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고을에 할 일을 자주 미루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집에는 방이 세 칸 있었는데,
그 가운데 두 칸은 지붕에서 비가 샌지 오래되었다.
그나마 한 칸이 멀쩡해서 비만 오면 그 방으로 피신을 했다.
그러던 어느 비 오는 날,
그 한 칸 마저도 빗물이 새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자 그는 마지못해 지붕을 수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붕의 기와를 뜯어내고 보니
비가 샌 지 오래된 방 두 칸은 서까래, 기둥, 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 쓰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번 비가 샜던 방의 재목들은
썩은 데가 없어 깨진 기와 몇장을 바꾸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지붕을 다 고치고서야 일을 미루는
자신의 습관이 오랫동안 비를 맞아 썩어버린
재목과 같음을 깨달았다.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점점 나쁜 사람이 되어서 마치 서까래가
썩어 못 쓰게 되는 것과 같으며,
잘못을 알고 바로 고친다면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기와만 갈고 서까래는 다시 쓸 수 있는 것과 같다."
원작 - 이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