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rologue -
어느 무료하고 따분한 아침. 읽을만한 책이 있나하고 서점엘 들렀다. 마침 주위에서 간간히 들어오던 131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공중 그네'와 그 차기작 '인 더 폴'이 패키지로 만원도 안되게 나와있는 것이었다. 가을이고 하니 펑펑 울어버릴 만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일본식 코미디 '공중 그네'중에 그래도 우울한것 보다는 즐겁고 심플하게 살자는게 인생에 모토라고 할수 있기 때문에 갈등속에 이 책을 집었다.
어두침침한 종합병원 지하. 상큼하게 정리되어 있는 지상의 병원과는 달리 퀘퀘한 분위기의 지하에는 신경 정신과만이 자리잡고 있다. 병원장의 아들로써 상당한 뒷배경과 권력, 그리고 병원의 후임자이지만, 코끼리같은 풍채에 환자의 팔에 주사기가 꽂히는것을 보면 오르가즘을 느끼는 '정신과 의학 박사 이라부'와 언제 어디서든 가슴 골을 내놓고, 핫팬츠를 즐겨입는 노출증 환자(?)인 '간호사 마유미'.
뭐든지 뾰족한 물건만 보면 자신의 눈을 찌르는듯한 허상을 본다. 젓가락, 책상 모서리, 펜, 심지어 포크는 살상무기로까지 보여진다. 이런 강박신경증을 가진사람, 아이러니하게도 야쿠자 중간보스의 에피소드.
2대째 공중 그네 곡예사 역할을 하며, 같은 곡예단 여인과 결혼하고, 항상 곡예단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임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공중 그네에서 번번히 떨어지고만 마는 곡예사의 에피소드.
이라부의 대학 의학부 동창이고, 신경 정신과의로 젊은 나이에 장인의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의사지만 항상 부적절한 위치에 않좋은 시각으로 '얹혀'있는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야 말겠다는 파괴충동에 사로잡힌 의사의 에피소드.
이라부와 마유미는 어느 환자든지 편견을 가지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환자들의 병을 고친다. 그런데 그런 특이하고 괴상망측한 치료법이 제대로 환자들의 병을 고쳐낸다는 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이라부와 마유미의 치료법으로, 과연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치료하는 것일까...?
- Epilogue -
그다지 탐탁지 않은 일본이지만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건 일본 특유의 적막함과 고요함 속의 내제된 표현력이다. 그렇기에 일본 영화를 헐리우드 영웅찬양 영화보다 좋아했고, 여느 헐리우드 배우보다는 '기타노 다케시'를 좋아하게 된 까닭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소위 '일본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공중 그네가' 아주 제대로 깨트려 주었다.
이 책은 적막함과 고요함이라기 보다는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슬랩스틱하면서도 약간은 변태스러운 웃음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두 세번 읽다보면 그 안에 내포된 의미는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씁쓸함과 아픔이 정제되지 않은채 있다. 읽을때는 정말 속이 후련하고 한바탕 웃어서 배가 당기지만, 책을 덮고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하고 씁쓸한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