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항상 시계를 차고 다니는거에요?"
사실 이유를 몰랐던 건 아니다.
아무리 가리려고 애써도 시계 따위로 가리는 건
한계가 있었으니까,
이런 질문하는 건 정말 바보같은 행동이지만,
그래도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 그녀를 힘들게 했었는지,
어떤 일이 그녀로 하여금 그런 가슴아픈 행동을 하게 했었는지,
말 없이 시계를 푸르는 그녀의 손길에서
작은 떨림조차 한없이 크게만 느껴졌다.
이윽고 시계가 그 손목에서 벗어났을 때
힘들었던 그동안의 순간들을 말해주듯,
그녀의 손목에는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자상'들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졌다.
"이렇게 살았었어요. 긋고 또 그었지만,
마치 누군가가 나를 막는듯한...
그래서 항상 마지막은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죠.
그런데 나 어떻하면 좋아요?
이런 몸으로, 이런 상처받은 가슴으로도,
나... 살고 싶어졌어요."
문득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났다.
그때도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하지만 이젠 그런 건 상관없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살아남아줘서,
지금 내 앞에 있어줘서... 너무 고마워요."
내 말을 듣자마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그녀의 모습이 왜 그렇게 예뻤던지,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지금부터니까...
"우리 다음에 예쁜 손목시계
같이 사러가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