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적 사대주의3: 우리 것은 무조건 좋지 않다고 말하기...
박민기
|2006.09.07 21:18
조회 48 |추천 0
태권도 역사 논쟁과 관련해서 내가 참 이해할 수 없었던 것 하나는 닌자 무술과 합기도 무술에 대한 역사적 논증에 관련된다. 나는 이런 논증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리라고 기대했다. 한국의 합기도는 아이끼도를 만든 우에시바 모리헤이도 배우고 싶어했던 신라무술 '대동류 합기유술'을 그대로 전수한 무술이며,그래서 아이끼도 보다도 어떤 점에서는 역사적 전통성이나 무술적 가치에서 더 뛰어난 무술이다. 게다가, '말로만 듣던' 삼국시대의 무술을 역사적으로 발견한 것이다. 한편 닌자 무술은 어떤가? 일본 문화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닌자 무술이 사실은 고구려 무술이 일본에 건너가서 발전한 것이라는 사실은 또 다른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런 결과가 단순한 추측이나 몇가지 고고학적 사실에 의한 추정이 아니라, 일본의 여러 문헌적 자료와 고고학적 증거들을 종합한 결과에서 추론된다니, 이만한 발견이 또한 어디에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은 무술의 역사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네티즌들이나, 무술의 역사에 관해서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별로 감흥을 주지 못한 것 같다. 태권도가 한국의 전통무술이 아니라 실은 가라데에서 파생된 무술이라는 사실을 그토록 중요하게 다루는 그 많은 사람들이 왜 그 반대의 사실, 즉 닌자 무술과 합기도가 삼국 시대의 한국 무술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은 왜 또한 그토록 무시할 수 있는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순하 대중의 유행을 고려하지 않고, 그 역사적 인식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만을 고려해 본다면, 작년 이전부터 모든 무술 관련 게시판에서는 한국 합기도와 일본 닌자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논쟁들로 글이 넘쳐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왜인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대답, 하지만 가장 강력한 대답은 이렇다. 인터넷에서 무술 역사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전통무예의 역사적 전통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관심거리가 되고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만, 일본의 전통무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한국의 무예에 역사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관심거리도 아니고 강조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는 입장을 가진 것이다. 우리 것에 대해서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남의 것이 사실은 우리 것에서 생겨났다고 말하는 것은 말하고 싶지 않다. 이것이 태권도 역사와 그 밖의 무술의 역사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떠들어대는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에 깔린 근본 태도이다. 이것이 망국적 사대주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라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가라데의 역사적 기원을 보면 한국의 무예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왜 "오끼나와데"를 일본에 유입하면서 "가라데"라고 이름을 바꾸었겠는가? 그 "가라"는 당(唐)을 가리키지만 그 당나라는 이미 천 년 이상의 옛날에 사라진 중국의 이름이고, 또한 더불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항상 '가라'(唐)라는 이름으로 불렀는데 말이다. 왜 가라데에만 태권도와 비슷한 발차기가 있고 유도와 아이끼도에는 없는가? 왜 가라데에 있는 발차기만 무릎을 접어차는 발차기, 즉 태권도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발차기 기법을 구사하고 중국의 무술들은 다리를 뻗은 채로 차는 발차기만을 하며 일본의 다른 무술에는 발차기 자체가 거의 없는가?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태권도가 가라데에서 파생한 무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몇 가지 증거들(그것도 대부분은 틀린)보다도 더 강력하게, 가라데가 한국의 무예에서 파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들이 된다. 하지만 왜 이런 것들은 모두 무술의 역사에 대해서 침을 튀기며 떠들어대는 네티즌이나 몇몇 학자들에게까지 별로 감흥을 주지 못하는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은 그들이 우리 것이 사실은 남의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할 뿐이지, 남의 것이 우리 것에서 나왔다고 말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부 정치권의 정치꾼들이 보여주는 사대주의적 행태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만, 우리들이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터넷 상의 논쟁들에서는 더욱 더 근원적인 사대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그런 행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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