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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여자친구가 있으면 안되는 이유.

조동주 |2006.10.06 15:02
조회 138 |추천 2


  글쎄, 나는 나 자신을 군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군인이라는 표현보다는 다른 표현을 쓰고 싶었는데, 더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네.

 

  뭐 여하튼, 이야기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어보자. 애인 있는

 

군인들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상병 때를 넘기지 못할 것"이란

 

말이다. 처음에는 그런 말들을 듣는 사람들마다 '나는 달라'라는

 

자기최면을 걸며 자신에 취해보지만, 현실은 현실일 뿐이다. 

 

현실세계에서 고착화되어 있는 관습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군대를 가면 왜 대부분의 사병들이 여자친구와

 

이별하게 되는건지, 그리고 왜 군인에겐 여자친구가 있으면

 

안되는건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일단 우선 대부분의 군인들이 애인과 이별하게 되는 이유는

 

솔직히 뻔한 것들이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 만큼

 

이것을 잘 설명해주는 말이 없다. 눈에서 멀어진 만큼 마음도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양자의 결합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남녀의 사귐에 있어 양자의 결합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은 그

 

험난한 여정을 예고한다. 남자가 군대에 있어 여자의 곁에서

 

챙겨주지 못하고, 필요한 때 함께 있어주지 못하고, 옆에서

 

직접적인 사랑을 베풀어 줄 수 없는 강제적인 상황은 이미

 

비정상적인 연애여건이다. 연애라 함은 양자의 감정교류인데,

 

몸이 멀어지면서 직접적인 감정교류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서

 

연애라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연애를 하면서

 

배려를 받고 싶기도 하고, 사랑을 받고 싶기도 하고, 혹은 배려를

 

해주고 싶기도 하고, 사랑을 주고 싶기도 한다. 이러한 상호간의

 

주고받는 감정communication이 직접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연애는 손이 닿지 않는 풍선을 쫓는 막연함일 뿐이다.

 

  과거의 기억에 의존하여, 혹은 기다림이라는 숭고한 의식을

 

가지고 지고지순하게 2년이라는 시간을 감성의 흔들림 없이

 

기다린다는 것은 위인전에나 나올법한 성자에게서나 가능한

 

일이다. 20대초반의 젊은 나이, 수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고

 

이제 막 성인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만큼 한창 해보고싶은 것도

 

많은 나이. 그러한 욕망을 억누를만한 거대한 도덕적,감성적

 

의식을 가지기엔 20대초반의 나이는 너무 젊다. 아니 그러한 

 

의식의 소유는 솔직히 말해 인간이라면 불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명제의 대전제이고, 그에 파생되는 소전제들을 살펴보자.

 

일단 남자는 군대에 가게 되면 '정'이라는 것에 굶주리게 된다.

 

항상 익숙했었던 자신의 주위환경여건들이 모두 제한되고, 완전

 

새로운 여건 -그것도 예전의 그것과는 현격한 질적차이가 있는-

 

에서 당연히 예전의 여건을 그리워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군인들이 사회에선 쓰지도 읽지도 않던 편지에 그렇게 목메는

 

것은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에 굶주려있는 군인들에게 여자친구란 존재는 목말라 있는 정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오아시스이다. 그녀를 통해 위안받고,

 

그녀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는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불행의

 

시작인데, 문제의 시작은 남자는 오아시스에서 더 많은 물을

 

마시길 원하고, 여자의 오아시스는 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안에 갇혀있는 남자는 달리 의존할 대상이 없기때문에 자신의

 

유일한 의지처인 여자친구에게 더 기대게 되고, 남자친구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일들, 사람들에 둘러쌓여 남자보다 심리적 여유가 적은

 

여자친구의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막 좋다가도 점점 자신에게

 

집착하고 있는 애인을 볼때마다 솔직히 귀찮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결국 하나뿐인 오아시스를 통한 수분충족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자, 그 반사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괜스레 자신의 오아시스

 

에게 수분충족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사표시를 항의섞어

 

하고, 짜증부리고, 시비걸려하고, 상처주는 말을 하고...

 

뭐 대략 그렇게 흘러간다. 하지만 그러한 의사표시들의 원천은

 

"저에게 관심을 주세요, 저에게 많고 많은 수분을 주세요"다.

 

하지만 그걸 누가 알리오. 상대편은 자신이 차분하게 이해가게

 

설명하지 않고 이렇게 간접적으로 표현하면 절대 알 수 없다.

 

여자입장에서는 "얘 왜이리 까칠하게 굴지? 짜증나-_-"라는

 

생각을 하기 십상이다.

 

  뭐 이렇게 서로의 핀트가 엇갈리기 시작하면서 싸움이 시작된다.

 

남자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충분한 수분공급을 해주지 않는 애인이

 

원망스럽고 섭섭할테고, 여자입장에서는 안그래도 옆에 있지도

 

않아서 점점 마음이 희미해져가고 있는데 짜증까지 내니 산 넘어

 

산이다. 뭐 대략 이러한 절차를 거치는데 1년이 걸리는 듯 하고,

 

그래서 상병때쯤 헤어진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자기에게 상처주기로 보내게 되면 결국

 

남는건 망가진 자신의 마음 뿐이다. 아무런 발전없이 허송세월한

 

1년, 오히려 자신을 망가뜨린 1년이 되는 것이다. 그 1년동안

 

애인에 빠져 속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부적응자가 되며,

 

항상 마음 속에 우환과 걱정이 도사리고 있다. 애인이 바람피지는

 

않을까,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을까 etc..그러한 해결방안 없는

 

걱정들은 자신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자에게도 드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20대초반의

 

나이에 군대 간, 형태조차 자주 볼 수 없는 남자에 의존할 수만은

 

없다.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 다양한 남자들과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나이에 보이지도 않는 허울뿐인 남자친구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더 많은 사랑을 바라게 되는 남자와,

 

더 많은 경험을 바라게 되는 여자.

 

그 둘은 극한의 상극이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파국의

 

정도는 심해질 것이다. 이게 다 20대남자를 집단화시켜 가두어

 

둔 군대때문이지만 말이다.

 

  뭐 여하튼 이것만큼 LOSE-LOSE GAME은 없다. 서로에게

 

소모적인 몸과 마음을 안겨줄 뿐이다. 게다가 애절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는 거의 없거니와, 설사 있더라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지쳐서 다른 쉴 곳을 찾게 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왜 군인이 여자친구가 있으면

 

안되는지 충분한 설명이 되려나?

 

  서로에게 소모적이고, 결국은 파국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제도적 여건. 사랑이란 미명아래 겪어나가기엔 너무 두려운 길이다.

 

  순간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큰 미래를 못 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비록 그 순간의 슬픔과 아픔, 애절함 역시 소중하겠지만

 

그 순간 후에 발생하는 위와 같은 일들은 남자를 더 힘들게 할

 

것이 자명하다. 큰 미래를 본다면 순간의 슬픔과 아픔은 산통의

 

고통쯤으로 치부하고, 그 산통을 통해 낳은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기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산통을 통해 낳은 이 아이, 나에게는 '공부'. 운좋게도 내무실이

 

공부하기 좋은 여건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는데다, 630일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남았다. 아이를 낳은 산통이 큰 만큼, 이 아이는

 

더 크고, 훌륭하고, 자랑스럽게 클 것이다. 더 훌륭한 아이로 성장

 

시키는 것만이 내가 겪었던 산통의 유의미성을 입증하는 길이리라.

 

  남들보다 좋은 여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 그 이점을 잘

 

살려 훌륭한 아이 한번 키워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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