하지. 강풀에 관해선 요즘 별 게 다 검색된다. 작품부터 사생활까지 만화가 강풀의 일거수 일투족은 지금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즐거운 관심사다. 그가 언제 어떻게 만화를 그려서 올릴지 밤마다 마우스를 만지작거리는 이들이 수백만 명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2일 문화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한국만화계의 발전에 대한 제안을 하며 이런 말을 했다. "직장을 관두고 홀로 인터넷에 만화를 그린 만화가 강풀은 엄청난 성공을 기록했고, 그의 만화는 단행본으로 연극으로,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강풀의 사례에서처럼 한국 문화의 진정한 블루 오션은 한국 만화일 수 있습니다!"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지금 가장 뜨거운 만화

필명 강풀. 본명 강도영. 1974년 서울 생. 상지대학교 국문과 졸업. 만화가 강풀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열거한 사항을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인터넷 만화가 1세대에 속하는 강풀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독자들과 가장 뜨거운 피드백을 주고받는 작가다. 돌이켜보면 강풀의 행보는 아주 독특하다. 인터넷 첫 장편 만화이자 강풀의 첫 장편 만화인 는 2003년 10월 24일부터 미디어 다음 사이트에 연재돼 총 페이지 뷰 3천2백만 명, 1일 평균 페이지 뷰 2백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긴 히트작이다. 외로운 서른 살 직장인인 순진남 김연우와 야무진 여고생 한수영이 같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후 '에이 씨...조때따(좆됐다)" 한마디로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 는 수백만 네티즌들의 차가웠던 가슴에 온기를 심어줬다. 유례 없던 히트작을 내놓고 실컷 놀 줄 알았더니 강풀은 금세 또 사람들을 뒤통수를 쳤다.

2004년 5월 19일부터 역시 미디어 다음에 연재된 '미스터리심리썰렁물' 시즌 1 가 그것이다. 무더운 여름밤을 으스스하게 얼려버린 이 만화는 그간 한국만화계에선 오랫동안 실종됐었던 호러 장르를 표방했다. 이것 역시 대히트를 기록했다. 매회가 끝나면 셀 수 없는 감상평 리스트가 길길이 매달려 있었다. '낮에 봐도 무서버', '문 꼭 잠그고 자야겠다' 등등.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낡은 아파트에 사는 청년 고혁은 어느 날 밤 맞은 편 아파트의 여러 집들이 매일 밤 9시 56분에 일제히 불이 꺼지는 것을 본다. 고혁은 이 일이 맞은편 아파트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의문의 죽음들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사건 속에 뛰어든다. 맞은편 아파트 가동 704호에서 늘 혼자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이름 모를 여자를 비롯해 그 아파트 사람들을 구하려 하는 고혁의 노력 속에 의 사연이 밝혀진다. 귀신과 저승사자가 돌아다니고 참혹한 죽음과 슬픈 공포가 도사리는 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강풀은 다시 순정의 세계로 돌아갔다.

2004년 여름 '순정만화 시즌 2'로 이름 붙여 내놓은 는 서울 풍납동을 배경으로 어릴 적부터 단 하나의 사랑이었던 소녀 지호를 기다리는 27세 바보 승용이의 가슴 아픈 이야기로 네티즌들의 눈물샘을 엄청 자극했다. 심심해서 클릭했다 펑펑 울어버리게 만드는 의 성공은 추억을 떠올리고 감동을 길어 올리는 강풀의 '순정' 세계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여러 화제를 낳고 인터넷 만화계를 강풀 천하로 평정한 2004년 겨울이 지나자 강풀은 다시 2005년 여름을 시원하게 만든 '미스터리심리썰렁물' 시즌 2 을 연재했다. 시간을 움직이는 초능력자들과 귀신들, 무당들의 박력 넘치는 기 싸움이 벌어지는 이 만화는 지난 10월 24일 막 연재를 끝냈다. 물론 엄청난 성원을 얻었다.

만화가 강풀은 야심만만하다. 여름엔 호러, 겨울엔 멜로로 시즌을 챙기는 것도 그렇고 자기 만화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읽힐 수 있을지 머리를 쓴다. "전략적이라는 건 어느 정도 맞고요. 하고 싶어서 그래요. 무서운 얘기도 좋아하고 따뜻한 얘기도 좋아하는데 기왕 할 거면 먹혀들 때 해야죠." 이건 단순히 내 안의 어떤 것을 꺼내놓는다는 마음으로 작업하는 대다수 만화가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강풀에게 만화는 원대한 꿈이고, 평생 직업이며, 성공할 수 있는 틈새 시장이 훤히 보이는 비즈니스다. 그래서 강풀 만화는 늘 정확하다. 똑부러지게 재밌고, 우습고, 가슴 아프고, 무섭다. 독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비슷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똑같이 느끼도록 만든다. 최근 강풀은 인기그룹 GOD의 마지막 앨범에 들어갈 15화짜리 단편 만화를 그렸다. "GOD와 박진영 씨 입장에서는 그들 앨범을 만드는 일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내 만화 사운드트랙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했어요. 만화를 그리는 일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강풀은 스스로 기회를 만든다. 한국만화사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아주 독특한 만화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름처럼 강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강풀의 만화는 사람과 만나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만화다.

인간과 소통이 중심인 스토리

올 여름 을 연재 중일 때였다. 3화 정도 인터넷에 올렸는데 10여 군데 영화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연재 중이라 너무 바쁘고 조금 귀찮기도 한 마음에 평소 좋아하던 박기형 감독을 데려오면 계약하겠다고 큰소리쳐 놨다. 다음날 아침 누군가 작업실 초인종을 눌렀다. "어머나. 문을 딱 여니까 박기형 감독님이 서 계시잖아요." 강풀의 은 그날로 영화화가 결정됐다. 최근 영화 판권이 팔린 과 까지 지금까지 강풀이 그린 장편 만화 네 편이 모두 영화화된다. 는 렛츠필름에서 의 류장하 감독이 연출을 맡아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영화 는 과 의 김정권 감독이, 영화 는 의 안병기 감독이 연출한다. 네 작품 모두 2006년 개봉 예정이다. 강풀의 장편 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영화와 드라마 제의를 하는 회사들이 10여 군데씩 몰려든다. 은 연재 중에 16군데에서 제의가 왔고 그중 제법 좋은 조건을 찾아 계약한 강풀은 러닝 개런티까지 받기로 했다.

강풀 만화에 몰려드는 이들이 발견한 건 뭘까? 자타가 공인하는 강풀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설정의 독특함이다. 황당하고 특이한 설정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강풀 만화는 늘 서너 줄의 시놉시스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강풀의 을 영화로 제작하는 공감 영화사 이군선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영화는 아이템 싸움이다. 아이템만 좋아도 영화는 반이 완성된다. 영화는 몇 줄로 정리해 시놉만으로 어떤 영화라고 답이 딱 나와야 한다. 강풀은 그걸 기막히게 잘한다. 자기 만화는 무슨 만화라고 딱 정리한다. 그게 영화를 만든 사람의 고민과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아이템이 이렇게 좋은데 내용물을 20% 정도 각색하면 물건이 되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되는 거다." 세 편의 강풀 영화 을 투자, 배급하는 배급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 역시 강풀 만화의 공통점으로 "기발한 아이디어, 평범한 환경과 공간,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캐릭터, 긴장감 있는 구성"을 든다. 

나 같은 만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난다. 마주 보는 아파트에서 불이 꺼지면 그 시간에 누군가 죽어간다는 나 초능력자들과 무당, 귀신이 싸운다는 이야기 은 모두 시놉이 일단 재밌게 들린다. 거기에 더해지는 게 있다. 는 옆집에 사는 이가 누군지도 모르는 현대인들의 개인주의를 공포와 연결시켰고, 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갖는 다양한 면면을 스릴러와 호러로 연결시킨다.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바보의 사랑 이야기 나 띠 동갑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다룬 는 한 명이 아닌 등장인물 거의 모두의 다양한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한 줄기 감성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훌륭하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물론, 이야기를 만들고 그 설정과 정서를 제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연출력을 갖추고, 남과 같은 이야기를 고르더라도 희한하게 분해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막히게 조합해낸다. 시간의 개념을 다룬 은 그런 면에서 아주 대표적인 예다. 10분 앞의 미래를 보는 여자, 시간을 정지시키는 소년, 10초 뒤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자들이 사고로 죽은 귀신들과 한판 벌이는 이야기로, 강풀은 이야기의 순서를 실제 시간의 역순으로 구성하고 마치 복잡한 시간의 개념을 한 줄에 꿰어내듯 풀어낸다. 최용배 대표는 "은 시간이라는 컨셉에 관한 한 종합 선물 세트처럼 다양한 개념들을 뿌려놓고 그걸 손쉽게 하나로 풀어낸다.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고 영화적이어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한다.

강풀 만화의 또 다른 힘은 지금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최용배 대표는 "무엇보다 강풀 만화엔 순수함이 있다. 강풀 만화의 인물들은 늘 일종의 결핍과 외로움을 겪는다. 그 결핍이 꼭 내 이야기 같으면서도 역으로 독자들에겐 그런 결핍과 외로움을 지닌 누군가에게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감정도 갖게 한다"고 말한다. 에서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은 남자 연우와 엄마가 재혼한 후 새 아빠와 오빠가 있는 가정에 적응하지 못했던 순영이 서로를 구원했다고 느끼는 것처럼, 에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자살한 가동 704호의 여인을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구하려던 주인공 고혁처럼. 강풀의 만화에선 독자는 등장 인물 모두에게 일정부분 자신을 투영할 수 있다. 어떤 장르를 다루더라도 사람을 가운데 놓고 그 관계 속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강풀의 시선은 어떤 경우에도 늘 선하다. 친구 대신 죽음을 맞는 바보 청년은 물론이요(), 억울하게 죽은 귀신도(), 연인을 버린 남자도(, 죽어야 할 사람들의 옆을 지키는 저승사자()까지. 영화 를 연출하는 류장하 감독도 이에 동의한다. "강풀의 만화엔 착한 사람들 나오지 않나. 요즘 사람들 되바라지고 특이한 거 좋아하고 사회가 전체적으로 그렇게 가는데 나 는 그런 세태를 순화시키는 맛이 있다. 일부분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런 순화의 미덕이 강풀의 만화를 사랑하게 하는 게 아닐까?" 기쁠 때는 기쁜 마음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아플 때는 아픈 이유를 섬세하게 알려주는 상호 소통의 감수성. 기쁨 안에 슬픔이 있고 공포 안에 아픔이 있는 복합적 감수성. 이것이야말로 강풀의 만화가 세상을 뒤덮을 만큼 환대받는 이유가 아닐까.

괴물 같은 공상의 힘

강풀에게 딱히 출생의 비밀 따위가 있는 건 아니다. 어린 시절은 평범했다. 장로교 목사이신 아버지는 열려 있는 분이라 만화가가 되겠다는 자식의 앞길을 말리지 않으셨다. 웬만한 일에는 화도 잘 안 내는 분이셨다. 강풀이 귀를 뚫고 나서 "예수님도 손바닥 뚫었잖아요"라는 헛소리를 했을 때를 제외하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만화가 강풀을 지지해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아버지는 청년 시절 라디오 드라마 작가로 활동했다. 큰 누나와 작은 아버지가 화가이며 어머니는 아픈 누나 대신 사생대회에 나가 그림을 그렸다가 대상을 받은 전력의 소유자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다소 야릇한 집안 배경을 지니고 만화가가 된 강풀은 학창 시절엔 만화보다 영화를 더 좋아했고 용돈은 대부분 극장에 갖다 바쳤다. 취향이 아카데믹하진 않았다. 대학 때 구해본 고다르 영화와 은 괴로웠다. 이와이 슈운지의 는 엔딩을 보다 필름이 끊긴 줄 알았다. "전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만 좋아해요. 남들보다 뛰어난 영화를 보는 눈이 없어요. 제일 재밌게 본 외화가 고 제일 재밌게 본 한국영화는 와 이에요. 저는 제가 정말 대중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대중들하고 가장 비슷하기 때문에 남들이 좋아하는 걸 나도 좋아하고 그리는 거죠." 강풀 말마따나 특별할 것 없는 취향이다. 정말 그렇다. 그런데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 그걸 정확하게 읽어내는 취향이 남들이 다 좋아하는 만화를 그릴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영화적으로 사고하는' 강풀의 만화가 널리 읽히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

때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을 위해 같은 만화를 그리며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와 세상이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스토리텔러 강풀의 본능은 자기만의 작업 방식을 통해 더 굳건해진다. 절대 어설프게 끝내지 않기 위해 미리 시나리오를 써놓고 만화를 그리는 방식으로 일하는 거다. 즉, 5개월 작업하고 2개월 쉬면서 시나리오를 쓴다. 만화계엔 그가 모든 스토리를 정해두고 몇 회에 끝낼지도 계산해 작업하는 방식이 잘 알려져 있다. "장편을 처음 시작할 때 내용을 다 짜놓고 하지 않으면 불안하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만화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건 그림은 절대 아니에요. 그림을 워낙 못그려서.(웃음) 저는 절대 스토리로 승부해요. 전체는 물론 한 화 안에서도 확실하게 눈물을 흘리든, 재미를 느끼든 뭔가 가져하게 하고 싶어요." 기발한 아이디어, 영화 같은 구성, 여러 시점으로 반복되는 한 장면, 다양한 인물들의 사고가 흘러가며 만들어지는 강풀의 만화는 그래서 흥미롭다.

책 많이 읽고 영화 많이 본 경험이 괴물 작가 강풀의 재산이라면 공상의 힘은 태어날 때부터 얻은 축복이다. 강풀은 정말 틈만 나면 공상한다. 이제까지의 작품은 다 그 어두운 공상의 자식들이다. 는 천호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멀거니 맞은편 아파트를 보다 떠올린 얘기에서 비롯됐다. 작업하는 밤마다 맞은편 빈 아파트를 바라보며 그 아파트가 어느 날 동시에 불이 다 꺼지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을 뭉게뭉게 부풀렸다. 은 초능력자 떼거리, 귀신 떼거리, 무당 떼거리가 만나면 누가 이길까 싶어 떠올린 아이템이다. 그리기 전에 준비해놓았다는 은 심지어 총 들고 신호등 지키는 예비군 훈련을 받다가 하도 심심해 생각해낸 이야기다. 여섯 시간 동안 벌어지는 예비군들과 알 수 없는 존재들과의 사투를 그린다나. 남들은 쉬쉬할 얘기를 강풀은 잘도 풀어놓는다. "이렇게 시놉을 흘리면 영화사들이 또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서"라며 계획을 대놓고(!) 밝히는 강풀이 이 외에도 하고 싶은 얘긴 많다. "언젠가 꼭 좀비가 나오는 만화 그리고 싶어요. 살아서 움직이는 시체들, 생각하는 시체들 얘기 있잖아요. 내가 왜 죽어서 돌아다니지? 왜 내가 얘를 뜯어먹고 있을까? 사람 먹으면서 막 후회하는 좀비들 만화요. 근데 이런 얘기하면 아는 분들이 그러네요. '네 만화의 힘은 거의 설정에 있잖아. 입 좀 다물고 다녀!' 어우, 뭐 어때서 그래요들?"

죽을 때까지 만화가

강풀닷컴(www.kangfull.com)이 오픈한 지 3년. 처음엔 이 사이트에 똥 만화, 엽기 만화를 연재했다 난데 없이 장편 만화를 그리겠다고 선언했다. 주변 반응은 대부분 이랬다. "뭐니 너, 황당하게." 인터넷 만화의 일회성을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 온라인 최초의 장편 만화를 그렸던 강풀은 이제 그 이름을 대한민국에서 꽤 값나가는 브랜드 네임으로 만들었다. 강풀닷컴은 대한민국 네티즌들이 습관적으로 들어가는 사이트가 됐다.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그의 만화에 접속하고 밤 10시를 넘어서는 심야에 강풀의 홈페이지 서버는 늘 과부하가 걸렸다. 그 때문에 지난 3년간 강풀은 여가가 없었다. 이젠 좀 쉬기로 했다. 지난 10월 24일 막 연재가 끝난 이후 강풀은 잠시 만화 그리기를 접는다. 올해 11월부터 모교인 상지대학교 겸임 교수로 일하게 됐다. 영화 제작과 드라마 제작에도 참여할 예정이고 그렇게 1년을 지낸 후 2006년 10월부터는 일본 출판사 소학관의 제의로 일본에서 만화를 그릴 예정이다. 2007년 10월 돌아올 땐 더 좋은 얘기들을 만들어올 작정이다.

강풀의 존재와 강풀 만화의 성공은 단순하고, 가볍고, 일회성에 그치고 만다고 평가받는 인터넷 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변화시켰다. 얼마 전 2005 부천국제만화전에서 그가 대상을 수상한 것은 상징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이 다 우리나라 원로 만화가 선생님들이시고 초고수 만화가들이신데 저한테 상을 주신 건 인터넷 만화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신 거 아닐까요." 지금 대학로에선 연극 가 공연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단행본, 영화, 드라마, 일본 수출까지 이 모든 걸 3년만에 이룩한 강풀의 행보는 놀라울 뿐이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은 왕성한 창의력의 소유자 강풀의 소망은 그래도 여전히 하나다. "죽을 때까지 만화 그리고 싶어요. 다른 무엇도 아닌 대한민국 만화가로 남고 싶어요." [출처.필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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