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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의 멈추지 않는 질주!

이희산 |2006.09.07 18:39
조회 201 |추천 1

최근의 두 차례에 걸친 아시안 컵 예선전에 참가한 우리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선수는 ‘설기현’이 아닌가 싶다. 비록 상대가 소위 ‘월드 클래스’의 전력을 갖추지 않은 이란과 대만과의 경기였지만, 피치에 나온 11명의 선수들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한 선수임을 두 경기에 3골, 1도움 이라는 성적표가 나타내주고 있다.

 

축구가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경기이기 때문에 수비수보다 공격수에 ‘스타’들이 많이 탄생한다. 특히, 대표팀과 프로팀에서 많은 골을 넣은 선수에겐 그 선수가 경기를 할 때, 왠지 모를 기대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안정환, 박주영에게 따라다니는 카메라 세례들이 좋은 예다.) 그리고 우리 국민 정서상,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열광한다. (대표팀의 경기를 보게 되면, 박지성과 이영표에게만 카메라가 따라다니는 것도 같다.)

 

설기현은 세계 축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 누구보다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는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았다.


2000년 여름 혈혈단신 벨기에의 프로팀 로얄 안트워프에 입단한 설기현은 1년 동안 보여준 활약으로 이듬해 벨기에 명문팀 안더레흐트에 입단하게 된다. 벨기에 리그는 유럽의 리그 중에서도 중간 정도의 레벨을 가지고 있지만, 안더레흐트는 리그의 우승팀 자격으로 해당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 그렇게 설기현은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참가 선수가 되었다. 또한, 유럽의 축구기자들의 투표로 결정하는 ‘발롱도흐’ 라 불리는 유럽 골든볼의 후보에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2004-2005 시즌에는 박지성이 후보에 올랐다.)

 

2004년, 벨기에 리그 최고 선수로 인정받은 설기현은 최고 연봉을 보장하는 구단의 잔류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인 ‘프리미어리거’가 되기 위해 잉글랜드 리그로 진출한다. 행선지는 챔피언쉽 리그의 울버햄튼. 울버햄튼은 프리미어리그 팀은 아니지만,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팀으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되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팀이었다.

 

팀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거친 잉글랜드 축구 스타일에 적응하게 되면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울버햄튼 팬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는다.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설기현 특유의 성실함이 어필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지극히 제 개인적인 입장) 선수 기용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가게 되면서 경기의 기복이 생기기 시작한다. 원래부터 좋은 경기와 나쁜 경기의 차이가 조금 많이 드러나는 선수였기에 프리미어리그의 꿈은 멀어져 가는 것처럼 느꼈고, 독일 월드컵을 앞둔 몇번의 평가전에서 ‘역주행’과 실망스런 경기력은 오히려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월드컵이 끝나고 설기현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 기록을 경신하면서 레딩에 전격적으로 입단하며 꿈에 그리던 ‘프리미어리거’가 된다. 박지성의 맨유나 이영표의 토트넘과 같이 누구나 알 수 있는 명문팀은 아니지만, 135년 역사상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된 레딩에게는 두 번의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한 설기현의 경험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챔피언쉽에서 맞대결에서의 활약도 있었겠지만..)

 

프리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설기현은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어 이후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팀에게 승리를 선사해주는 선수가 되었다.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를 관람하는 홈팬들에게 첫경기에 3-2의 짜릿한 역전극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 뒤의 두 경기에서도 빼어난 활약으로 팀에서 선정한 8월의 MVP로 등극했다. 이미 레딩 팬들에게는 설기현은 호나우디뉴 이상의 존재인 것이다.

 

이란-대만전에서도 설기현은 단연 빛났다. (그가 부러워해 마지 않았던 박지성, 이영표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자신의 꿈을 이뤘다는 자신감이 드리블, 패스, 슈팅 하나하나에 녹아났음을 느꼈다. 수많은 골 기회를 놓쳤던 2002년 월드컵과 ‘2부 리그’ 인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며 우리의 뇌리에 조금씩 잊혀져 갔던 설기현이 다시 우리의 스타로 귀환한 것이다. 마치 2002년 이탈리아와의 경기 후반 극적인 동점골로 그간의 수 많은 골 찬스를 놓친 비난의 화살을 잠재우듯이…

 

설기현에게 ‘인생역전’이라는 표현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프리미어리그에 성공적으로 입성을 마친 설기현의 모습을 단순한 ‘인생역전’으로 치부한다면, 6년 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시켜 당당한 프리미어리거로 거듭난 설기현이 흘린 땀을 무시하는 것이 아닐까??

 
꿈을 포기하지 않고 수많은 유혹을 쳐가면서 결국 그것을 손에 쥔 남자. 그에게 다시 한번 레딩의 팬들처럼 기립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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