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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 시저스 인 뉴욕

하민아 |2006.09.04 23:36
조회 687 |추천 2

난감하리만치 코드가 비슷한 두 개의 이야기는

왜 내가 다시 왕의 남자를 볼 수 없는지에 대한 대답을 해주고 있다.

 

친구와 왕의 남자를 두 번 볼까- 하는 약속을 한 이후

계속 고민을 하다가 다른 영화를 보자고 한 내 마음속 꿍꿍이는

다시 왕의 남자를 본 이후 헤어나오기까지의 내가

너무 겁이나서.

 


 

왕의 남자. 지금 관객 850만을 돌파한 대작이다.

꼭 내가 만든 영화인양 내가 다 뿌듯한 것은

이미 영화가 출시되기 이전부터 기대해 온 팬의 심리이다.

 

그리고 너무나 밀크와 닮아있는 공길의 모습에서

남보다 훨씬 더 익숙해있다는 자부심이다.

 

왕의 남자라는 영화가 성공한 이유같은것은 내가 알바 아니다.

영화가 천만을 돌파하든 단 1개의 영화관에서 몇십명만 보았든.

내가 그 영화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것에 차이가 있을리

만무하므로.

팬의 입장으로 오히려 희귀한 영화였으면 하고 바라는

악랄한 심정도 첨가되므로, 뿌듯한 심정 이면에는

대뜸 분한 마음도 섞여든다.

 

오히려 매진이 되어 왕의 남자를 다들 볼 수 없는 현재가

즐거워 미칠 지경이기도.


 

내가 사진을 올리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미칠 지경이다.

원래 뱀을 싫어하고, 저런 규칙적인 무늬는 저주한다.

싫어도 너무 싫고 징그러워도 너무 징그럽다.

저 뱀 이름이 밀크 스네이크이다.

 

느닷없이 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본문 앞에서 언급한 '밀크'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시저스 인 뉴욕은 '팬픽'이다.

소위 '나'와 '연예인'의 사랑 이야기 감정 이입물을 팬픽으로 통칭하던 예전과는 달리, 팬픽의 문화는 점점 동성물로 변질 - 이 표현을 쓰는 것에 거부감을 갖지 마라 - 되어 현 팬픽으로 정착했다.

 

동성물로 변질되면서 가장 심하게 변한 부분은

작품의 특이성이라 하겠다.

(작품의 특이성이라니... 무슨 항원 항체의 특이성을 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작품은 독특해질대로 독특해져서 더 이상 신기할 수 없을만큼

자극적인 소재들이 진을치고 있다.

 

Shall we be Crazy? 라는 작품이 있는데,

'미친짓' 으로 파국을 맞게 되는 것이 작품의 엔딩이다.

(이렇게 단 한마디의 말로 끝낼 수 없을만큼 충격을 받았던 작품이다. 살인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폐월성' 역시 자극적이고 웅대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앞에서 언급한 Shall we - 와는 다른 의미의

자극성을 갖는데,

 ' 문정혁' 이라는 캐릭터의 절대성에 그 절정이 그것이라 하겠다.

다시 말하면, 이미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른 캐릭터를 입히고,

그 캐릭터에 매료되게 하는 그 자체게 자극적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시저스 인 뉴욕은 조금 다른 특징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팬픽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팬으로 돌변하는것은 아니다.

 

내 경우에는 수많은 신화 팬픽을 접하는 과정에서

신화를 많이 알아가고는 있었지만 [시저스 인 뉴욕] 을 접하기 전에는 '팬'은 당연히 아니었고, '신화'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다.

 

(거부감은 팬이 아닌 사람들이 팬픽을 읽으면 생기는 당연한 감정이다. 어이없고 웃기고 같잖은 감정도 물론 포함되지만, ....)

 

시저스 인 뉴욕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느낌 그대로 갱스터물이다.

'뉴욕'의 마피아들의 생활상을 다룬 것인데,

작가가 여러모로 사실에 바탕을 두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뉴욕 타임스를 찾아 보면 시칠리아계와 아시아계의 대립을 언급한 기사가 있다고 하는데, 작가는 그마저 인용하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이 바로 고 2 겨울방학이었다.

(딱 1년전 이무렵이군)

도저히 중간에 그만 둘 수 없는 숨막히는 구성력에 감탄했고,

'야하다'는 말에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 내 자신에 놀랐다.

그만큼 소설은 절정을 향해 단계를 밟아가며 치닫는 놀라운 현상으로 드러나있다.

 

내가 이렇게 길게 팬픽을 소개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팬픽에 대한 선입관때문이다.

'귀여니' 이후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설들은 유치찬란 유치원 글이

되어버리기 일수였고,

그렇지 않은 점잖고 나이 지긋한 우리 팬픽계의 거장분들까지도 동급으로 취급되는 것을 참을 수 없기에.

 

그런 취급을 통해 내가 밀크와 공길을 이야기 하는것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내고자 하기에.

그래서 이렇게 길게, 지겨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다.

 

 


밀크는 당연히 신혜성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부럽고 부럽고 부럽다.

여자라면 정말 그런 성격을 갖고 싶어질 정도.

차분하고 조용하고 사랑받고 이쁨받고.

(물론, 늘 그런것은 아니지만)

애교같은게 있을 리 없는 이 캐릭터는 늘 나른하고 나른한,

낭창하게 늘어진 뱀. 그것을 묘사하고 있다.

피자에 엉겨 붙어 있는 녹은 치즈같달까.

쭈욱 쭈욱 늘어지면서 시선을 잡아끄는 그의 매력은,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 인물들이 느끼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그에게 매력을 느끼니까

나도 모르게 그 사람 그렇게 사랑스러운가봐 - 하게되는것이고.

 


 

실제로 영화를 보는 와중에 배를 드러난 이준기의 통통한 배에

감정을 제대로 이입하지 못하고 웃었고,

벗은 그의 상체가 떡 벌어진 역삼각형임에 헉 하고 놀랐고,

-가지마 하고 부르는 최 저음 목소리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리고 우리는 - 공길에 열광한다.

공길에 열광하다가 이준기에 발광한다.

물론 그 자신의 곱상한 외모 자체도 매력 포인트일 수 있지만,

공길이 없는 이준기는 곱상하지도, 여자같지도 않다.

 

발레교습소를 매우 인상깊게 보았지만,

왕의 남자를 본 이후에도 이준기가 거기 나왔었다는 것을 몰랐던

사람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것이다.

이준기가 이쁘다, 여자보다 더 선이 곱다 하는 것은

영화 속 이준기, 즉 공길일 뿐. 이준기 그 자체는 아닌 것이다.

 

 

여기서 [시저스 인 뉴욕] 과 [왕의 남자]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신혜성에게서 여성스러움을 발견한 작가나

이준기에게서 여성스러움을 발견한 감독이나

모두 어떤 부분을 확대해서 보임으로써 그 작품 자체를

극화(dramatical)시켰다는 점이다.

그것이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 이유는

왕의 남자라는 작품을 한 번 보지 않고 여러번 보고싶어 하는

관객들의 중독성에 있다.

 

작품 밖 이준기는 관객이 원하는 매력적인 여성스러움을

드러내지 않은 평범한 청년 - 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 에 불과하다.

관객들은 견딜 수 없는 갈증으로 다시 영화를 찾고 찾고 다시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이준기의 영악함에 감탄하는것이

본인 스스로 인정한 마이걸 이라는 성급한 작품선택에서 드러난다.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가볍고 남성적인 이미지와 농염한 자신의 섹슈얼한 모습을 동시에 보임으로서 그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 할 뿐만 아니라, 관객을 혼란스럽게하여 왕의 남자 속 이준기를 더욱

갈구하게 만드는 것이다.

 

 


 

[시저스 인 뉴욕으로 돌아가서]

시저스는 짐작한 사람도,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진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멋진 남자가 바로 시저스이다.

조금 더 내 말의 의도를 명확히 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는 시저스이지만 전진은 아니다.

하지만 독자는 글을 통해 시저스를 보고 시저스와 전진을

동일시하게된다. 작가는 아주 치밀하게 전진의 매력 중 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극대화시켜놓았고, 그 극대화는

실제로 전진이라는 인물이 브라운관에 등장했을 때 전진 너머의

시저스를 보게 한다

--그것을 통해 나는 전진팬이 된 것이다.

 

내가 시저스 인 뉴욕을 극찬하는 이유는

그 극대화에 있어서 어울리지 않는 매력을 얼토당토않게

갖다 붙인것이 아니라, 있을법한 - 실제로는 알 수 없지만 - 매력을

드러냄과 동시에, 우리에게 익숙한 전진 대신에 시저스 라는 별칭을 씀으로써 명확히 다른 인물임을 명시해주고 있는 점이다.

다른 인물임을 명시해 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 매력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거야 - 다른데는 없어.

라는 작가의 자부심이랄까.

다시 또 영화를 찾게 되는 관객처럼,

독자는 시저스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고, 밀크에 열광하는 것이다.

 

앞에서는 밀크-신혜성-를 언급할 것 처럼 해 놓고

급선회해서 시저스-전진-를 언급하는 이유는,

밀크와 공길의 비슷한 역할관계로 흥미를 끌기 위해

서두에 밀크 이야기를 꺼낸것 그 이상은 없다.

 

시저스 인 뉴욕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시저스니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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