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그여자 ㅡ '우산속 데이트'
비가 옵니다.
한 우산 속에서 걷다 보니
어깨가 슬쩍 맞닿기도 합니다.
습한 공기에 끈끈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한 발 옆으로 떨어져 봅니다.
금세 후회합니다.
한 걸음 떨어지긴 쉬웠지만 다시 가까이 다가서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고맙게도
갑자기 비가 많이 쏟아집니다.
놀라는 척하면서
간신히.. 그녀 옆으로 다시 다가섭니다.
아.. 이럴 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척 얹고,
"이래야 비를 덜 맞을 것 같아서요."
변명처럼, 순진한 얼굴로 말하고 싶은데
이건 너무 흔한 수법이겠죠?
방금 그녀가 물구덩이를 밟아서
그녀 발목에서 찰랑대던 발찌에
흙탕물이 튀었습니다.
허리를 굽혀 휴지로 닦에 주고 싶지만
그럼 또 엉큼하다고 생각할까 봐
다시 한 번 망설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 좋습니다.
그녀와 조금 더 가깝게 걸을 수 있고,
그녀의 샴푸 냄새가 조금 더 짙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