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1 싸구려 털잠바, 그를 만나다

이진 |2006.09.22 00:34
조회 32 |추천 0

중국 대련의 겨울은 매콤한 칼바람으로 춥디 추웠다.

3월이면 추위가 좀 누그러져도 될 법한데 ...

나는 바닷바람이 매섭게 부는 대련의 날씨를 원망했다.

나는 유학생.

중국어를 배우려고 여기 중국 땅에 들어온지 2주쯤 지났다.

 

대련외국어대학의 어학원 교실엔 '히터'가 없었다!

오로지 36.5도씨의 본인 체온만으로, 쉴새없이 업그레이드되는 찬 기운에 맞서야한다. 

나는 대련이 얼마나 추운지 상상도 못하고

싸구려 털잠바 하나만 입고 이곳에 왔다.

...중국으로 가기전 짐을 싸던 날, 엄마가 말했다.

 

"공부하러 가는거니까, 옷 신경쓰지말고 집에서 안입는 옷만 들고 갔다가 귀국할 땐 다 버리고

돌아와. 그러면 짐도 덜고, 괜찮겠지?"

 

그래서 나는, 고분고분하게 엄마말 잘들은 이 착한딸 나는 이 싸구려 털잠바 하나 밖에 없는데,

날씨는 따뜻해질 기미가 없고,

나는 매일 똑같은 이 싸구려 털잠바를 입고 학교에 간다...ㅠ_ㅠ

 

오늘 저녁엔 우리반 저녁 회식이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또 똑같은 이 털잠바를 입고 갈 수밖에...(옷이 없다~ 옷이 없어~)

 

대련외국어대학의 정문근처엔 한국요리를 파는 식당이 있다.

오늘 거기서 삼겹살을 먹는댄다.

나는 이미 피같은 돈 50원(한국돈으로 7000원상당)을 회비로 냈기때문에

옷이 부끄럽더라도 꼭 가서 밥을 먹어야만 하겠다!

 

18명의 한국인, 10명의 일본인 - 우리반 구성원이다.

우리반은 어느정도 기본 중국어 회화실력을 갖춘 수준의 반이라

일본애들과 한국애들의 언어 소통시 '어줍잖은 중국어'를 선택한다.

 

한참을 먹었을까, 고기에 정신이 팔려있다가 배가 슬슬 차니

이제야 주변이 보인다.

이 사람들, 나 빼고 무슨 이야기 중인가~ 주위를 둘러보는데

옆자리 앉은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 아.. 니 하오~ ^-^;; 어허허허~"

(뭐야, 완전 뻘줌한대...) 한참 먹다가 이제서야 니하오*(안녕하세요) 라니..나도 참.. ㅜ ㅜ

" 니 하오 ^-^"

그래도 대답해 주네. (쌩유!!!!!!)

일본인이다. 사실... 나는 여기 와서 일본인을 처음 만난것 같다.

 

" 이름이 뭐에요? 저는 M 입니다. 허허헛.." 

이제서야 통성명이 오간다..

                                                                              * 중국어 대화지만 한글화..

" 아, 저는 스즈키입니다. "

" 아, 예. ^-^"

눈이 왕 크다. 나도 어디가서 눈 작다는 소리는 안듣는데, 남자에게 이렇게 기가 눌리긴 처음이다.

그리고.. 원래 일본인 중에 이렇게 눈 큰 애도 있었나? (혼자 뭘 모르는 소리중..)

암튼 진공청소기처럼 뭐라도 하나 빨아들일것 같은 그 큰눈을 멍~하게 바라보는데

갑자기 스즈키 옆에서 친근한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스즈키, 얘 되게 웃겨요! 저랑 같은 방*(기숙사) 쓰거든요?! ㅋㅋ

 야, 스즈키! 너 짜파게티 노래 불러봐~ 어서!"

 

짜파게티 노래라니... 한국에서 짜파게티 광고할때 나오는 그 CM송? 그거?!

설마~

그 스즈키라는 일본애를 뚤어져라 쳐다보는데,

"짜라짜짜짜 짜짜짜짜 짜~~ 파게티~~ 농! 심! 짜파게티~"

 

이러는거다!!!!! 진짜! 정말!!!!

 

"와아아아악!!!!! (놀람과 동시에) 푸하하하하하하!!!!!"

완전 크게 웃어버렸다!

태어나 처음 만난 일본인.

짜파게티 노래를 부르다... 푸학!!!

 

사실, 비쥬얼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꽤 웃긴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한잔 짠~하고,

돌연 진지한 얼굴로

아까 그 진공청소기처럼 뭐 하나 빨아들일것 같은 눈으로 다시 돌아와 그가 말을 이었다.

 

" M씨는 왜 중국어를 배우러 오신거세요? ^^ "

" 글쎄말이죠. 스즈키씨는 뭐 하시려구요? "

" 아, 저는 나중에 무역일을 하고 싶어서요 "

" 그래요? 하핫~ 저는 작곡가가 꿈인데~"

 

돌연 스즈키가 갸우뚱했다.

"작곡가..요? 그럼 중국에서 작곡가 하실려구요?"

"아뇨, 한국에서요. 저 사실 중국어랑 별 상관 없는데.. 저 중국어 안좋아해요! ^^ 어허허헛~" 

 

(누가 문열었냐~ 왠 찬바람이...)  

 

나는 그냥 솔직하게 말했는데, 스즈키에겐 충격이었나?

완전 놀란 표정의 스즈키를 보자마자

' 나 실수했나?' 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아.. 하기야, 중국온지 2주차되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하는 말이

중국어 안좋아한다니

 

나 왠지 이 일본인한테 단단히 찍힌것 같다. 정말 이상한 애로//

그치만// 짜파게티 역시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닌것 같은데? 풉~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