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海 탈출비법
누구나 우울한 날은 있다. 호주의 유명한 사진작가가 쓴 이라는 그 깜찍한 책을 보면서도 눈물을 펑펑 쏟을 정도로 슬픈 날. 그리고 야무지게 결심한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비웃기라도 하듯, 여기저기에서 찔러대는 그들의 생각 없는 비수들. 상처 안 받은 척 며칠 묵혀놓으면 마데카솔을 바를 여력도 없이 내 마음은 우울해로 빠지고 만다. 새살이 솔솔 돋아나게 하는 마데카솔 같은 비법은 없을까?
없다면 거짓말. 그러면 세상에서 내가 젤로 행복한 것처럼 사는 그 수많은 사람들은 우울해에 한번도 빠져보지 않았다는 소리? 말도 안 돼지. 그들도 때로는 신나고 즐겁지만 어떤 날은 우울하며 또 어떤 날은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슬프다. 너도, 나도, 에브리바디 다~ 똑같다. 만고불변의 진리.
그들의 마데카솔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서 내 가까운 데에서 보고 들은 비법을 오늘은 딱 두 가지만 제시한다. 너무 많으면 외우기도 어렵고 희소가치가 떨어져서 좋지 않다. 또 생각나면 다른 제목으로 둔갑시켜 또 써 보도록 하겠다. 우울해에 빠진 자들이여, 눈앞에 보트가 있다. 마음으로만 움직이는 보트라 잘못 먹는 순간 다시 빠져버릴 수도 있다. 잽싸게 올라타자.
1.신나는 노래 금지
긍정적인 생각은 지구도 들어올린다. 오백 배 공감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좋은 노래만 틀어 놓고 집에 있던 어느 날. 라디오를 부셔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물론 나는 슬픈데 왜 이 노래는 이렇게 신나지. 하는 심술보 때문은 분명 아니었다. 그냥 기분이 썩 좋지 않았고, 그 때 나온 신나는 노래들은 오히려 나를 화나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내가 사이코이다. 두 번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제 3의 가능성. 둘 다일수 있다. 사이코로써 자연스러운 현상??-_- 그건 아니길 빈다.
노래 목록을 살펴본다. 거북이, 코요태, 메탈리카, 어떻게 이런걸 들으면서 그동안 공부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시끄럽고 발랄하신 노래들. 단 일초도 더 듣기 싫었다. 그래서 슬픈 노래로 플레이어를 싹 갈고 앉았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하는데, 정말 신나고 붕붕 뜨던 노래를 들을 때 보다는 확실히 가라앉지만 마음이 진정되고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스피커를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도 가라앉았으며, 내가 신나는 하루를 보내고 있을 적에도 변함없이 이 노래는 슬픈 선율로 슬픈 감정을 부르짖었을 거라 생각하니, 왠지 고맙기까지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든 생각들. 아, 내가 그때 왜 그런 얘길 했지. 그건 미안하다고 해야겠다. 이건 좀 없으면 어때, 이런 걸로 화를 냈단 말이야? 못 쓰겠네 이거, 이거. 그리고 부모님 생각,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생각. 미워하지 말자, 나에게 다 독화살이 되어 결정타를 날릴 수 있어. 그러면서 눈물 한줄기. 아이고 청승맞다. 진이 쭉 빠진다. 그제야 며칠간 설쳤던 잠을 청해본다. 방 안의 특유의 향기가 오늘은 수면제가 되어 내 주변에 머문다. 노래는 여전히 나오고 있고, 나는 깊은 잠에 빠진다.
사람의 기분이라는 그릇 속에는 희, 노, 애, 락, 비, 오, 욕이 골고루 섞여있다. 어느 날 약간 슬퍼진다면 노, 비, 오, 욕이 그릇에 넘쳐서 좀 꺼내주세요, 라고 아우성 치고 있는 거다. 그러면 그렇게 되게 내버려 두자. 그렇게 진정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다시 희노애락비오욕이 골고루 다시 섞여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게 하루하루를 신나게 사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긍정적 마인드의 한 부분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역시 결론은 자연스러움이라는 것.
진실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가? (잠시 심호흡 하는중...)그렇다면 도덕 교과서에 딸려있는 생활의 길잡이 격이라고 할 수 있는 한 가지 실천과제를 부여해 보겠다.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진짜 엄청나게 기분이 다운된 날, 혹은 기분 나쁜 날, 코요태의 을 들어보라.(신나고 붕붕 뜨는 노래를 들으라는 소리) 을 들었을 때의 그 기분을 잘 기억해 두라. 두 번째, 거미의 을 들어보라.(슬픈 단조의 피아노선율만 나오는 곡도 추천이다.) 그리고 그 기분도 잘 기억해 보아라. 무엇을 느꼈는가?
2. 나는 만화속의 주인공이다.
며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정말 잘 지내보려고. 나도 야매 고시생인지라, 며칠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다. 이해해 주라 하하. 그 생각을 한지 며칠 되지 않아 일이 꼬이고, 생각지도 않게 화를 내고, 안하던 소리까지 하면서 페르소나를 벗어버리는 듯한 그런 기분을 느꼈다. 아니, 생각이 몸을 지배한다며. 장난해? 내 안에서는 오히려 쉐도우가 밖으로 마구마구 분출되고 있다고. 며칠간 내 결심이 무색할 정도로 일이 꼬이면서 처음엔 그래, 뭘 하냐. 내가 그렇지 뭘, 이라는 유혹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러다가 에서 작가가 말한 게 문득 생각났다.
내가 그런 상황일 때에는 만화나 영화의 한 장면속이라고 생각하라고. 조금 관조적인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라는 것이다. 우연히 일어난 일은 없다. 몇 편의 허접 떼기 소설을 써봐서 알지만 “어느 날 갑자기”는 소설에서도, 만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전혀 없다. 고학생인 천방지축 캔디 같은 여자에게 멋진 남자가 고백을 하는 장면.(두둥- 수십 년 동안 많은 여자들을 환상에 사로잡히게 하는 이 순정물-_-+ 이런 거 너무 많이 보면 우리나이 때는 눈만 높아진다. 요런 거는 쪼꼼만 보고 이제 차라리 내가 누군가의 테리우스 같은 사람이 될 생각을 할 나이다.) 실은 전혀 뜬금없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 멋진 남자도 캔디의 생활력을 보고 아, 저 정도면 먹고살기에는 괜찮겠구나, 미모도 꽤 되니 2세 걱정도 없을 것이고, 성격은 뭐 좀 날뛰기는 하지만 즐거울 것이고, 등등 나름 잣대를 들이댄 후 사랑한다는 이유를 들어 고백을 했겠지. (개인적으로 이런 잣대로 나를 평가한다면 정중히 사양하겠다. 물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바보처럼 들키지 마라. 정이 확 떨어진다.)
만화 속 한 장면에서도 이런 숱한 인과관계가 얽혀있는데 내 마음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은.. 뭐 딱히 논리적인 인과관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왠지 내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만화 속에서는 주인공이라면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거나, 잘 될라 치면 꼭 하나씩 태클을 걸지 않던가.(하다못해 자기편에서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이 꼭 그 짝이다. 내 긍정적인 마인드 컨트롤을 하늘이 약간 시기하며 시험하는 중이라고 생각하자. 나는 내 만화속의 주인공이니까, 살짝 그쪽을 향해 비웃어주고 보란 듯이 슬퍼한 다음에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는 거지. 기억해 두자. 누가 공짜로 건네주는 마법진은 없다. 진짜 마법진은 단 하나. 내 안에 있을 뿐이다.(여담이지만, 슈퍼 그랑죠의 마법진 발사될 때 나오는 연주곡 멋지다. 기분전환에 딱이다.)
야트막한 경험을 가지고 너무 뻥 부풀려 모든 사람들을 캔디로 만들어 버리면 어쩌지 싶은 걱정이 아주 살짝 들었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기 조차 지쳐버렸다면 이런 식의 측면 돌파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난 단지, 경험에서 우러나온, 슬픔 혹은 망상 혹은 슬럼프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방법을 살짝 제시해 주었을 뿐이다. 선택은 그대들의 몫이다. 오늘도 해는 뜨고, 나는 이미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우울 海, 당분간 안녕~
주의사항 : 억지로 우울한 기분을 만들어 여기 나온 실천과제를 해 보지는 말 것. 우울해는 생각보다 깊고 오염도가 심해 마음을 다잡지 않고서는 여간해서는 빠져나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