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적 사대주의4: 자기권위 높이기=우리 문화 망가뜨리기
박민기
|2006.09.07 21:18
조회 40 |추천 0
네버째로 언급해야 할 망국적 사대주의는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아는 권위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서 드러난다. 무술에 대해서 말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라. 특히 무술의 역사에 대해서 말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라. 한꺼번에 듣고 싶으면 이 사이트의 역사란에 모아진 글을 읽어봐도 좋고, "태권도 현대사와 새로운 논쟁들"이란 책의 뒤의 부록을 읽어 봐도 좋다. 거기에 보면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자신이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각종 무협지에 가까운 환상적인 추측들을 쏟아놓으면서 태권도 역사에 관련된 적나라한 사실들도 같이 꼬집는다. 그럼 그렇게 잘 아는 그들은 누구인가? 사실은 중고등학생들이거나 혹은 취미로 무술수련을 하는 의사 등이 그들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나 말고 모든 사람들이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라는 말이 아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아는 바를 논쟁에 덧붙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그렇게 토론은 발전할 수 있다. 문제는 섣불리 내리는 결론에 있다. 그리고 그 결론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태도에 있다. 어떤 의사라는 사람은 "한국 사람 이래서는 안된다"라는 선구자적인 목소리로 외치면서 태권도는 가라데에서 왔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떠들고 다닌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의사가 진정으로 태권도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 수 있는가? 결국 그 사람이 내세운 모든 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무술 교본들 몇 권, 그리고 자신이 스스로 상상력으로 써 본 무술론 등이 전부였다. 우스운 일이다.
의사가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 우스운 것이 아니다. 의사 아니라 무역업자, 혹은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 무슨 의견이든 피력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당하게 그런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신뢰할 만한 근거들이지, 전문직 종사자라는 신분은 아니다. 말을 좀 잘 한다거나 글을 좀 잘 쓴다거나 다른 학위가 있다는 것도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 논의하려면 태권도 역사에 대한 논의에 필요한 충분한 연구를 하고 자료를 모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하건 무조건 결론을 유보할 수도 없을 것이다.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 아무도 절대적 진실을 말할 수 없으므로 말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누군가가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 잠정적인 결론이라도 적절히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태권도를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태권도를 무조건 사랑하는 사람,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도 아니다.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 깊이있게 연구하고 더 많은 자료와 근거를 확보하였으며 그런 많은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춘 사람일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물리학에 대해서 누군가가 주장할 때, 혹은 세계 대전의 원인에 대해서 누군가가 주장할 때, 그 사람이 누구이어야 정당한 권위가 설 것인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역사학 박사학위를 가졌다고 물리학에대해서 떠드는 사람의 말을 믿을 것인가? 아닐 것이다. 혹은 세계 대전의 원인에 대해서 말하는 철학자의 말을 믿을 것인가? 그 철학자가 세계 대전의 원인에 대해서 연구하지 않았다면 그 말을 믿어서는 안된다. 그럼 세계 대전이 진행될 때 전투에서 총을 쏘던 사람의 말을 믿고 세계 대전의 원인에 대해서 결론지을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역시 세계 대전에 대해서 가장 연구를 많이 하고, 또 그런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갖춘 사람의 연구를 믿을 것이다.
그럼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도 똑같지 않겠는가?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 말하는 많은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내가 60년대부터 태권도를 수련했다." "우리 아버지가 옛날부터 태권도를 수련한 태권도계의 원로이다." 등등.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당신은 "내가 6.25전쟁 때 총알을 피하며 직접 전투를 했다"는 일등병의 말을 믿고 6.25전쟁의 역사에 대해서 모두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돌아보면 한국의 역사와 같이 전개된 태권도의 역사는 한 개인의 경험에 의존해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개인들의 경험은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 증거도, 어떤 것을 확증하기 위한 증거보다는 어떤 것을 부정하기 위한 증거가 될 때 가장 결정적인 것이 된다. 예를 들어서 태권도에 가라데의 영향이 초기에 없었다는 주장이 있을 때, "내가 직접 수련했었는데, 그 때에는 가라데 품새를 수련했다"라고 말한다면 그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런데 태권도에 가라데의 영향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나는 가라데 품새를 수련한 적이 없었다"라는 경험은 반대 증거가 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가라데 품새를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인들의 경험은 모두가 모여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긍정적인 주장을 이끌어내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그 하나 자체로만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그런데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옛날에 직접 수련했는데 이렇더라라고 말한다. 그래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 자기의 경험을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는 해석이 개입해야만 한다. 모든 사람들이 어떤 정치인을 욕했다고 해서 그 정치인이 역사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의 모든 학교에서 일본어를 국어로 가르친 적이 있다고 해서 한국어는 일본어에서 생겨난 것이 되지 않는다.
태권도를 오래 수련한 분들이 많다는 것도 좋고, 그 분들이 태권도가 가라데에서 왔다고 주장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권리도 조금은 있겠지만, 월권을 해서는 안된다. 자기 자신이 자기의 경험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잠정적으로 언급하거나 보조적으로 증거를 첨부해야만 한다. 태권도를 오래 수련했다고 태권도 역사 전문가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자기 권위 높이기는 중고등생들 중심의 네티즌에게서 가장 잘 나타난다. 그들은 자신이 무술 수련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더 무술의 고수가 되었다는 착각을 느끼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많이 준다. 그들은 각종 무술에 대해서 다 꿰뚫고 있는 듯이 말한다. 최배달이나 김원국, 최홍희, 후나고시 기친, 우에시바 모리헤이 등 유명한 사람들 이름은 다 나온다. 유명한 사람들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남파 소림, 일본의 유술, 검도, 태극권 등 무술 유파도 다 나온다. 가라데에는 고주류와 송도관류 등 여러 종류가 있다는 등,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그들은 취미생활로 일반인들보다 무술에 대해서 더 많이 알지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로 무술의 역사에 대해서 권위자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신은 영문법에 대해서 미국 사람보다 더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영어의 역사에 대해서 영문학자보다 더 잘 아는 것도 아니다. 태권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충분한 권위자가 되려면 충분한 연구능력과 충분한 연구실적을 갖추어야 한다. 제발, 자신이 무술에 대해서 잘 아는 척 하는 것도 좋고, 그래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그런 과정에서 한국의 태권도에 대해서 근거없는 결론을 단언함으로서 우리 문화를 다 망가뜨리지 마라. 우리 문화를 다 망가뜨림으로써 우리 문화는 아류문화로 떨어지고 사대주의는 강화될 것이다. 왜? 우리 것은 좋은 것이 하나도 없는데 다른 문화는 좋은 것들로 넘쳐난다. 어찌 사대주의자가 되지 않겠는가?
무협지에 가까운 지식들로 아는 체하면서 만족하기는 중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몇몇 대중적 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른바 학자라고 하면 반드시 학위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학위가 있다면 그 능력을 검증하기에는 편리하다.) 유명한 대학에서 강의를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훌륭한 학자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충분한 능력과 학문적 성취가 중요하다. 우리 나라 학자로 말하자면 "친일문학론"으로 유명한 "임종국" 선생같은 분을 예로 들수 있고 외국 학자로 말하자면 특허청 하급 관리로 있었던 아인쉬타인을 들 수 있다. 임종국 선생은 친일문학론을 기점으로 친일파에 대한 연구를 일생동안 했기 때문에 친일파들이 사회 기득권을 다 움켜쥐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 대학 교수는 커녕 학위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분이 진정한 학자이며 친일파에 대한 그의 연구가 학문적 권위가 크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친일파 후손이 아니라면.) 아인쉬타인은 어떤가? 특허청 하급관리가 말하는 물리학의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결국 그는 유명한 대학 교수들 위에 군림하는 학문적 권위를 얻었다.
그럼 이에 반해서 김용옥은 어떤가? 그는 모든 유명한 학위는 다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적 성취는 거의 없는 사람이다. 무슨 특허청 하급관리도 아니고, 그처럼 학위와 사회적 기득권을 충분히 가지고서도 학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렇다고 그가 아무런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중들로부터 철학을 쉽게 설명한다고 평가받는 그는 훌륭한 철학 교사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가 말하는 철학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가 곧바로 훌륭한 철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우기 역사학자는 더욱 아니고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 그가 말할 수 있는 바는 더욱 없다. 그가 태권도 역사에 대해서 말하는 것, 그래서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가 가진 대중적인 글쓰기의 능력, 까발리기 좋아하는 그의 성향이 대중적인 호응을 주기 때문이고, 더불어서 태권도학계에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저 그의 학위에 주눅들어서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충분한 학문적 근거들은 거의 일천하다. 이제 태권도가 발전하려면 그런 학벌에 눌려서 권위에 맹종하는 풍토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중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물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역사학자가 떠드는 상대성 이론을 믿을 수 없듯이, 특별한 연구도 없이 옆에서 주는 자료들로 일주일 만에 대충 쓴 책 한권의 내용을 맹종하는 것도 옳지 못한 행동이다. 이런 일로 철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한 개인의 권위는 높아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문화는 망가진다.
이상에서의 내 주장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떤 주장이 정당하게 권위를 얻으려면 그에 걸맞는 연구능력과 연구성과에 기초해서 제시된 주장이어야 한다. 단지 그 주장을 하는 개인의, 별 연관없는 특징(학벌이나, 무협지적인 지식이 많음, 혹은 개인적으로 태권도를 많이 수련 했음)에 의존해서 부당하게 권위를 얻으려 하면 안된다. 그런 식으로 우리 문화를 마구 망가뜨리지 말라. 우리 모두 공멸하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