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뱅 리뷰
지난주 빅뱅이 쇼!음악중심과 뮤직뱅크에 출연해 무대를 선보였다. 데뷔무대보다 훨씬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이들은 많은 가요팬들을 매료시켰다. 이제야 그들의 제 실력이 대중들에게 정식으로 선보인 셈이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해도, 우리나라 메이저 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서 큰 야심을 품고 내놓은 그룹답게 그 내적인 음악적 힘은 이미 감지된다. 분명하게든 희미하게든.
권지용은 그 혼자서도 그야말로 2006년 최고의 신인 남성뮤지션이다. 우리나라에서 힙합장르가 꾸준히 성장해오면서 수많은 랩퍼들이 등장했고 지금도 등장하고 있다. 그들 모두 제각각의 개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진영, 이준, 이현도 등이 과시하던, 랩에 대해선 비교적 무덤덤한 일반 가요팬들까지 단번에 확 사로잡는 흡입력을 가진 경우란 드물었다. 첫 음반에서 보여주는 힘도 충분히 인상깊었지만 이 두 방송 무대에서 그가 보여주는 랩과 노래의 충일한 느낌은 - 도대체 몇년만에 느끼는 즐거움인가. 더군다나 그는 이전의 대형급 선배 랩퍼들보다 한단계 진일보한 음악을 들려준다. 보컬와 랩과 메시지와 비트와 플로우와 그루브감 모두를 갖춘 데다가 개성과 R&B의 농밀한 필, 전체적인 음악 장악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그의 짧은 랩 파트만 들어도 바로 빅뱅의 음악에 허기가 질 판이다.
나를 가장 즐겁게 한 것은, 쇼!음악중심의 '눈물뿐인 바보'이다. 음반으로 듣는 '눈물뿐인 바보'는 제법 들을만했지만, 상당히 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건 톡 쏘는 맛이 빠진 사이다같은 느낌이었다. 이게 원래 맛이 아니고, 뭔가 더 있을것 같은데 그것이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음반의 완성은 무대에서다. 무대란 음반의 해석매뉴얼. 그러나 모든 가수들이 늘 좋은 매뉴얼을 재빨리 제공해주진 못한다. 하지만 빅뱅은 이날 무대에서 바로 탄산가스가 장전된 사이다를 들고온다.
중반부 권지용이 멜로디가 깔린 가속성 랩을 선보인다. 속도를 점점 빨리 하다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파트를 최승현과 함께 불러낼 때의 앙상블은 짧지만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킨다. 권지용의 뱀처럼 가볍고 매끄러운 소리가, 최승현의 무거운 소리와 음반보다 훨씬 더 강한 대조를 이루며 섞인다. 멋진 보컬 앙상블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렇듯 멋진 랩 앙상블은 들은 기억이 없다. 두 신예들에게선 여유까지 묻어나와 최승현은 빙그레 웃고있기까지 하다. 공을 주고 받듯 음악의 탄력을 만들어내는 즐거움을 그들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보는 우리도 느낀다.
얼마전 성대 결절 판정을 받아 팬들을 안타깝게 만든 강대성에게선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반드시 성대결절이 아니더라도, 그의 경험은 짧고 아직 그에겐 가야할 길이 멀다. 하지만 괜찮다. '평범한 색을 가지고 아주 잘하는' 신인보다는 '뚜렷하고 매력적인 자기 색을 가졌는데, 아직 서투른' 신인이 백번 낫다. 강대성이 그렇다. 빅뱅의 소리는 가벼운 소리와 무거운 소리로 나뉘는데 강대성은 보컬에서 다른 멤버들보다 훨씬 대가 굵은 목소리를 선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대단히 부드럽게 감겨드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 다른 멤버들의 소리를 든든하게 받쳐줄 것이다.
아마 이후 빅뱅 음악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바로 강대성이 얼마나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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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뱅크의 빅뱅 무대는 신나는 놀이판이다. 이 분야에 도통한 선배들 밑에서 큰 탓일까. 도대체 몇번 방송했다고 벌써부터 무대를 '자신들의 놀이판'으로 만들어버리는가.
권지용 칭찬 또 하자. Lalala의 서두를 여는 그는 '보컬리스트'기준으로만 봐도 이미 훌륭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리더쉽이다. 팀에서 그는 단순히 절차상의 리더가 아니다. 다른 멤버들보다 긴 수련기간과 뛰어난 기량을 바탕으로 마치 지휘자처럼 팀 전체의 속도를 조절해내고 팽팽한 리듬의 원천 노릇을 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만에 전체 무대가 갑자기 깔끔해지고 힘 조율이 제대로 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권지용의 탁월한 리드이다. 9월 23일의 쇼!음악중심무대와 이날 무대를 비교해보라. 10월 1일 뮤직뱅크 버전에선 권지용이 각 소절 소절마다 전부 추임새를 넣어가며 나사를 꽉꽉 조여대고 그것은 곡 전체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강대성의 솔로파트에선 Go 대성!이라고 외치며 힘을 실어주기까지 한다.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스킬이다. 1년 미만의 신인들은 공중파 무대에서 이런 타이밍 못 잡는다. 한마디로 이 사람, '간판만 신인'인 거다.
하지만 좋은 팀이란 한명만으로는 절대로 성립안된다. 권지용(G.드래곤)과 맞먹는 힘으로 그와 대립각을 이루는 최승현(T.O.P), 제각각 다른 느낌의 강한 R&B필을 선보이는 이승현(승리), 동영배(태양)의 보컬도 아직은 덜 여문 상태지만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전체 멤버들이 뿜어대는 젊은 기가 지금도 이미 무대를 꽉 채운다. 연달아 음반을 내놓을 12월까지 계속 방송무대를 '놀이판'으로 실컷 활용하길. 우리도 덩달아 즐거워볼 작정이다.[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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