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여자 (2/2)
이일우
|2006.09.19 01:03
조회 89 |추천 0
S#39. 치성 방
도둑, 무릎 꿇고 있고...
치성 이 새끼야... 나이도 어린 새끼가... 열심히 일해서 돈 벌 생각을 해야지...
도둑 남들 다 잘 때 이런 거 하는 것도 힘든 거에요...
치성 장하다 새끼야... 나도 힘들게 살아. 하지만 너처럼은 안 산다. 너...사랑이 뭔 줄 알아?
도둑 ...갑자기 왜 그 얘길 꺼내시는 겁니까?
치성 .....
도둑 제가 잘못했습니다.
치성 내가 널 숨겨 주는 건... 다음부터 도둑질 잘하라고 숨겨 주는 게 아냐... 야...내가 너 숨겨줬다고 니가 뭐 선녀들 목욕하는 폭포를 알려줄래... 아니면... 도둑질한 걸 반띵해 줄래... 그렇게 살지 말라고 이러는 거야.
도둑 죽어버릴까도 생각했어요. 이렇게 살려면 차라리 죽어버릴까도 생각했어요... 근데... 어쨌든 살아야 되잖아요. 붙어 있는 목숨이니까... 숨쉬며 살아봐야 되잖아요. 나이는 어려도 마누라에 애들도 둘 있어요... 살아봐야 되잖아요. 나 죽으면 그것들 어떻게 해요? 내 목숨이 내 목숨이 아닌걸... 뭘 해서든 살아야 되는 거 아녜요?
치성, 그 말을 들으면서 이상하게 눈물이 글썽인다.
도둑도 울고....
치성도 울라하고...
치성, 이불을 확 거치더니... 돈뭉치 몇 개를 던져 준다.
도둑 울며 놀란다.
치성 살아라... 가서 ...새끼야 ...오래오래 잘 살아라...
도둑 사장님...
치성 나 사장 아니다...새끼야 ... 행여 계속 도둑질 할 거면 걸리지 말고 잘 해라. 이 동네에서 또 걸려 가지고 도망치면... 우리 집에 와서 숨었다 가라.
도둑 (감격스러움에 목이 메어) 사장님...
치성 새끼가... 나 사장 아니라니까...
S#40. 대문 앞
도둑과 치성의 이별
그 둘의 옆으론 술에 취해 비틀대며...가는 주정뱅이.
도둑 명심하고 잘 살겠습니다. 또 찾아뵙겠습니다.
치성 두달 후엔... 오지마라. 주인 바뀌어 있을 꺼다.
도둑 이사 가시면 연락 주십시오.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치성 후...연락 못할 거야... 죽지 말고 오래 살아라...
도둑 가려다가...
도둑 저요... 사랑에 대해서 잘은 몰라요... 근데.. 사랑하면요... 그냥 사랑 아닙니까? 무슨 사랑...어떤 사랑...그런 게 어디 있나요? 그냥... 사랑하면...사랑하는 거죠... 도둑이라 잘은 몰라요.. 가겠습니다...
도둑의 사랑담이 가슴에 남는다.
그때, 지나가는 주정뱅이의 눈이 빛나며 도둑이라는 말이 귀에 번쩍 들어온다.
도둑 (가다가...다시) 뭐 드릴 것이 없어서 그냥 놓고 갑니다 사장님...
S#41. 치성 방
치성 들어온다.
방에 놓여 있는 도둑의 가방...
‘저..도둑이 놓고 갔네’
S#42. 다음날. 치성의 집 앞 골목
경찰들이 몇 명 서있고 치성 집을 들락날락
이연... 그 집 앞 골목을 지나는데...
웬일일까?
이연 여기 왜들 이렇게들 있어요?
경찰 여기 집주인 아십니까?
이연 왜요?
경찰 동치성씨 하고 무슨 관계죠?
이연 그냥... 전... 아는 여자인데요...
경찰 뭐요? 그럼 난 뭐 모르는 경찰입니까?
다른 경찰 가방을 들고 나오면서...
다른 경찰 어제 도난 당한 게 맞습니다... 그리고 현금 다발 뭉치들도 나왔습니다.
경찰 뭐야... 장물애비야? ...
다른 경찰 아무래도... 본거지 같습니다...
이연... 뭔가 크게 잘못됨을 느끼겠지...
S#43. 야구장
치성... 마운드에서 볼을 빡빡 뿌려댄다.
볼... 쌩쌩하다.
그 볼을 지켜보는 11번과 13번
11번 어깨 와작 났었단 놈 볼이 지금... 몇 키로가 나오는 거야?
13번 (의미심장한 눈초리) 속도가 문제가 아니야... 실밥을 이상하게 잡고 있어...
11번 네?
13번 다섯 개 중에 하나 정도 이상한 걸 뿌리는데... 체인지 업도 아닌 것이 회전이 다른 게 하나 있어...
옆에 감독과 코치들도 치성의 투구를 보고 있다.
감독 (13번을 보고) 쳐볼래?
13번 저요?
감독 (소리 지른다) 동치성... 타자 놓고 쳐봐라.
13번... 조금 찝찝한 얼굴로...
타자석으로 간다.
자세를 잡는다.
그러다가 앉아 있는 포수한테 작은 소리로 말을 붙인다.
13번 가끔 이상하게 하나씩 뿌리는 건 뭐냐? 니가 싸인 낸 거냐?
포수 죽겠습니다.. 나도... 회전이 이상하게 먹는 게 코앞에서 또 바뀌는데... 속도는 직구랑 똑같아요... 볼집에 안 들어 와서 손바닥에 피멍들겠다니까요...
치성... 숨을 고른다.
13번도 긴장한다.
치성, 볼을 뿌린다...
뻑.... 뻑....
두개의 볼이 미친 듯이 들어온다.
그리고... 치성의 글러브 안... 치성의 손가락이 실밥의 잡는 형태를 이상하게 가져간다...
치성... 볼을 뿌린다.
13번의 눈에 들어오는 볼... 실밥의 회전... 변한다...
13번의 눈에 볼이 커져 보인다.
13번의 방망이가 돌아간다...
딱....
방망이에 맞은 볼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간다.
거의 홈런성의 볼이다...
치성 날아가는 볼을 본다.
13번...방망이를 잡은 손이... 진동에 흔들린다.
13번의 얼굴이 파래지며...굳는다.
11번... 날아가는 볼을 보며 ....역시나 하는 얼굴로 흐뭇해한다.
11번 별거 아니구만...
13번...다시 자세를 잡는다...허나 얼굴이 굳어 있고 땀이 주르륵...
치성...다시 포수에게 볼을 건네받는다...
하지만 볼을 던지려 하지 않는다.
가만히 서있는 치성....
13번...방망이를 들고 타격 자세는 잡고 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방망이를 잡은 손이 떨려오고... 급기야 들고 있던 방망이를 손에서 떨어뜨린다.
13번,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리고 푸석 주저앉는다...
자신의 손에 느끼는 고통을 숨길 수 없다...
치성, 손에 들고 있던 볼을 놓는다.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S#44. 야구장 앞...
치성, 가방을 들고 나온다.
옆에 코치....
치성 나... 투수 안하면 안 되요?
코치 어깨 때문에 그러냐? 아파?
치성 그냥... 나 그냥 외야 갈게요... 나 못 던지겠어요...
코치 막말로 너... 외야 나가면 타자도 해야 되는데... 너 방망이가 되냐? 그리고 외야는 뭐 아무나 가냐? 수비가 되냐? 니가!!!
치성 나... 자신 없어요... 나... 마지막이에요...
코치 나도 알아... 마지막 기회야.
치성 그게 아니고 내 인생 마지막을 실패로 끝내고 싶지 않아요...
코치 너 ... 지금 겨우 스물아홉이야... 스물아홉짜리가 뭐 그리 마지막 타령이냐? 너에겐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고 .... 얼마든지 기회와 시간이 있는데 왜 그러냐 도대체... 자신감을 가져!!!
치성 (소릴 지른다) 나요... 내년 없어요... 아시겠어요? 나요!!! 보험도 들 수 없는 놈이에요... 아시잖아요... 운동장 두 바퀴도 숨차서 못 뛰어요...
코치 그러니까 달리기 안하는 투수를 하란 말이야...
치성 왜 그렇게 답답하세요? 볼을 던질 수가 없어요... 이젠 아무 희망도 없다구요...
코치 아까 스피드건 못 봤냐? 그렇게 던질 수 있는 놈이 볼을 못 던진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너 지금 왜 그래? 너 나한테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냐?
.치성 (절규처럼 외친다) 나... 사랑도 없고 내년도 없고... 그래요... 예전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볼을 던졌어요... 근데 이젠 볼 던질 아무 이유가 없어요!!! 아시겠어요... 나는!!!
그때, 뒤에서 들리는 이연의 소리....
이연 저기요..
이연,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한 장면에 끼어들었다.
치성... 절규하다 삑사리 날 뻔 했다...
치성 뭐에요?
코치 지금 안 되요.... 싸인 나중에 받으러 와요.
이연 왜 말 안 했어요?
치성 ?
이연 (점점 울먹이는 소리로) 왜 그랬어요? 아저씨 착한 사람이잖아요... 아저씨, 영리하거나 잘생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이잖아요...?
치성 이봐요...
코치 너... 이 여자 때문에 그랬던 거냐?
치성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이연에게) 여기 어떻게 왔어요?
이연 물어물어 왔어요.
치성 그게 아니고 왜 이런데 까지 왔냐구요...(코치 눈치를 보다간) ... 집에 가서 얘기해요.
코치 너 같이 사는 사람이냐?
치성 아니에요... 같은 집이 아니고... 같은 동넨데..한 서른 몇 발짝 차인데...
이연 집에 가면 안돼요... 아저씨 집에 가면 안돼요... 집에 가면 아저씨 잡혀가요.
그제서야... 치성... 표정에 이연과 비슷한 걱정이 뒤덮는다.
S#45. 버스 안...
이연과 치성...
이미 많은 얘기가 오고 갔는지 이연도 흥분이 가라앉았다.
치성, 그냥 담담하게 창밖을 보고 있다.
이연 그럼... 그 도둑은 연락이 안 되는 거죠?
치성 연락해서 뭐하게요?
이연 괜히 우리가 도둑으로 몰리잖아요...
치성 그 녀석도 잡히면 안돼요... 애도 있고 사랑하는 부인도 있고...
이연 그냥 경찰서 가서 말해요...우리.
치성 근데 왜 자꾸 우리라고 해요? .......
이연 (흥!!) 경찰서 가서 말하세요... 왜 죄도 없이 도망 다녀요?
치성 안돼요... 시간이 없어요...
이연, 괜히 손목시계로 시선이 간다.
치성 경찰서 가서 자초지종 얘기하고 ... 그렇게 또 몇 번 끌려 다니고... 내겐 그럴 시간이 없어요...
이연 바빠요? 그렇게... 그렇게 안 바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치성 나... 거기 집에서 며칠만 재워줘요.
이연 .....
치성 .....아니다. 서로 불편 하겠다.
이연 아니... 그런 거 아니고... 나는 상관없지요... 근데 불편하실까봐...
이연, 미쳤나보다.... 입가에 웬 웃음이 돈다.
S#46. 이연의 집
둘...집안으로 들어간다.
치성의 집과 그리 다르지 않은 구조...
허나 하나둘...집안으로 들어가면서... 너무나도 이연다운 분위기와 느낌들...
집안 곳곳엔 사은품으로 받은 선물들이 가득이고... 대부분 포장도 안 뜯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치성 다 라디오에서 상품으로 받은 것들이에요...?
이연 티브이에서 받은 것도 있고 인터넷 응모 같은 거해서 받은 것도 있고... 더 많았는데 사람들 나눠 줬어요...
그리고 벽에는 온각 필기들...메모들...이것저것 낙서들...
치성 벽지가 특이하네요... 약간 어지럽기도 하고...
이연 저도 그래서 벽 잘 안 봐요... 안 그래도 도배 새로 하려고 했는데...
이연 방으로 들어간다.
S#47. 이연 방
이연 방 역시 약간은 독특하다.
치성 여기서 자요?
이연 (화들짝 놀라며) 둘이 같이요?
치성 아니... 거기...자는 방이냐구...
이연 아... 아...네..나 여기서 자요... 그냥 바닥에서... 원래는 침대에서 잤는데...자꾸 떨어져서 ...허리도 다치고 그래서... 씻을래요?
치성 아..네...
이연 난 뭐 좀 사가지고 올게요... 저녁 뭐 먹을래요?
치성 나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이연 수건 안에 있을 꺼에요... 칫솔도 옆에 보면 새 걸로 몇 개 있어요...
치성 저기..... 미안해요...
이연 .... 아니...
S#48. 욕실
샤워를 하고 있다...
샴프를 손에 짠다.
그 냄새를 맡는다.
왠지 익숙한 향이다....
S#49. 치성의 집 앞...
이연, 뭔가를 산 봉투를 가지고... 그 집 앞을 지난다.
잠복해 있는 형사들... 너무도 티 나게 잠복해 있고...
이연, 그들을 보면서 지나간다.
S#50. 저녁식사 - 주방
둘...저녁을 먹는다.
치성 요리를 잘하네...
이연 혼자 있을 땐 잘 안 해먹어요...
치성 같이 먹어요...
이연 밤엔 잘 안 먹어요... 살 너무 쪘어요... 어제 목욕탕 갔는데...2키로나 쪘더라구요...
치성 몇 키로 인데요?
이연 (화들짝) 어머... 어떻게 여자한테 몸무게를 물어봐요? 안 말할래요... 그냥 어제 보니까 2키로나 쪘어요...
치성 그 전엔 얼마였는데요?
이연 (태연하게) 48키로요....
사이...
치성 (시계를 잠깐 보고) 야구한다...
S#51. 거실
T.V를 보는 둘...
치성 하나도 모르죠...?
이연 누가 좋은 팀이에요?
치성 그런 게 어딨어?.... 그냥 잘하는 편이 이기지...
이연 어떻게 하면 이겨요?
치성 저기 볼을 던지잖아요... 저걸 까...방망이로... 그래서 잡히면 아웃이고...아웃이 세 번이면 공수가 바뀌지...
이연 어... 잡혔네... 아웃이다
치성 아니야... 땅에 맞으면...괜찮아 1루까지만 먼저 가면 괜찮아.
이연 저 사람은 언제 와요...여기까지 와야 1점이죠?
치성 어휴...소질 있네... 2루랑 3루랑 다 지나서 와야지...
이연 .... 1루에서 곧장 3루로 뛰면 안돼요?
치성 후후...안되지... 뭐라 그러지...
사이
이연 와...잡았다... 잘한다...
치성 쉬워..별거 아니에요...
이연 왜 자꾸 저 아저씬 자빠져요... 옷 더럽히게...
치성 슬라이딩이지... 안 죽을라고...저게 잘 하는 거야...
이연 그럼, 저 아저씨가 방망이로 딱 쳤다
치성 그러게...
이연 친 볼을 저 아저씨가 잡아가지고...
치성 그렇지 아웃이지...
이연 확 던져가지고 관중석으로 던져버리면 어떻게 되요?
치성 ......뭐요?
이연 그냥 확 관중석으로 던지면....
치성 그럼 안 되는데... 왜 거기다 던져요?
이연 재밌잖아요... 안돼요? 그럼
치성 안돼요.... 말도 안돼는 소리...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연 그런 거 보고 싶은데... 죽이겠다...
사이...
치성, 멍하니 화면만 응시...
이연 ....끝났는데... 딴데... 틀어요?
치성 두 달후에 죽게 된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이연 네?
치성 만약 두 달밖에 살수 없다면... 뭘 하고 싶냐구요...?
이연 ..... 더 빨리 죽으면 안 되구요?
치성 네?
이연 그 두 달을 꼭 기다려야 되는거에요? 기다리지 않고 그냥 빨리 죽으면 안 되는 거 구요... 힘들잖아요... 뭐 특별히 할 것도 없는데... 두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게...
치성 ...그러네... 하긴...그렇다...
S#52. 이연의 거실
치성, 눈을 못 감고 ... 멍하게
치성 (가슴의 소리) 그래, 맞는 얘기다... 석 달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고통은 그 석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S#53. 도로...
10Km 시민 마라톤 대회 광고 간판.
마라톤 대회 출발선...
많은 사람들이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치성... 그 안에 껴있다...
그리고
출발한다.
치성...슬픈 얼굴로 뛰기 시작한다.
치성 유서는 쓰지 않았다. 사실 그걸 읽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난 석 달을 기다리다 죽진 않을 꺼다. 오늘 내 심장은 이것을 견뎌내질 못할 걸 알고 있다. 자살로 마라톤을 선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영리한 선택이다. 고통도 심하지 않을 거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죽을 수 있다...난 오늘 세상을 떠난다.
뛰는 치성의 얼굴에서...
F.O
S#54. 이연의 집 마루... / 밤
치성 (가슴의 소리) 마라톤 5등 상품은.... 김치 냉장고다
치성은 멍하게 앉아 있고
이연은 김치 냉장고의 박스를 풀어 보며 좋아하고 있다.
이연 괜찮은데... 이거 비싸겠다...뭘 이런 걸 사와요...
치성, 산타클로스가 된 기분이다...
S#55. 밤 풍경...골목...둥근달....
S#56. 이연의 방
이연, 잠 못 들고 뜬눈.....
머리맡에 라디오 에선.... DJ의 멘트 혹은 음악소리...
S#57. 거실
치성도 왠지 잠 못들고... 멀뚱멀뚱...
그때, 이연의 방문이 열리며....
이연 자요?
치성 아니요... 아직...
이연 잠깐... 이리 들어와 볼래요...
치성, 일어난다.
주춤대며... 이연의 방에 들어간다...
S#58. 이연의 방
이연, 치성을 침대로 데려가 앉힌다.
라디오에선 음악....
이연 거기 앉아서 들어봐요...
치성,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이연 좋아하는 노래죠?
치성 ....옛날에...
이연 나... 고등학교 때에요... 아저씨 창문 앞을 지나는데 자주 나왔어요... 그래서 나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치성, 다른 느낌으로 이연을 바라본다...
어둠 속에 창밖 가로등불이 들어와 그녀의 얼굴에 앉아 쉰다.
S#59. 이연이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밤, 치성의 방아래 골목....
이연... 교복을 입은 채...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벽에 붙어서.... 따라 부른다.
벽에 붙은 이연의 머리와 어깨로 마치 마법처럼.... 치성이가 며칠 전에 펜으로 그었던 선이 그려진다....
- # 같은 공간 다음날 아침
치성의 기억....
언젠가...
밖에 나오는데 자신의 방아래 벽에 그어진 어떤 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선 앞에 선다.
그리고 그 선에 손을 가볍게 대어본다....
‘이만한 사람이면... 나랑 딱 어울리겠다’
S#60. 라디오 부스
노래가 멈추고....
DJ의 멘트.... 영화는 라디오 부스로 들어간다.
DJ 네... 오랜만에 들어본 ***의 ****였죠. 이 노래는 흑석동에서... 필기 공주라는 분이 보내주셨구요 ... 사연도 있네요...
순간, DJ의 입과 모양... 멈춘다.
라디오 부스 안의 시간이 정지된다.
S#61. 다시 돌아온 이연의 방...
이연, 툭하고.... 손이 라디오 파워 버튼에 가 있는데....
치성 날... 왜 좋아하게 됐어요?
이연 까먹었어요... 오래 되서....
치성 지금도 내가 그렇게 좋아요?
이연 ..... 나란 사람이 있었는 줄도 몰랐잖아요...
치성 (가슴의 소리) 이 여자는 날 사랑하나보다...
치성....손이...슬며시 이연의 손을 잡는다...
이연 내가 누군지... 나란 사람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치성 (가슴의 소리) 이런 제기랄...이 여자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려나 보다....
치성 몸을 돌려 이연과 마주한다...
이연 내가 ... 언제부터... 얼마나 가까이에서 아저씨를 느끼고 있었는지...몰랐잖아요....
치성 (가슴의 소리) 제발 ..사랑한단 말만 하지 마라...
치성, 다른 손이 이연의 얼굴로 다가간다...
둘의 얼굴이...조금씩 가까워진다...
이연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싫어하는지도....
치성의...입술이 가까이에 온다...
치성 미안해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서 정말 미안해요...
이연 나... 처음인 게... 믾아요...
치성, 입술이 다가가선...잠시 멈춘다...
이연 그래서... 잘 모르는 게 많아요...
치성...가슴이 또 답답해지고... 숨고르기가 힘들고...
이연...그런 치성의 눈을 보고...거기로 들어가고...
이연의 손이 어느새 치성의 얼굴을 보듬고 ....
둘의 키스는....그렇게...
허나, 그때... 밖에서 딸그락!!!!
둘, 그 소리를 느끼고....
서정적으로 풀렸던 눈이 떠지고....
치성 집에서 개 키우나요....?
S#62. 이연의 거실...
어두운 불이 켜지고...
이연과 치성의 눈에 들어오는....
도둑!!!
보따리를 들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정지된다.
이연 (놀란 것 같은데...조금은 능숙하게) 도둑이네....
치성 야, 너...
도둑 (더 놀라서) 헉... 사장님!!!!
시간경과....
셋... 거실에 앉아있다...
약간...싸늘한 분위기...
이연 뭐... 차나 과일이라도...
도둑 아네...고맙습...
치성 됐어요... 두세요.
도둑... 말이 쏙 들어간다...
치성 도대체... 며칠이나 됐다고 똑같은 동네에서 이러는 거냐? 너 서울 지리 잘 모르냐?
도둑 그것도 그런데... 일단... 이 동네가 좋아요... 담들도 낮고 방범 초소도 빈 데가 많고.... 잔 골목 많아서 튀기도 좋고....
치성 너... 그렇다고 우리 동네가 무슨 니네 직장이냐!!! 매일 출근을 하려고 하면 안 되지!!!
도둑 사실... 그날 사장님 뵙고... 사장님의 그 따스하신 배려를 받고 이 직업 때려 치려고 했습니다.
치성 근데? 근데...왜 또 담을 넘었니?
도둑 삶이 .... 저를 가둡니다...
도둑의 시적이며 형이상학적이고... 현실철학과도 같은 말에 이연과 치성의 신경이 곤두선다.
도둑의 기억으로 영화는 들어간다.
S#63. 도둑의 집...
도둑... 잠자리...
아내를 팔베개해서 누워 있고... 그 옆으로 애기 둘...잠을 잔다.
단칸방 같다.
도둑의 아내 오늘 당신 가지고 온 돈으로 방세도 해결 되고... 몇 달 버티겠다...
도둑 자기야... 사랑이 뭔 줄 알아?
도둑의 아내 글쎄... 어렵네... 우리 집도 컴퓨터 사고 인터넷 깔면... 좋을 텐데... 신문도 안보니까...
도둑 컴퓨터 같은 거 괜히 집에 두면 도둑이나 들고 안 좋아.... 몰라? 사랑이 뭔지?
도둑의 아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도둑 아니야...
도둑의 아내 사랑해....
도둑, 씁쓸하게 아내를 안아준다...
도둑 나... 이거 그만둘까... 나도 남들 잘 때 자고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몸 성한 놈이 뭘 해서건... 당신 하고 애들 둘... 네 식구 입에 풀칠 못하게 하겠어?
도둑의 아내 여보...나..
도둑 당신도 원하지... 매일 불안하게 나 기다리는 거 싫다며? 우리도 떳떳이 살아볼까...
도둑의 아내 좋지... 근데...나...
도둑 나... 요리도 잘하니까 식당 같은데 취직해도 되고... 아니면 노가다를 뛰어도 네 식구는 먹고 살지... 그치?
도둑의 아내 ....나.... 셋째 애 가졌어요...
도둑 ......(얼굴에 절망과 기쁨이.... 아니다...기쁨은 아니고... 절망만...)
S#64. 다시 거실
이야기를 들은 이연과 치성...뭐라 할말도 없고...
도둑도 괜히 미안해지고
S#65. 이연의 집앞
치성과, 이연과 도둑의 이별....
도둑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사장님 댁에도 못 들어가시고...
치성 너랑 나랑 똑같이 걸려도 내가 아마 더 오래 감옥에 있을 꺼다... 그리고 너 자꾸 사장님이라고 할래? 정 부를 거 없으면 그냥 형이라고 그래라..
도둑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부질없는 짓을 해서 괜히...
치성 됐으니까... 가라... 가방, 잘 챙겨 가라...
이연 다음에 행여 도망 갈땐 그 집은 안 되니까... 저희 집에 숨으세요...
치성, 이연을 본다.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말은 아니다.
도둑 말씀이라도 고맙습니다. 사모님... 저요... 비록 별것도 아닌 좀도둑이지만요... 의리는 있는 놈입니다... (가려다가) 두 분 보기 좋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진 모르겠습니다만 떨어져서 살지 마세요...
치성, 이연...서로 멀뚱히 쳐다만 본다...
S#66. 치성이가 다니던 그 후미진 병원
노의사가, 또 다른 환자를 앞에 두고.. 챠트와 필름을 보고 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내는 삐쩍 말라 얼마 안가 죽을 사람처럼 보이는 남자다..
노의사 음... 새..가슴이네...
사내 네 .... 어릴 때부터.... 그런 소릴 들었지요... 그 사진에서도 나오는구나...
노의사 (자뭇 심각해지며) 이게... 후... 이게....잘 들으세요...종양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어... 악성...그리고 악성이 아닌 순한...
사내 계속하세요......
노의사 근데... 이게 악성이에요. 여기 보세요...(사진을 보며) 여기가 이렇잖아요. 이게 이러면 안 되거든... 요게 요렇게 되어버리면 이게 위험한거란 말인데.. 근데... 이게 ....(조금씩 노의사가 이상해진다) 타고 올라가네... (뭔가 불안해지며) 지금 막 돌아다니는 건데... 그런 건데....
사내 뭐가 심하게 돌아다니나 보죠?
노의사 (사내를 뚫어지게 보더니) 우리... 혹시 이런 류의 대화를 전에도 좀 나눈 적 없나?
사내 네?
노의사 새가슴 맞아요?
사내 어휴...아주 유명한 새죠....
노의사 절망과 당혹함과 그밖에 뭐 엇비슷한 감정이 휘리릭 보이다간 덮친다...
S#67. 병원
이연, 의사와 앉아 있다.
의사 빨리 손을 쓰는 게 안 낳을까요? 이렇게 약으로만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연 그래야죠... 근데 그냥 ... 아직은...
의사 동치성 환자는 지금 병을 숨기고 있는 겁니다. 코 속 모세혈관이 이 정도로 파열되고 약해졌으면... 코피가 나도 수두룩이 났을 거란 거죠.. 이거 이대로 가면 심한 빈혈로까지 이어지고... 안 좋아져요... 한 이십분이면 수술 끝나는데... 빨리 받게 하죠...
이연 왜 그렇게 되는 거죠?
의사 두 가지 경우가 있죠. 첫째, 선천적으로 코 속 혈관이 약한 사람들이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쳐지며 나타날 때가 있고 두 번째는 어릴 때부터 코 속에 있는 무언가를 자신의 신체 중 어떤 것을 이용해서 너무 심하게 긁어내는 버릇을 가지면 그렇게 될 수 있죠...
이연 아마... 첫 번째 말씀하신 걸 꺼에요...
의사 모두가 처음엔 그렇게 믿고 싶어 하죠...
S#68. 치성의 집...
영화 처음에 나왔던 노의사... 주소가 적힌 종이를 들고 치성의 집을 찾아온다.
대문 앞에서 기웃거린다.
그때, 형사가 다가온다.
형사 어떻게 오셨는지요?
노의사 아네...여기가 동치성 환자...댁인가요?
형사 아...네, 그렇긴 한데... 어떤 일로...
노의사 지금 안계십니까? 이거...전화번호도 바뀌고... 꼭 전해드릴 말씀이 있는데....
형사 실례하지만 어디서....?
노의사 .... 담당 의사입니다...
시간경과
옆에서 기대어 뭔가 쪽지를 쓰고 있는 노의사
그걸 힐끗 쳐다보는 형사....
노의사 이걸.. 행여 동치성씨를 찾으시면 꼭 좀 전달해 주시요..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내가 한번 보자구...
형사, 받아 들고 가는 노의사를 멀뚱히 쳐다본다..
S#69. 백화점...
치성, 멋진 여자 원피스 앞에 서있다.
뚫어지게 쳐다보며 기분 좋아 한다...
점원 싸이즈 보여 드릴까요?
치성 가방에서 노끈을 꺼낸다.
치성 이게 어깨구요? 이게 키거든요...
점원 (약간 생소한...) 아~... 허리는 모르시구요?
치성 허리요? 허리 얇죠...
S#70. 이연의 집 거실.
치성...기대되는 눈으로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치성 아직 멀었어요...?
그때, 방문이 열리면서... 원피스를 입은 이연이가 나온다.
우와...예쁘다
치성 순간 살짝 넋을 잃는다.
치성 맞아요? 색깔 맘에 안 들면 바꿔요... 전 색깔에 원체 약해서...
이연 치마...잘 안 입어요... 오른쪽 허벅지에 흉터가 있어서...
치성 입어요... 예뻐요... 다리도 발목도...
이연 이런 옷 처음 입어요.. 야해요... 런닝도 못 입잖아요... 런닝 안 입으면 난 배 아프던데...
치성.... 이연에게 다가와....
치성 한... 삼년 전 쯤에 뭐 했었어요?
이연 학교 졸업하고 재수 학원 다녔는데...
치성 그때 만났으면... 좋았을걸... 그럼 내가 말 걸고... 어떻게든... 만나보자고 했을 텐데...
이연 그때도 난...늘.. 근처에 있었어요....
치성 미안해요.. ...그땐 지금을 몰라서...참 미안해요...
둘...잠깐 슬픈 정적...
치성...다시 소파로 가서 앉는다..
치성 아...오늘 이상하다... 예쁜 아가씨를 봐서 그런가...
이연 ....
치성 내일 모레... 나 공 던지는데... 보러 올래요...
말하면서... 치성, 무의식적으로 코를 손가락으로 살짝 만진다.
그러다가 슬쩍 그 안에 들어갔다....나왔다.
이연... 조금씩 놀라진다...
치성 사실... 다신 볼을 던지고 싶지 않았어요... 희망이 없으니까... 근데...마지막으로 한번만... 마운드에 서 볼까 해요...
이연... 표정이 어둡고 걱정스럽게 변하다가...
치성의 손가락이 연하게 코 속에 가있다.
그리곤...다시 울먹거린다.
이연 (울먹거리며) 코 파지 마요... 안되요...더 이상 파면....안되요...
치성, 몰랐다.
이게 그렇게 심각한 일인 줄....
S#71. 동네...혹은 창문...
아침 해가 떴다.
치성, 소파에서 눈을 뜬다... 손에는 야구공이 밤새도록 쥐어져 있었다.
치성... 눈으로 태양빛이 가득 들어온다....
치성 (가슴의 소리) 운이 좋다... 아직도 살아있다. 이렇게 눈을 떴는데 보이는 게 온통 어둠뿐이라면 그땐 난 죽은 거다. 오랜만에 야구공을 쥐고 잠을 잤다. 난 투수다. 그리고 난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를 위해 공을 던질 거다.
치성, 이연의 방문을 살짝 열어본다.
이연...치성이 선물한 옷을 고스란히 입고 자고 있다.
치성 사랑스러운 여자다. 너무 늦게 만났다.
이연, 눈을 뜬다....
잠에서 깬 둘...그렇게 서로 쳐다본다.
그리고 살짝 연한 미소를 보내준다
치성 내게... 내게 만약 내년이 생긴다면... 사랑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난 결국 첫사랑을 갖지 못한 채 그냥 죽을 거다... 사랑한단 말.... 하면 안된다...
둘의 그런 얼굴...미소...혹은 알 수 없는 눈물방울들....
S#72. 집 앞 골목...
치성... 집을 나왔다.
걸어간다... 걸어가는데... 몇 명의 사내들이 그를 앞뒤로 에워싼다.
형사 동치성씨
치성 네?
형사 (신분증을 보여주며) 같이 좀 가실까요?
치성 ...?....야구장엘요?
형사 네..아니, 아니요... 야구장이 아니고... 경찰서요...
S#73. 경찰서의 취조실...
답답한...취조실...
동치성을 가운데에 두고 여러 명의 수사관들이 있다.
그때, 안경 낀 형사가 들어온다.
곧장 치성의 앞에 앉는다.
안경 낀 형사 안녕하세요....
치성 네....
안경 낀 형사 (씨익 웃는다) 야구 선수더라구요? 외야수...
치성 투순데요...
안경 낀 형사가 사진 한 장과 손목시계를 .. 내민다...
남자의 사진이다.
안경 낀 형사 이 사람 알죠?
사진의 남자.... 영화 초반...외야에서 여자가 소리질러대며 싸우던 남자다.
치성 모르겠는데요....
안경 낀 형사 어이구 ....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왜 죽였어요?
치성 .....?
인서트 되는 화면....
그리고 안경 낀 형사의 목소리....
인서트/ 치성의 방에 놓여 있던 가방.....
안경 낀 형사의 소리 당신 방에서 발견된 그 가방... 그 안에 들어 있던 금장 시계...
인서트/ 가방 안의 시계로.....
안경 낀 형사의 소리 사진속의 남자가 그 시계의 주인이요...
인서트/ 죽은 사진속의 남자....
안경 낀 형사의 소리 시계는 잘 가고 있지만... 시계 주인은 죽었어요...
다시 돌아온 취조실
치성 (손목시계를 보더니) 시계도 죽었는데요...
안경 낀 형사 (한숨) 시발.... 풍온다... 풍와...
시간 경과....
안경 낀 형사 동치성씨, 우리 이렇게 자리한지 벌써 다섯 시간이 되어 갑니다. 나요... 꾀 잘나가는 형삽니다. 시간당, 한명 꼴로 쳐 넣어요. 근데요... 다섯 시간 동안을 이렇게 무턱대고 모르는 일이라고만 하면 제가 화가 납니다. 제가 화가 나면요... 저도 잘 몰라요...내가 어떻게 변할지...
치성 제가 아는 대로 다 말씀 드렸습니다.
안경 낀 형사 모르시나 본데 이 방에서는요... 아는 것 외에 모르는 것도 좀 말해야 됩니다. 이 방은요... 무식한 놈들도 유식해지고 장님도 본데로 말하고 귀머거리도 들은 데로 말하는 방이라 이겁니다.
치성 그럼... 벙어리는 어떻게 해요?
안경 낀 형사 이 시발 놈이 놀린다... 그지? 나 지금 놀리는 거지...?
주위의 형사들이 안경 낀 형사의 분노를 말린다...
치성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안경 낀 형사 이 시발 놈이 자꾸.... 후... (가라앉힌다) 동치성씨... 벙어리는요... 내 담당이 아니라 모르겠지만... 다 방법이 있겠죠... 후.... 다시 봅시다. 그러니까 사건 당일 날... 당신 증언에 의하면 당신은 그저 집에 들어온 도둑을 좋은 말로 타일러서 ...응? 시발 설날에 무슨 덕담 들려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렇게 달래서 집에 보냈다는 거죠...
치성 집으로 곧장 간지는 저도 모르죠...
안경 낀 형사 그럼 나는 아냐? 시발..... 아무튼... 그 도둑이 자기의 가방을 동치성씨 댁에 놓고 간거구요... 그 대가로 동치성씬 현금 이백만원을 주었고...
치성 무슨 대가로 준 게 아니라니까요... 그냥 살기 힘들다고 하길래...
안경 낀 형사 이 시발 놈아 그게 말이되? 살기 힘든 도둑한테 이백만원이나 주고!! 나도 힘들어 살기... 뭐 형사 짓해서 몸 팔고 다니면 금싸래기가 나오는 줄 아냐? 나도 좀 주라...이백만원!!!
치성 우리 집에 있어요... 힘드시면 드릴게요
안경 낀 형사 이 시발 놈이...진짜... 너 시발 놈아.. 내가 그 돈 받았다 치고 깽값 이백만원치만 조져 볼까? 안그러면 평생 깜방에서 썩어볼래?
안경 낀 형사는 점점 포악해진다.
주변 덜 포악한 형사들이 그를 말리고
치성은 가슴에서 소리를 낸다.
치성 이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다. 아무리 윽박을 지르고 날 겁줘도... 난 지금 두려운 게 아무것도 없다... 난 내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첫사랑도 주사도 없지만... 평생 감옥에서 날 썩게 하기 위해 이들은 이러고 있지만 잘해봐야 난 두 달밖엔 안썩는다...
S#74. 밤... 이연의 집.
이연...식탁에서 치성을 기다린다...
안온다...
시간이 조금 지났나?
아~ 지났나보다...
해가 뜬 것이...
식탁에 누워서 잠든 이연 눈을 뜬다.
식탁을 멍하니... 본다...
그리고 멍하니 밥그릇을 열어... 밥을 한 숟가락 뜨더니 먹는다.
조금 씹다간... 아, 이게 꿈이 아니구나 라는 걸 느꼈는지... 정신을 차린다...
S#75. 다시 경찰서 취조실....
벽시계...늦었다...
형사들도...지쳐 있다...
안경 낀 형사 (시계를 한번 바라보더니...) 후... 아침이다... 니미럴... 기록이다 기록...
안경 낀 형사... 한숨을 토해내며 구석에 있는 라디오로 가서 켠다.
안경 낀 형사 참..나 이거... 모닝 잉글리쉬 나오겠네... 시벌...
... 음악이 흘러나온다...
치성이가 좋아하는 그...노래가 흘러나온다...
치성의 피곤한 눈이 떠진다...
S#76. 치성의 집 앞..
이연 괜히 두리번거린다...
집은 조용하고... 늘 보이던 경찰들도 없다...
괜한 걱정....이 얼굴을 엄습하고....
S#77. 다시 경찰서 취조실....
노래는 계속 흐르고...
치성만 그 노래의 사연을 알고 ....
안경 낀 형사..... 하품 한번...하다간..
안경 낀 형사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하나만 묻자... 니 말대로 그렇게...억울하게 ...
치성 쉿....
모두 긴장...
라디오 DJ의 사연
DJ 오늘의 노래 사연입니다... ‘그 사람이 오늘 오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오지 않는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인데도... 난 왜 그 사람을 기다린 걸까요... 사랑도 그랬어요... 사랑이 내게 오지 않을 건 당연한데도 난 사랑을 기다렸어요... 그랬더니 정말로 사랑이 왔지요... 근데... 사랑한단 말 못했어요... 그거 그냥 말이니까... 그 말없이도... 나...그렇게 기다린 사랑을 한거죠... ’
치성의 눈엔 ...이상한 이유의 눈물...
형사들...치성을 유심히 보다가...
안경 낀 형사 동치성... 너 ..이 지저분한 새끼... 너 우리 몰래 팠지...? 너 왜 코피를 흘려?
치성...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피를 쏟는다...손으로 쓰윽
그때, 반장이 들어온다...
반장 동치성씨... 가셔도 좋습니다.
안경 낀 형사 반장님....
반장 용의자 신원이 파악 됐습니다. 피해자의 애인이었던 여잡니다. 자살을 기도하려나 봐요... 그 여자 유서가 먼저 발견됐습니다... 범행 일체가 그 유서에 써 있었구요... 지금 행방을 최대한 찾고 있으니까 아직 안 죽었으면 곧 잡을 수 있겠죠... 고생하셨습니다...원래가 그래요...우리 하는 일이...이해해 주십쇼...
치성...주춤거리며... 일어난다... 가려다가...
치성 근데... 왜 그랬답니까?
반장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더군요... 사랑하면 뭐 그렇기도 하고 그래요...
가려는 치성...그때,
반장 아, 그리고 이건 동치성씨 주치의께서 전해달라고 하시던데요...
치성 아...네...
치성 그 편지를 ...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
그리고 급히 나가려는데...
반장 동치성 씨.... (치성 멈춘다) ... 오늘 잘 던지세요... 당신은 외야수 보단 투수가 어울려요...
치성, 영문 없이 툭 나온 반장의 말에 고개 끄덕이고 간다...
안경 낀 형사 반장님은 저 친구를 아세요...?
반장 씨익 웃는다.
인서트 화면....
신문 1면.... 과거 .... 동치성을 헹가래 치는 상대편 관중들...그 밑에 중년의 한 남자...반장이다.
S#78. 야구장
거대한 야구장....
동치성의 생애 마지막 등판 경기....
앵커와 해설자의 현란한... 소리들....
관중들의 웅성거림...
애국가...
벤치에서 공을 쥐고 있는 치성...
관중들...틈틈이 익숙한 얼굴들도 보인다.
경기를 알리고 심판들과 선수들이 운동장으로 뛰어 나간다
연습투구...
타자들은 방망이를 휘두르며.... 몸을 풀고...
S#79. 경찰서... 치성이가 얼마 전 까지 머물던....
이연이가 조심스러운 얼굴로 들어온다...
낯이 익은 형사를 보고,,, 다가 간다
그 형사는 아마도 안경 낀 형사 같다.
또 자기 스타일대로 누군가를 취조하며 윽박지르고 있는데...
이연 저기요... 안녕하세요...
안경 낀 형사 네? ....어, 그 아가씨네...
이연 네... 저기 동치성씨... 어디에 있는지 지금...
안경 낀 형사 그 야구선수요? 후후... 야구선수니까... 야구장에 있겠죠....
손가락을 들어 벽에 붙은 텔레비전을 가리킨다.
야구 중계가 시작되는데... 동치성의 얼굴이 보인다.
이연의 눈이 희망과 다행으로 커진다.
S#80. 야구장...그라운드와 관중석...
심판의 외침!!!
“플레이 볼” .............. 이 말을 시작으로 동치성 생애 마지막 등판 경기는 시작되고... 이 부분들은 영화의 음악과 경기의 영상이 이끈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
포수의 싸인 손가락...
상대편 투수의 로진 팩....먼지...
11번과 13번의 .... 방망이를 쥐고 있는 모습..
코치와 감독의 모습...
불펜에서 몸을 푸는 치성...
전광판의 동치성의 이름....
중계를 하고 있는 앵커와 해설자들....
방송국 카메라...
신문 기자들... 사진기를 들고 있는 포토들...
그밖에 현란한... 경기의 모습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몇 명의 커플이 나온다...
이들이 들려주는 얘기는 사랑에 관한 소박한 농담 혹은 담론일수 도 있다...
영화가 굳이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 이들의 작은 얘기들이 동치성이 마운드에서 볼을 뿌리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그런 커플들의 소박한 이야기와
영화를 지배하던 그 음악과
현란한 야구장의 스케치들이... 잠잠해지는 것은
물론 9회다....
투아웃.... 치성의 팀의 마지막 타자는 13번이다...
상대팀의 투수가 볼을 뿌린다.
13번은 볼을 까마득히 날려버린다.
유유히 그라운드의 베이스들을 밟고 홈으로 들어온다.
13번 동료들의 환호를 받은 뒤 동치성을 본다.
13 동치성... 이젠 니가 끝내라....
동치성, 벤치 쪽의 감독을 본다.
코치... 감독에게 귓속말을 한다.
감독...고개를 끄덕이더니... 동치성을 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여 준다.
동치성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동치성과 선수들 마지막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간다...
앵커 네... 동치성을 계속 가네요...
해설 괜찮아요... 9회까지의 경험이 좀 없다 뿐이지... 뭐 구위가 떨어진 건 아니니까요...
앵커 참 대단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뿌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마무리가 불안한 .....으로써는 1점차 승부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습니다...
마운드 위의 치성...
볼을 뿌린다.
두 명의 타자가 범타로 물러난다...
전광판의 아웃 카운트... 투아웃...
치성, 숨을 고른다...
포수의 싸인을 본다...
그때, 치성... 코에서 소박하게 흐르는 코피...
치성... 그 액체를 느끼고...손으로 쓰윽 닦아낸다.
볼의 실밥을 움켜쥔다...
손가락이 묘하게 실밥을 잡는다.
치성 (가슴의 소리) 사랑이란 도대체 뭘까란 질문으로 오랜 세월을 보냈었다. 참 신기하게.... 그토록 궁금해 하면서도 난 한번도 국어사전에서 그 의미를 찾진 않았다. 거기에 써진 해답을 믿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 일거다. 하지만 분명한건 난 오늘 누군가를 위해서 볼을 던졌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 경찰서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 이연의 얼굴이 살짝 스친다.
치성의 손에서 볼이 떠난다.
묘한 회전을 돌며 타자 앞에 간 볼
타자의 방망이가 돈다...
볼은 강한 속도로 땅에 튕기더니 .... 치성 앞으로 날아간다....
볼이 치성의 글러브로 들어간다.
순간... 경기장이 경직 된다.
볼을 잡은 치성이 1루로 던지지 않고 몸이 정지해 버린다
볼을 친 타자도 그 자리에서 멈춘다.
1루수인 13번은 베이스에 붙어서... 자신에게 볼을 던지지 않고 있는 치성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
운동장에 선수들도.... 벤치에 감독과 코치 다른 선수들도 .... 그저 멈춘 채 치성만을 바라보고 있는 정적의 짧은 시간....
앵커도 해설자도.... 다른 관중들도 ....치성만을 바라본 채 숨을 죽인....
치성 천천히 몸을 돌려 1루를 본다.
13번과 눈이 마주친다...
치성...코피 나는 와중에도 씨익 웃어 보인다.
13번도 얼떨결에 따라 웃어준다.
치성 (가슴의 소리) 내가 살아서 던지는 마지막 공이다... 오늘의 내 모습을 내가 아는 여자도 날 아는 다른 모두도 잊지 못할 것이다... 모두 안녕....
그때, 치성... 글러브에 들어 있는 볼을 빼서 관중석으로 던져버린다...
정적의 시간을 보내던 모든 이들은... 경악스럽게 치성의 손을 떠난 볼을 바라본다...
터지는 사진 후레쉬들...
- 경찰서 / 오로지 이연만이 그 볼의 비행을 보며 미소 짓는다.... 멋지다....
치성 벤치로 걸어 들어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짐을 꾸린다.
감독을 본다.
감독... 그리고 코치....
(아~ 나도 궁금하다 어떤 표정을 할지....)
치성, 씨익 웃으며
치성 진짜 궁금했어요... 볼을 잡아서 관중석으로 던지면 어떻게 되는지...
감독... 그리고 코치...
(정말 궁금하다 어떤 표정질지...)
치성...스윽...나간다.
S#81. 버스안... 심야... 뒷자리
전화벨이 울린다...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낸다.
그때, 반장이 건네준.... 편지도 꺼내어진다.
치성 네... 봤어요...?
통화를 하면서 ... 그 편지를 뜯어 읽는다.
치성 후후후... 나 나오는데 감독님하고 코치 얼굴이 어땠는 줄 아세요?
치성...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그러면서 점점 표정이 이상해진다...
인서트 - 이연... 주방...
이연 다시 야구 못하면 어떻게 해요?
치성 다신 안할 생각으로 한거에요... 다시...안해도....
이연 후... 아무튼 어서 와요... 저녁 해놨어요....
치성 .....
이연 여보세요... 여보세요.....
치성...손에서 전화기도 편지도 떨구고...호흡은 가빠오고 ....
S#82. 그 후미진 병원 ... 응급실....밤이니까...
치성의 확실한 골질이 시작된다.
치성 그 의사 어딨어!!!! 그 노인네 어디 갔냐고??????
말리는 여러 사람들... 아마도 간호사 의사...경비...그다지 덜 응급한 환자들....
치성 막무가내로... 환자들에게...
치성 당신들도 조심해... 어서 집에가...여기서 병 키우지 말고... 어서들 돌아가라구!!! (환자 한명을 찍어서) 당신 여기 왜 누워 있어?
환자 네... 전..칼 맞았는데요....
치성 뽑았어 칼?
환자 네... 뽑긴 뽑았는데요...
치성 잘했어...그럼 이제 나가서 동네 세탁소로 가서 그냥 오버로크를 쳐... 여기 있다간 너 삼 개월 밖엔 못산다....
치성...사람들에게 끌려 나간다...
S#83. 이연의 집...
이연 시계를 올려다본다...
시계가 늦은 시간을 가르쳐 주는데...
이연 전화기를 든다.
따르릉....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
이연 (걱정스럽게) 여보세요...누구세요? ....어머 사장님.... 그 아저씨 거기 가 있어요?
S#84. 이연이가 일했으며... 치성이가 단골로 가는 바bar
치성....이미 술이 과하게...취했다...
술잔을 들이키는 치성의 얼굴엔...멍한 기운이 가득이다.
치성 (혼잣말) 죽어야 되는데...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주인 혹은 바텐더 이제 그만 마셔... 너 너무 많이 마셨다...
치성, 아랑곳하지 않고 술을 입속에 붓는다.
그때, 이연이가 서둘러 들어온다.
치성의 등 뒤로 다가와...
이연 그만 마셔요... 가요...
치성 (혀 꼬부라졌다) 허이고... 이게 누구냐... 필기공주네...
이연 가요...집에...
치성 (버럭 소리 지른다) 놔...제기랄... (술병을 집어 던진다) 집이 어딨어!!! 나 집 없어... 집..은행에 넘어 갔어... ...집 없어... 왜 니가 나 재워주려고? 당신 집에서...? 왜? 너 나 사랑하냐? 나한테 관심 있냐? ...후후후...
이연 (울먹거린다) 왜 그래요? 자꾸...
치성 왜? 잘 모르겠냐?
이연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해요? 몰라요? 몰라서 그래요? 정말 몰라서 궁금해서 질문하는 거에요?
치성 사랑하냐구???? 말해봐!!!
이연 분위기랑은 조금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여하튼 쑥스러운지 훌쩍대면서도 치성의 귀에다가 손을 가져가 귓속말로 한다.
이연 ·(소근댄다) 사랑해요.....
치성 우헤헤헤헤헤.... 얘가 날 사랑한댄다... 그래 나도 이게 사랑이구나 싶어서...왜냐? 속편하니까 한 두어 달만 사랑하다 끝내면 되니까... 그럴까도 생각해봤는데... 또 이래 맨날 이래.... 너도 속지 마 병신아...
이연 왜 자꾸 험한 말해요??? 나한테 주사 부리는 거에요?
치성 그래...주사다... 내가 주사 부린다. 왜? 술 먹고 주사 부리는 거 ...나도 좀 해보자 왜?
이연 그러지 말아요... 내가 사랑하는 거 다 알잖아요...제발 그러지 말아요...
치성 조용히 해...... 그게 사랑이 아니야...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게....
이연 나랑 가요... 집에 가요....
치성 따라 오지마라.... 나 따라왔다간... 너...때린다...내가...확 하고 때려 버린다...
치성 나간다...
이연...그저 울기만 한다...
S#85. 거리...
밤거리를 거닌다...휘청휘청...
시선도 풀려있다...
그런데...머리 속엔... 온통... 이연의 모습들뿐이다...
입술이 주절거린다...
치성 (혼자서 꼬인 혀로) 그 여자... 필기를 ...잘하고... 그 여자... 눈이 예쁘고...눈물도 많고... 에이..시팔.... 으... 그 여자... 런닝셔츠를 안 입으면 ...맨날 배가 아프다고 그러고... 그..여자 ...침대엔...베게 두개 인형 세 개.... 그 여자...닭고기...좋아하고... 그 여자... 날...사랑한다네....
치성...풀린 눈으로 살짝 비틀대며... 차길...횡단보도에 선다...
영화 첫 장면에 나오는 그 횡단보도다.
치성... 옆에 서있는 전봇대를 지긋이 바라보다간... 뭔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손을 갖다댄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아무 느낌도 달라짐도 없다.
떠지는 그의 눈... 휑하니 맞은편을 응시한다....
그리고...... 뭔가 또 읊조리는 것 같더니 ....
반대편...으로 카메라는 간다...
반대편으로 한 여인이 걸어와서 선다.
그녀.... 영화 맨 처음에 차에 치이며 하늘로 떴다가 떨어진 여자다....
그리고...그녀.... 야구장에서 남자와 싸우며 소리를 질러대던 바로 그 여자다....
그녀...슬픔에 젖은 얼굴로...멍한 시선을 드리우다...찻길에서 쌩쌩 지나는 차들을 느낀다...
그리곤...아무 느낌 없이...도로로 휙 걸어 들어간다...
달리던 차가 그녀를 지체 없이 치어 버린다...
반대편의 치성...하늘로 고개가 올라간다....
F.O
......
도로에 누워 있는 여자에게 치성 다가간다.
술이 깨어진다...
치성 쓰러진 여자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는데...쓰러진 여자의 손이 치성의 손을 덥썩 잡는다.
치성 놀란다...
여자의 손 핏줄이 돋으며...꽉 치성의 손을 움켜쥔다.
S#86. 엠블란스 안
구급요원들이.... 여자를 인공 호흡해본다...
구급 요원...가망이 없는 듯 고개를 젓는다.
구급 요원...차의 앞자리로 이동한다...
여자의 손 여전히 치성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치성도 여자가 걱정 되는지... 자기 손이 걱정 되는지 아무튼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자를 본다...
그때, 여자의 눈이 확 하고 떠진다.
치성 깜짝 놀란다...
여자... 그렇게 떠져 커진 눈으로 치성을 바라본다.
그리고 마치 뭔가 할말이 있는 것처럼.... 간절하게 치성의 눈을 바라보며 입술을 움직여 보인다...
치성...비슷한 감정으로 귀를 천천히 그 여자에게 갖다댄다.
여자 입술을 움직인다....
여자 가....니.... 사랑....잡아.... 병신아.....
치성의 눈이 커진다.
S#87. 도로...
도로가 막혀 제대로 빠져 나가지 못한 엠블란스의 뒷문이 확 열리며...치성이 뛰어 내린다...
그리고 곧장 치성은 뛴다...
눈에는 가벼운 눈물들이 흩날리듯... 땀과 함께 떨어져 내리고....
그렇게 치성은 뛴다...
뛰어가는 치성의 머리에 스치는 수많은 얼굴과 소리들...
영화 속에 나와서 들려준 사람들의 사랑에 관한 담론 들이다...
은행 강도..... 도둑.... 대문 앞 남...여 ...... 반장.... 코치.....
S#88. 이연의 집 앞...
치성, 숨찬 호흡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문을 두들긴다...
아무 대답이 없다....
울상이 된 얼굴...
마치 사랑의 떠나감을 잡으려는 사람의 얼굴이다.
치성...다시 뛴다...어디론가...
S#89. 치성의 집앞.
모퉁이를 돌아 치성이 뛰어 들어온다...
이연...많이 울다 마른 자국의 얼굴로 벽에 기대어 그를 기다렸다.
치성...숨을 고르며...이연 앞으로 다가선다...
이연, 벽에 그려 놓은 크기 고스란히 들어가 기대어 있다....
둘... 한참을 무슨 말도 못 꺼내고... 바라만 보다가....
치성 저... 뭐 물어볼게 있는데.... 저... 이름이 뭐에요?
이연..그냥... 슬쩍...얼굴에 미소가 돈다...
이연 ....이연이요.... 한 ...이... 연...
치성 이연이... 한이연.... 이쁘네....
이연 ....고맙습니다...
치성 어....... 음....... 내가 .......집에 데려다 줄까요?
이연 고개를 끄덕인다...
둘... 그렇게 발을 움직이며 서른아홉 발자국에 첫발을 내딛는다...
치성... 그러면서.... 작고... 편안한 질문들을 시작한다...
나이가....?
학교는 어딜 나왔는지?
취미가 뭐드라?
그러면서 치성의 가슴의 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린다.
치성 (가슴의 소리) 난 오늘...남들한테 다 있는데 내게 없던 세 가지가 생겼다... 난 내
년이 생겼고... 난 주사가 생겼고... 난.......첫사랑이 생겼다....
둘...골목 끝 모퉁이를 돌아 걸어간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