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은 평소 정말 자상하고 세심한 성격이고, 저희는 2년 반 정도 만나고 있어요. 원래 아침마다 먼저 연락해주고 제 컨디션이나 몸 상태도 잘 챙겨주는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 제가 몸 상태가 좀 안 좋고, 오늘은 특히 은행 업무 때문에 비 오는 날 밖을 오래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평소처럼 단순히 “조심히 다녀와” 정도가 아니라, “오늘 밖에 오래 있어야 하니까 몸 더 조심해”, “비 오는데 무리하지 마” 같은 조금 더 상황에 맞는 세심한 걱정을 기대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런 부분까지 잘 챙겨주던 기억이 있어서 더 그랬고요.
오늘 아침 남친이 보낸 톡은 이랬어요.
“자깅♡♡ 푹 자고 일어났엉? 컨디션은 어때? 감기 심한 건 좀 어떻고? 출근 준비 잘 하고 비 오니까 우산 잘 챙기고♡ 출근할 때 차길 조심하공 길조심해서 출근해♡♡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
분명 다정한 말들이긴 했는데, 점심시간에 통화하다가 문득 오늘 제가 밖에서 오래 업무 보는 날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었는지 궁금해져서 물어봤어요. 그런데 대답을 버벅거리며 얼버무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 까먹었구나 싶었고, 그 순간 조금 서운했어요.
제가 서운한 티를 내니까 남친은 “그걸 다 포함해서 걱정한 말”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단순히 “조심해”라는 말 자체가 부족했다기보다, 오늘 제 상황을 기억하고 신경 써줬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던 거였거든요. 그래서 제 말의 포인트가 그게 아니라고 했는데, 남친은 계속 “다 걱정돼서 한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이미 까먹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상태라 마음이 더 서운해졌어요.
아마 제 목소리 톤에서 티가 났던 것 같아요. 남친이 기분 안 좋냐고 물었고, 저는 괜히 분위기 더 이상해질까 봐 “아니야”라고 했어요. 그런데 남친도 제 목소리가 평소와 다른 걸 느꼈는지 “아닌 것 같은데…”라고 하다가 점심시간 끝나서 통화가 마무리됐고요.
사실 저는, 제가 서운해하는 게 느껴졌다면 “왜 서운했는지 말해봐” 하고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가주거나, 제 마음을 달래주려고 해줬으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서운한 티가 나면 늘 이렇게 어색하게 넘어가는 느낌이라, 그 부분이 더 속상하게 남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