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페미니즘과 여성부에 관한 광장 글들을 읽고

이성헌 |2006.09.21 01:13
조회 2,129 |추천 64

난 대학교 1학년때 여성학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여성학은 여자의 심리를 가르쳐 주는 학문인 것 같았다. 저걸 알면 여자와 사귈 수 있을 것 같고 연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며 섹스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난 이런 마음에 여성학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실상 여성학 수업은 그리 재미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마르크스페미니즘, 레디컬 페미니즘같이 지루한 이론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어느날 강사님은 드라마를 보고 남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아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하기 싫었지만 숙제이기에 난 드라마 몇편을 보았다. 갑자기 색다르게 보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존댓말을 하지만 남편은 아내에게 반말을 했다. 남편은 늘 아내를 꾸중하고 아내는 주로 변명만 하였다. 물론 지금 드라마는 좀 다르지만 그때는 그랬다. 이 경험은 꽤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여기에 관심이 생겨서 이런저런 여성학 책들을 읽어보았다. "섹시즘" "나는 제사가 싫다" "늑대를 타고 달리는 여성들" "한국여성인권운동사(매우 지루했음)"같은 책을 읽으면서 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강준만씨의 책을 읽은 것과 같았다. 사회를 완전히 새롭게 보게 된 것이다.

 

 

 

......

 

 

 

안티이대 까페에 들어가서 운영자와 채팅을 했다. 난 어째서 이런 일을 하냐고 물으니까 이대생을 너무 증오해서 이런 일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대생을 만난 적이 있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딱 한명 만났다고 했다. 그것도 우연한 만남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기는 가증스런 이대생을 증오하고 그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친구 몇명과 여성학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페미니스트들을 매우 증오했다. 난 "단 한권이라도 페미니즘 책을 읽어봤냐"라고 물었다. 다들 읽지 않았다고 했다. 난 페미니즘을 증오하는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고 이 질문에 그렇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단 한권의 여성학 책도 읽지도 않았으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너무나 많이 아는 척을 했다.

 

싸이 광장은 훨씬 심했다. 오프라윈프리가 하지도 않는, 한국여성을 욕하는 새빨간 거짓말에 수많은 남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테트리스와 조리퐁문제는 여성부와 어떤 관련도 없는데도(모두 ywca와 관련있음) 많은 남자들이 저 일을 여성부가 했다고 믿었다.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는 장애인과 공익근무요원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법이어서 헌재가 위헌으로 선고했는데도 수많은 네티즌들이 여성부에게만 욕을 했다. 정말 옳은 말도 단지 여성부가 했다는 까닭으로 눈을 뒤집고 욕을 하기가 바빴다.

 

 

 

......

 

 

 

한때 매매춘 일을 했던 여성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책에서 본 것과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한달에 한번도 쉬지 못하고, 살이 찌는 것을 막고 성욕을 높이기 위해 밥을 제때 주지 않고, 아파서 며칠 쉬는 것만으로도 수십만원 빚이 생기는, 그런 일들을 그 여자분은 울면서 이야기했다. 물론 여기에 오는 남자들은 "윤락녀들은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1년 일하고 1년 논다더라" "그런 편한 일을 하는 여자들은 마땅히 욕먹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다 여기서 본 댓글) 어쨌든 내가 보기에 그 여자분은 진심으로 말한 것 같았다. 운이 좋게도 난 그 여자분과 한 10분도 따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악세사리를 팔고 있고 다음에는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다.  

 

 

어느날 아침에 어린이성폭행 피해자 부모님들이 나온 프로그램을 보았다.  정말 놀란 것은 가해자들이 처벌받아 징역을 사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그 까닭은 어린아이 증언이 너무 왔다갔다 해서 법원쪽이 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이든 어른도, 법을 잘아는 사람도, 심지어 예전에 재판관을 했던 사람도 증언을 할 때에는 어영부영 하는 법이다. 하물며 어린아이들이야 말할 필요가 있을까?

 

 

사법시험을 공부하게 되면 수많은 형법판례들을 보게 된다. 대부분 형법판례는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처벌하는 권선징악으로 끝난다. 하지만 유독 성폭행 판결들은 너무나 다르다. 단지 피해자가 주위에 도음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죄판결을 내린 것도 보았다.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다고 해서 장애인 성폭행 범죄자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것도 보았다! 집단성폭행 가해자 모두를 집행유예로 풀어준 판결도 보았다! 피해자가 고소를 안해서 검사가 폭행죄만으로도 고소를 하니 강간죄로 왜 고소를 안했냐고 무죄판결을 내린 것도 보았다! 이런 사건이 너무 많았다! 다 법으로는 타당했다! 하지만 과연 옳은 말일까? 너무 슬펐다! 이런 판결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끝없이 슬퍼지게 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누가 이들을 도와줄 것이란 말인가!

 

 

 

......

 

 

 

 

난 이들을 도와주는 페미니스트들을 존경한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성폭력 상담센터 사람들도 존경한다. 더불어 이들의 활동을 직간접으로 지원하는 여성부는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부가 하는 행동이 모두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부는 앞으로 바뀔 여성가족부답게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일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부가 없어지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지만 많은 남자들은 이것을 절대 보지 않고 무조건 "여성부는 돈을 너무 많이 쓴다! 여성부를 폐지하라"라고 말한다. 사회의 위선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우리 스스로가 깔아뭉게고 짖밟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저들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그나마 살 만 한 것은 아니었던가......

 

 

 

 

 

 

덧-이 글에 악플을 달든, 욕설을 하든, 날 여성부 알바라고 하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난 여기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겠습니다. 즉 나에 대한 모든 비난은 마음껏 해도 됩니다.

 

덧2-하지만 성폭행에 대해서 "남성차별"이니 "오히려 성폭행으로 고소당해서 무고한 남자가 많다"느니 "사실 여자에게 더 문제가 있다" 같은 헛소리를 하는 사람에게는 확실하게 비판하겠습니다. 난 이것만큼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나도 당신들같이 욕을 할 지도 모릅니다.

 

아장아장 걷는 어린 여아들, 활기차게 놀아야 할 초등학생 여학생들, 이들이 전체 성폭행 피해자중에서 30%를 넘게 차지합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들 피해자 부모들중 반 이상이 2차 피해때문에 고소조차 하지 못합니다. 이것말고도 더 많지만 그만 하겠습니다. 이런 사실조차 모르면서 성폭행에 대해 헛소리하는 남자들에게는 난 그 어떤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덧3-그밖에 다른 것에 대해서 내 생각을 묻고 싶으면 내 홈피 방명록에 와서 질문을 하든지, 아니면 쪽지로 보내주십시오. 최소한의 예의만 지켜주신다면 나름대로 성실하게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제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제 부족으로 여겨주십시오.

추천수64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