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 포스터.
ⓒ2006 인조이재팬 사이트
영화 의 일본 애니메이션 표절 논란이 한일 네티즌간의 자존심 대결로 치닫고 있다.
특히 지난주 과 이 서로 개봉되면서 '전선'이 확대, 두 영화를 둘러싸고 마치 한일 네티즌들이 '국가대항전'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1라운드] 이 일본 애니의 표절이라고?
처음 공방은 영화 의 표절 시비에서 시작됐다. 이 일본 애니메이션 'WX 기동경찰 페트레이버' 극장판 3편인 이란 작품을 표절했다는 것.
표절 시비를 처음 제기한 곳이 어디인지는 분명치 않다. 일본인 혐한(嫌韓) 네티즌이란 얘기도 있고, 한 한국인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가 파문이 커지자 삭제했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본격적으로 논란이 붙은 곳은 한일 네티즌들이 함께 사용하는 영화게시판.
이 게시판에서 '표절'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우선 두 영화 속 '괴물' 디자인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두 괴물의 머리가 기형적으로 크고 볼록한 배를 가졌으며, 퇴화한 뒷다리 대신 앞다리를 사용해 움직이는 점 등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두 괴물의 스틸 사진 및 디자인 도안을 비교한 이미지들이 계속 올라왔다.
상황 설정의 유사성도 제기됐다. ▲미군이 한강에 방류한 독극물로부터 발생한 것(괴물)과 미군이 일본 민간연구소에 비밀리에 생체 병기를 위탁하면서 생겨난 것(폐기물 13호)이 비슷하고 ▲괴물의 성장지가 한강과 도쿄만으로 하천인 것이나 지하 추적신 등이 비슷하며 ▲화염병(괴물)과 화염방사기(폐기물 13호)의 차이는 있지만 괴수가 불에 타 죽는다는 점 등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작품 전반에 흐르는 반미코드도 유사성의 하나로 지적했다.
▲ '괴물' 표절을 반박하며 네티즌들이 올린 '망둥어'(위)와 게임 '황금도끼' 사진.
ⓒ2006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이에 대해 특히 한국 네티즌들 대다수는 "표절 주장은 말도 안된다"며 반박했다. 디자인상 일부 유사한 점은 있을지라도 이는 '어류+양서류+파충류'의 복합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 괴물의 캐릭터상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괴물이 표절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하기 위해, 오히려 괴물과 비슷한 이미지의 '망둥어' 사진이나 게임 '황금도끼' 캐릭터 이미지 등을 올려놓기까지 했다.
이들은 상황 설정의 유사성도 일반적인 괴수영화의 클리셰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설정으로 을 표절로 몬다면 대부분 괴수영화들이 표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야말로 '에일리언'의 판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본 네티즌들이 표절 주장을 계속 확산시키는 것은 "괴수영화의 원조라 자부하면서도 변변한 괴수영화 하나 못 만든 열등감의 소산"이라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이 표절이라면 은 의 표절"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표절 논란에 대해 제작사인 청어람의 한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괴물 디자인은 2년 6개월간, 2000장을 스케치를 거쳐 만들어진 디자인"이라면서 "이미 그 과정을 다 공개했는데, 표절이라니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관계자는 또 "는 일본 관계자들도 다 아는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수입사에서도 사전에 충분히 검토했다,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었으면 투자 배급을 진행했겠냐"면서 "이런 표절 논란에 제작사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2라운드] 과 의 대결?
한일 네티즌간 공방은 의 일본 개봉, 의 한국 개봉이 이뤄지면서 '전선'을 더욱 확대했다.
은 지난 2일 일본 전역 250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마침 이 한국영화 역대 최고흥행을 기록한 날이었다. 하지만 은 일본 주말 박스오피스 7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면, 지난 8월 31일 국내 개봉한 은 개봉 첫주 을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등 신문들은 '일본침몰, 한국 대히트! 괴물 제치고 첫주 1위' 등의 기사를 실었다. 첫주 누계 관객도 47만명을 넘어섰다.
두 영화의 개봉 첫주 흥행 대비가 양국 네티즌들의 자존심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네티즌들은 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역시 의 표절에 불과하다는 것.
▲ 포스터.
ⓒ2006 거원시네마아이디 'gajie'는 의 "총리가 죽는 장면은 의 그것과, 바다 속의 잔해는 의 그것을, 마지막 주인공의 죽음은 을, 일본 새총리의 연설장면은 를"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 네티즌들은 '표절' 문제를 한국 상품 전반으로 확대시켰다. 한국 상품의 포장 및 디자인과 비슷한 일본 상품들의 이미지를 함께 올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난해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을 들어 한국인의 도덕성 전반을 문제삼기까지 했다.
ID 'japanjapan'은 "한국은 영화·과자·애니메이션·전자제품·자동차·패션·비즈니스 모델 등 모든 것을 일본을 벤치마크해 도작(盜作)한다, 오리지널리티 0%, 당신들 한국인은 부끄럽지 않은가"고 주장했다.
[3라운드] 쏟아지는 혹평들...
과 을 둘러싼 대결은 한일네티즌이 함께 사용하는 게시판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의 포털 사이트에서 각자 상대 영화인 과 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5일 정오 현재 일본 야후재팬의 에 관한 네티즌 리뷰는 평점 5점 만점에 2.5점(네티즌 333명 참여). 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로는 '우습다' '기분이 안 좋다' '코믹' 등의 단어가 떠 있다. 댓글도 '표절' 'B급 괴수영화' '에일리언의 짝퉁' '졸작중의 졸작' 등 혹평이 많다.
물론 "올해본 영화 중 베스트" "를 압도하는 작품" "봉 감독은 대단한 재능의 소유자" "한국 가족의 정을 알려주는 영화"라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표절'을 앞세운 혹평들이 이를 압도하고 있다.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의 에 대한 네티즌 평가는 더욱 참혹하다. 역시 5일 정오 네이버 영화랭킹에선 이 564편의 등록영화 중 552위로 끝에서 13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이 역시 계속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평점도 10점 만점에 3.56점(1814명 참여). 특히 이는 관람 전 평점 6.86점(837명 참여)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당연히 댓글도 혹평 일색이다. '쓰레기' '최악' '돈과 시간이 아깝다' 등등은 물론 '평점 1점도 주기 아깝다'는 댓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ID 'tragu'는 "친구와 일본침몰 보러가서 우정이 침몰했다"고 댓글을 달았으며, ID 'music_artist'는 "영화계의 일본침몰"이라고 비꼬았다. 10점 만점을 준 네티즌도 있어 내용을 보았더니 "나 혼자만 죽을 순 없어" 등의 '낚시성' 댓글이었다.
이들은 이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유에 대해서도 "제목에 혹해서" "일본이 정말 침몰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보러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일 네티즌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게시판.
ⓒ2006 인조이재팬 사이트
다음 라운드는?이같은 공방과 관련 " 표절 시비 자체가 혐한 네티즌들의 술수에 놀아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국 영화의 독창적 캐릭터를 창조하는 기반을 다지는 데 힘써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편에선 이같은 공방 자체를 "너무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김유식 대표 역시 "특별할 것 없다"면서 "이슈가 바뀌었을 뿐 한일 네티즌간에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비록 최근 고이즈미 신사참배 등의 문제로 한일간에 더욱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한일 네티즌간에는 항상 서로에 대한 시기심과 적대감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어쨌든 과 을 둘러싼 한일 네티즌간의 자존심 대결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 김 대표의 얘기처럼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는 해프닝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표절 진위 여부를 떠나 한국의 표절문화를 지적하는 '혐한' 네티즌의 비판조차 가슴깊이 새길 때 다음 라운드를 좀더 멋지게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