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추석날
내 유년기는 70년대 초반쯤이었다.
내가 나고 자란곳은 서남해에 있는 전남 신안군 임자면이라는 섬마을 이었다.
어쩌다 부모님을 따라 목포에라도 나갔다 오는 아이들은 별난 음식이며,
버스, 기차 이야기로 동네 아이들이 부러움을 샀다.
그런 섬 아이들에게 꼭 두 번 꿈 같은 날이 있다.
설과 추석 왜냐하면 그날은 물에 나가 직장생활하는 형이며 누나, 친척들이
맛있는 과자와 장난감을 사들고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명절이 제일 싫었다.
우리 아버지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젊어서 임자도로 들어와 우리 삼 남개를
낳으셨기에 찾아온 친척이 한 명도 없었다.
열 살 무렵, 그해에도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왔고 괜히 기죽기 싫어 우리집 사정을
알리 없는 아이들 ㅌ큼에 끼어 같이 선착장에 나갔다.
마침내 객선이 선착장에 닿고 과일 바구니에 장난감 상자까지 보따리 보따리
짊어진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 하자 아이들은 아는 얼굴을 귀신같이 찾아 내고는,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보따리를 뺏다시피 받아들고 걸으며 슬쩍슬쩍 장난감 상자와 별난 과자를 발견한 아이들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피어 올랐다.
이윽고 배가 선착장을 떠나 저 멀리 사라졌지만 내가 맞을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이 모두 돌아갔을 때쯤 서서히 집으로 향했다.
동네앞을 자로지르는 큰길이 있지만 혼자인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일까봐 산중턱으로 난 샛길을 택했다.
기분이 좋을 리 없는 나는 집으로 가면서 발에 걸리는 나뭇가지나 개구리들에게 괜스레 화풀이를 했다.
이제 내 나이 마흔 올추석에는 훌쩍 커버린 두 아들 놈 데리고 내 고향 임자도를 한번 찾아가야겠다.
-좋은 생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