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비 내리는 날 / / / / /

조미희 |2006.09.15 14:11
조회 22 |추천 0


가을비 오는 날을 위하여

창 밖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 둘 일이다.


노랑 할미새 찾아와 앉는 은행나무이거나

때가 되면 붉게 타는 단풍나무이거나


비가 오면, 비가 오면

한 잔의 낮술에 가슴을 태우며

단풍이 붉은 이유를

가을비 속에 적셔 볼 일이다.


가을비 오는 날을 위하여

한 번도 걸어 보지 않은 길 하나

남겨둘 일이다.


바다로 말없이 트여 있는 길이거나

그 시절 헤매이던 갈림길

가로수 몇 그루 언뜻 보이는 그런 길이거나


남겨둔 길을 위하여 비는 내리고

빗길 따라, 걸어 온 세월을 따라

물이 드는 나의 나뭇잎

하나 둘 세어 볼 일이다.


메마를수록 젖어들 줄 아는 또 다른 나의 순수 앞에

그냥 서 있어 볼 일이다.



수평선 하나 저 만치 두고

가슴 깊이 깊이 남겨 두었던 그 목소리를 찾아

전화 한 번 걸어 볼 일이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