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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09 30 토

박은정 |2006.10.09 21:07
조회 15 |추천 0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의 눈을 볼 수가 없었고,

그의 눈길과 마주쳤을 때

갑자기 확 일어난 불꽃 옆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눈 대신 완고해 보이는

그의 턱과 얇은 입술을 응시했다.

 

"그리트, 나를 보고 있지 않구나."

할 수 없이 시선을 그의 눈으로 가져갔다.

또다시 불에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나는 견뎌냈다.

그가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를 바라보는 일이 점점 편해졌다.

그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뭔가를

보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그림 한 점을 보고 있다고나 할까?

내 얼굴이 아니라 내 얼굴에 떨어지는 빛을

그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차이였다.

 

교회 종이 세 번 울렸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렇게 많이 시간이 지난 줄 모르고 있었다.

마치 주문에 걸린 것 같았다.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이제 내게로 향해 있었다.

그가 날 보고 있다.

 

서로를 응시하는 동안 한줄기 뜨거움이

파문을 일으키며 내 몸을 관통했다.

나는 그의 눈을 계속 들여다 보았고,

마침내 그는 시선을 거두며 헛기침을 했다.

 

"오늘은 이것으로 그만하자, 그리트!

다락방에 갈아야할 뼈들이 좀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빠져나가는

내 가슴은 무섭게 뛰고 있었다.

그가 나를 그리고 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중에서

사랑을 읽다

 

버스 정류장 OST - 그대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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