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이야기'라는 타이틀을 갖고 2시간여 동안 힘있게 끌어간 네 명의 공명(共鳴).
오늘 내가 경험한 것은 우리 소리의 힘이었다.
북과 장구, 피리와 가야금 등의 국악기. 게다가 기타와 현악중주.. 그리고 갖가지 크기의 대나무와 전자장구까지..!
이 밖에 다양하게 시도된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공명은 정말 가슴을 벅차게 했다.
'연어이야기'는 대금의 선율이 연어의 일생을, 가야금과 기타가 물의 흐름을, 그리고 장구가 돌 등 시련을 각각 나타낸다고 했다.
모든 연주가 말 없이 전해지는 이야기였지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감상 등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공감共感 ㅡ 이것이야말로 온갖 예술이 갖는 힘이 아닐까.
'목'을 통해서 공감을 얻는 가수들의 공연에서도 힘이 느껴지지만, 소위 악기스럽지 않은 것들-예를 들어 이제는 평범해진 생수통이나 상자 같은 소품-을 자유자재로, 그것도 매우 훌륭하게 하나의 음악으로 만드는 연주가들에게서도 그에 못지 않은 힘이 전해진다.
'난타'에서 느꼈던 땀 흘리는 몸에서 터져 나오는 열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국악의 현대식 변용이라고 한다면 웬지 여성적인 선율을 연상하기 쉽겠지만, 내가 이 공연에서 제일 처음 생각했던 단어는 '힘'이었다. 북이 터져라 두드리는 그 몸짓과 '둥둥둥'하는 소리-심장을 울리는 타악기의 매력을 거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몇 곡이 지나자 어느새 사람들은 흥을 타고 있었고, '논다'는 것을 조금씩 느껴가는 듯 했다.
구멍만 뚫으면 온갖 관에서 소리를 낼 수 있었던 피리를 불던 그.
대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세상에 하수구 막힌 것 뚫는(명칭이 무업니까;) 것에서도 소리가 나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류승범을 빼 닮았던 기타를 치던 그.
다리를 꼬고 기타를 치면서 매력적인 미소를 날리며 그가 장장 5분(?!)여 나팔을 불어댈 때는 소름이 돋았다.
웬지 악기에 대한 조예가 깊을 것만 같았던 하얀 선그라스의 그.
장구의 방향을 고쳐주는 모습에선 실없이 우스웠지만, 북을 치고, 공명(共鳴)을 흔들 때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작달만한 체구였지만 내리치는 북 소리에 힘이 엄청났던 그는 다 낡아빠진 우산을 들고 연기할 때는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내공이 상당한 듯 했다.
그들은 새로운 악기들, 소리들을 찾아내기 위해 매 순간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할까.
그러나 나는 그것이 결코 괴로움이나 노동이 아니라 행복이고 경이라는 것을 그들의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에서 볼 수 있었다.
정말 가끔씩은 '말'이 인간의 '진정'을 어렵게 하는 거란 생각이 든다.
그저 소리들로만으로도 이렇듯 감동받고, 정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ㅡ20060902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 새처년홀2006 共鳴 콘서트 <연어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