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에서 대부분의 실점은 수비 실수로 인해 내준다. 탄탄한 수비를 펼쳤는데도, 실점을 허용했다면 그건 상대편이 정말 잘 맞은 중거리 슈팅을 날릴 경우나 그럴 것이다.
축구에서 최소한 한 골을 내어주는 건 어떨까. 설령 그게 치명적인 실수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떄는 무조건 수비만 잘못한 것일까?
그렇지않다. 못해도 두 골 가깝게 터지는 게 축구인데, 수비진이 한 골을 내줬더라도, 비기거나 지는 경기라면 동시에 최소한 공격진에서도 그만큼 제 몫을 못해주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이란전은 분명 우리가 주도권을 잡은 경기였다. 비록 유기적인 움직임과 창의적인 활동은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한국은 압박형 4-2-3-1전형을 앞세워 중원을 완벽히 장악하며 생각보다 쉽게 이란을 휘둘렀다.
다만, 중앙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힘이 부족했고, 결국 후반종료 직전에 수비진의 뼈아픈 실책으로 동점골을 이란에 헌납하며 아쉬운 1-1무승부를 기록했다.
실점 장면을 돌이켜보면 누구도 한국의 승리를 의심치 않던, 더구나 체력도 거의 바닥이 났을 때였다. 이란의 하세미안은 그 짧은 찰나에 김상식을 밀쳐 공을 가로채 감각적인 슈팅을 날려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 왜 그가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스트라이커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1분을 남기고 허용한 '통한의 실점'은 겉으로 보기엔 김상식의 실수로 보였다. 이란전이 끝나고 아니라 다를까, 많은 네티즌이 하세미안에게 공을 빼앗긴 김상식에게 분노를 드러내며 온라인상에 인신공격과 같은 보복을 가했다. 오죽했으면 선수 본인이 개인 블로그를 폐쇄할 정도였을까.
이쯤에서 다시 한번 잘 살펴보자. 무엇이 문제였을까?
김상식과 함께 가까이 협력수비를 펼치던 조원희가 있었다. 김상식과 함께 하세미안을 밀착마크 하던 조원희는 골키퍼 김영광이 나오는 걸 보고 약간 뒤로 물러섰다.
아마 그 순간 우리 수비수끼리 호흡에서 좀 더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틈을 이용해서 하세미안이 슬쩍 손으로 밀어버리면서 김상식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하세미안은 김영광이 나온 것까지 이용해서 키를 넘기는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수비라인이 호흡이 맞지 않아 초래한 실점이었던 것이다.
경기 직후 실점 상황에서 하세미안에게 공을 빼앗기고 넘어진 김상식이 잘못이다는 여론이 뜨거웠다.
하지만, 김상식 혼자만의 문제로 김상식의 잘못만 따지기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선수라도 수비진과 골키퍼간의 호흡이 흐트러진다면 얼마든지 이런 실책이 나올 수가 있다.
김상식의 실수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란전에서 충분히 준수한 경기력을 펼쳤기에 좀 더 많은 득점 기회가 있었다. 공격진이 조금만 더 결정적 찬스에서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았겠지만, 우리 선수들은 이란을 압도한 경기력에 일찍 승리를 확신한 듯, 골키퍼의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에서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후반 종료가 다가올수록, 우리가 먼저 전방에서 추가 득점을 포기했고 방심했다. 잠그려는 의도 또한 아니었고, 아무리 잠근다고 하더라도, 득점찬스까지 버리지는 않는 법인데, 오히려 우리는 스스로 손을 놓은 것 같아 아쉽다.
한국이 셋-피스떄의 득점 외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한 골 정도 더 넣을수 있었다면, 추가 득점이 가능했던 위치에서 공간이 주어졌을 때 의욕적이었다면 아마 후반 중반도 가지 않아 진짜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을까.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김상식 개인의 실수를 무조건 덮어두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란전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한 탓을 김상식에게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 1-1무승부 동점의 책임이 김상식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뼈아픈 실책으로 실점을 한다 한들, 결국, 같은 실점으로 인정 되는 게 축구다. 객관적인 전력상 이란과 같은 대등한 팀과의 경기에서 실점을 허용한 건, 충분히 내어줄 수 있는 실점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기회가 있었는데, 끝까지 이란을 몰아세우지 못했다면 바로 그거야 말로 우리가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한 이유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설령 이번이 김상식의 첫 번째 실수가 아니라도, 그것이 김상식 마녀사냥을 절대 정당화 시킬 수는 없다.
축구는 '팀 스포츠'(Team Sports)다.
여전히 수비수 한 명을 두고 마치 대역죄인 삼기보다, 김상식의 실수를 탓하기에 보다는 차라리 끝까지 촌절살인(寸鐵殺人)의 결정력을 보인 하세미안의 골에 박수를 보냄으로써 축구를 즐겨보자.
아시안컵 본선 진출? 우리는 여전히 B조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