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인터뷰] <각설탕>의 임수정

이오성 |2006.09.06 08:54
조회 50 |추천 0

[인터뷰] 소녀, 이제 어른이 되다 - 의 임수정




임수정에서 어릴 적 헤어진 말(馬) 천둥이와 우정을 나누며 최고의 기수를 꿈꾸는 소녀, 시은 역을 맡았다. “천둥이가 세 살인데요, 주위가 산만하고 호기심도 많아서 힘들었어요. 말을 잘 안 듣는 바람에 애를 많이 먹었어요. 천둥이의 상태에 따라 촬영일정이 바뀌곤 했거든요. 너무 얄미워서 한대 콕 쥐어박고 싶었죠(웃음)” 임수정은 촬영 당시 가장 힘들었던 상황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제가 매 순간순간 천둥이의 상태를 살피면서 기분을 맞춰주고 수시로 껴안아 줬더니 결국 천둥이도 마음을 열더라구요” 불평을 늘어놓나 했더니 바로 천둥이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진다. “한번은 촬영이 힘들어서 울고 있는데, 천둥이가 저를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걸 봤어요. 그 순간 천둥이와 말로 표현 못할 교감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짜릿했어요” 천둥이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는 임수정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천둥이와 제가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눈이 특히 비슷하대요. 나름대로 기분이 좋던데요” 말 못하는 말(馬) 천둥이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특유의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


은 그동안 임수정이 출연했던 영화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작품이다. 임수정이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이기 때문. 임수정이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내걸고 찍은 첫 영화. 두려움은 없었을까?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런 데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어요. 결과가 어떻든 담담하게 받아들일 거예요. 지금은 솔직히 담담해요” 원톱 주연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에 짓눌렸을 법도 한데, 임수정은 그런 부담감에서 자유로운 듯 보였다. 남의 말 한마디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상처 입는 여린 소녀인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였다. 최근 들어 애어른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임수정의 고백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임수정, 그녀는 더 이상 소녀티 가득한 수줍은 여배우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에서 임수정이 맡은 캐릭터는 전작들과 확실히 다른 편이다. 등에서 슬픔을 마음 속에 머금고 표현하지 못한 채 삭히는 소심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과는 달리 에서는 자신의 분노를 감추지 않고 감정을 내지르는 연기를 선보인다. “유달리 흥분하는 신이 많았어요. 우는 것부터 목소리를 높여 상대방을 윽박지르는 것까지 시은의 감정 표출법은 다양한 편이었어요. 사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연기라 내심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현장에서 카메라가 돌아가니까 또 되더라구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임수정의 표정에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물씬 묻어난다.


사실 시은 역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임수정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 작품. 그만큼 시은은 임수정의 매력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맞춤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많이 접해본 적이 있는 소재를 다루긴 했어요. 그래도 국내에선 최초잖아요. ‘이런 영화가 국내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구나’ 하는 처음엔 신기함이 앞섰어요. 저를 주연으로 선택해주신 것도 감사하구요. 운이 좋았죠”라며 멋쩍은 미소를 머금는 임수정. 그녀에게 은 단순히 국내 최초로 말과의 교감을 다룬 영화라는 점 이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라는 영화를 통해 거친 남성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기수의 세계에서 여성의 몸으로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이전 작품들이 주로 저의 소녀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이번 작품은 소년의 느낌으로 연기했다고나 할까요? 한두 살 더 나이 들면 좀더 거칠고 남성적인 모습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임수정 하면 떠올리는 여린 소녀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임수정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에서 임수정이 맡은 시은은 남성 기수에게 절대 지지 않는 독종 여성 기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임수정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 던지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번 만들어진 이미지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임을 감안한다면 이 영화에서 임수정의 작은 변신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씩 올라가고 싶다”는 임수정은 “은 그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영화”라고 설명한다. 벌써부터 임수정의 다음 영화가 궁금해진다.
 

그녀는 현재
박찬욱 감독의 를 촬영중이다. “ 현장에서 예전부터 알던 스탭들이 저를 두고 많이 변했다는 말을 자주 해요. 예전에는 차갑고 숫기가 없어 보이던 애가 지금은 잘 웃고 어느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고. 에서의 힘겨웠던 순간을 잘 참고 이겨낸 결과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감사해요” 그리 많은 영화에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출연작마다 자신의 이미지를 관객에게 각인시키며 배우로서 조금씩 성장해왔다. 특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들었던 은 고생한 만큼 배우로서의 각오를 다지게 만든 영화였다. “연기를 하면서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기가 진심인지 나 자신에게 되물어요. 관객들은 현명해서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금방 알거든요.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연기를 통해 저의 진심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에 쏟아 부은 임수정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작품보다 힘들었던 을 끝낸 지금, 임수정은 자신의 진심을 관객들이 알아줄 거라고 믿고 있다. 극중 시은이 천둥이에게 채찍질을 해가며 달렸던 것은 나태해지려 하는 자신을 향한 따끔한 반성의 몸짓이었을지도 모른다. 극중 시은이 최고의 기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싶은 임수정의 바람이 담겨 더 생생하게 표현되었는지도 모른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 노력하는 배우 임수정, 그녀는 영화 속 천둥이와 함께 달릴 때처럼 멈추지 않고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 힘차게 전진중이다.

사진_류관희(스튜디오 아카이브)


조정형 takejh@ticketlink.co.kr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