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한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핌 베어벡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목표는 당찼다.
베어벡 감독이 한국 축구의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후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 지난 8일 경향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자신의 당면 목표를 이렇게 밝힌 베어벡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준비도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이 부족한 것은 국제 경기 경험”이라고 지적한 베어벡 감독은 “K리그도 매력적인 리그”라며 관중동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감독이 된 뒤 3경기를 치렀는데 결과에 만족하십니까.
“목표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고 3경기를 모두 이겨야 가능했는데 아직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란과 비긴 게 아쉽습니다.”
-A대표팀은 물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대표팀도 맡았는데 본인의 의사였습니까.
“물론 내가 원했고 대한축구협회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모든 일에 관여하면서 컨트롤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내 생각을 연령별 한국 축구대표팀에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환상적인 일입니다.”
-데뷔전인 대만전에 나설 대표팀을 뽑을 때 선수들을 많이 보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혼자 많은 선수를 보기 어려울 텐데 코치를 추가로 영입할 생각은 없습니까.
“문제는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들이 나이 제한 탓에 지금 K리그에서 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올림픽 대표는 2군팀이나 대학 등에서 뽑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 당장의 목표는 대표팀의 아시안컵 본선 진출과 아시안게임 우승입니다. 현재 고트비·홍명보·코사 코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협회 기술국과 기술위원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코치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강하지만 ‘승부사적 기질이 부족하다, 너무 수비지향적이고 안정지향적이다’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견해가 있습니다. 한국에는 4천8백만명의 감독이 있지 않나요.(웃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결론을 내립니다. 내가 어떻게 훈련하는지, 내가 미래에 대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등을 모릅니다. 나는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면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을 훈련시킵니다. 뚜렷한 계획이 있어 별다른 문제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배운 것은 무엇이고, 본인은 어떤 지도자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우승한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일 뿐입니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는 경험이 무척 많은 지도자입니다. 그들은 환경에 따라 무엇이 필요한지, 경기장 안팎에서 환경을 어떻게 컨트롤할지를 잘 알고, 나는 그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따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최근 대표팀에서 안정환과 박주영을 제외했습니다.
“둘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안정환은 경험이 풍부하지만 소속팀이 없어 플레이의 파워를 잃었습니다. 클럽이 없다면 미래도 없죠. 박주영은 한국의 미래이고, 우리 코칭스태프는 어린 선수들을 큰 선수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의 박주영은 자신감을 잃었고 골도 못넣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자신감을 찾으면 그를 대표팀에서 볼 수 있겠지만, 우선은 그를 스포트라이트에서 멀리 떨어뜨리는 게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프리미어리거들도 못하면 박주영처럼 대표팀에 뽑지 않겠다는 뜻입니까.
“원칙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거들은 대표팀의 주축입니다. 만일 국내에서 이들보다 잘 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야 합니다. 그들은 기량과 경험에서 최고 선수들이고 나는 그들을 존중합니다. 설기현을 예로 들까요. 설기현은 독일월드컵 이전 6개월 동안 울버햄프턴에서 많이 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급 능력이 있어요. 팀에서 그를 쓰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금 설기현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신의 능력을 직접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최종 목표일 텐데 마스터 플랜을 밝혀주십시오.
“나는 2008년까지 계약돼 있는데요.(웃음) 하지만 월드컵이 얼마나 중요하며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2002년에 환상적인 일을 해냈고 2006년에도 잘 했습니다. 2002년의 영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물론 월드컵입니다. 나는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압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선수들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말했습니다. 이미 월드컵 준비는 시작됐습니다.”
-2010년까지 대표팀을 맡는다면 2006년에 비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합니까.
“독일월드컵은 훈련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유럽리그와 K리그는 비교가 어려울 만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줄이려면 훈련 시간이 많아야 합니다. 지난 이란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 강호인 이란전은 무척 중요했지만 경기 이틀전 소집된 선수들은 너무 피곤해 했고 전술훈련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만전에 대비한 준비상황과 플레이는 달랐습니다. 좋은 팀이 되려면 좋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훈련 시간이 많아야 합니다.”
-2010년까지 시간은 넉넉합니까.
“축구 관계자 모두 훈련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압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협회와 K리그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국가대표팀과 프로리그는 결코 다르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대표팀이 잘되면 프로도 좋고, 프로가 잘 되면 대표팀에도 좋습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부터 대표팀과 K리그가 같다는 생각으로 밸런스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아시안컵 출전권을 땄으면 아시안게임 준비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일단 다음달 11일 시리아전을 반드시 이겨 아시안컵 본선행을 확정하겠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최고의 팀을 만들겠습니다. 훈련 때는 추가로 어린 선수들도 뽑을 계획입니다. 물론 이들이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할 수도 있지만 선배들과 훈련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성국은 대만원정 대비 훈련에서는 무척 소극적이었지만 이란·대만전에 대비한 훈련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다음에는 훨씬 쉬워집니다.”
-한국축구의 잠재력을 어떻게 보십니까.
“무척 큽니다. 한국 선수들을 보면서 놀란 것은 대부분 양발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한국 선수들은 신체적으로 강하고, 기술도 뛰어나고, 의지도 강합니다. 컨디션이 나빠도 빨리 회복해 싸우려고 합니다. 부족한 것은 국제 경기의 경험입니다. 국제대회에서 뛰려면 선수들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승리에 보탬이 되고, 어떤 플레이가 잘못된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코칭스태프가 그들의 능력 100%를 쓸 수 있습니다. 박주영은 엄청난 재능이 있지만 더 배워야 합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무대로 나가려면 모든 훈련과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향상시켜야 합니다.”
-K리그에 관중이 적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도 궁금합니다. K리그 선수들과 게임은 매력적입니다. 한국축구는 나쁘지 않고, 흥미진진합니다. 그런데 왜 한국 축구팬이 이천수나 최성국을 직접 보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뭔가가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유럽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문제에 대해서 빨리 논의하고 어떻게 향상시킬까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를 모읍니다. K리그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벌써 6년째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지만 가족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게 없습니다.
“아내와 세 딸 모두 나를 많이 그리워합니다. 98년 네덜란드를 떠나 벌써 8년간 외국생활을 하니 당연하겠죠. 2010년 월드컵 이후 네덜란드로 돌아갈 가능성은 95% 이상입니다. 가족은 내가 한국과 한국 사람, 한국 선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압니다. 협회로부터 대표팀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가족은 모두 가서 도전하라고 했습니다.”
-한국 생활은 어떻습니까. 어느새 한국인이 다 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2003년 10월 한국에 다시 왔을 때가 기억납니다. 서울도 알고 사람도 익숙했습니다. 모든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필요하다면 매일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살 수도 있습니다. 한국 음식 중에는 김치·생선회·밥·비빔밥을 좋아하고 김치찌개를 특히 좋아합니다. 낙지는 못 먹지만.(웃음) 지난해 아드보카트 감독과 한국에 왔을 때 너무 기뻤습니다. 특히 많은 팬은 환상적인 존재죠. 사생활은 갖기 힘듭니다. 독일월드컵 이전에는 어느 정도 사생활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호텔 주변을 산책하고 커피숍에 가도 그냥 ‘헬로’라고 인사하면 끝이었습니다. 지금은 달라요. 얼마전 뮤지컬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뮤지컬이 끝나자마자 집에 안전하게 돌아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원해 놀랐습니다.”
〈글|김석·김세훈 사진|박민규기자〉
-베어벡 감독은-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핌 베어벡 감독(50)은 1974년부터 7년간 네덜란드 1부리그 스파르타 로테르담에서 선수로 활약했고, 81년부터 같은 팀의 청소년팀 감독으로 지도자 길을 시작했다. 그라프샤프·페예노르트·그로닝엔(이상 네덜란드)·오미야(일본)에서 감독을 한 뒤 2001년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대표팀을 맡아 2002년 한·일월드컵 4강행을 이끌었다. 아인트호벤(네덜란드) 유소년팀 코치·네덜란드령 안틸러스 국가대표팀 감독·보루시아 MG(독일) 코치를 거쳐 2005년 7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대표팀을 지도하다가 그해 9월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독일월드컵을 치렀다. 6년간 한국대표팀과 인연을 맺으면서 ‘한국통’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론에 해박하고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당히 부지런하고 도전정신이 강하다. 네덜란드·영어·독일어를 구사한다. 부인과 3명의 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