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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제대로 읽는 법

남호진 |2006.10.10 09:37
조회 50 |추천 0

 

어제, 저녁에 공부를 하다 말고 잠깐 나갔다.

하도 좀이 쑤셔서.

 

그런데,

(실은 물을 한컵 들이키러 거실에 나간거였는데)

손때가 묻은 이

다소곳이 텔레비젼 옆에 놓여 있었다.

참 중독성 있는 표지다.

 

1학기때 최교수님에게 표준서체를 탐구; 당해서 그런지

뭔가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안 맞는 크기의 글씨인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각자의 글씨체가 견고하게 다져져 있는.

참 중독성 있는 겉표지가 아닐수 없다.

이유라기엔 참 우습지만, 그래서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이번에 읽으면 여섯번째.

작년 추석 즈음에 생일선물로 윤민이한테 받고

올 해 내 생일에는 영화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이래저래 이 책과는 참 인연이 많다.

잠시 고민하다가, 마음에 바람도 넣어줄 겸

책을 펼쳤다.

 

블루노트와 문유정의 스토리로 구성된,

처음에는 참 진부하기 짝이없다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이 책에

내가 이토록 매달리는 이유도 모른 채,

내용도 다 알고, 어디에 어느 구절이 나올거라는걸 뻔히 알면서

나는 눈물을 가슴속에 이미 준비해 놓고 그 글을 읽고 있었다.

 

어차피 이룰 수 없다는 걸 다 알면서,

해피엔딩은, 마음속에서 깨달아야 비로소 이루어질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마음 졸이면서 책을 넘기고 또 넘기고

소리내어 울고 또 울었다.

 

책을 한 번 읽었을 때에는 전체적인 윤곽만이 이미지화 될 뿐이다.

두번 읽을 때에는 나름, 가슴속에 새기고 싶은 구절이 들어온다.

세번째에는 그 속에 투영된 사회가 보인다.

네번째에는 그들이 하고 있는 '사랑'이 눈에 보인다.

다섯번째에는 나도 그런 사랑이 하고 싶어 울었다.

그리고 어제는 그의 삶이 온연히 내 것으로 걸러져 나왔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했다. 인연에 대해서.

 

울었던 구절에서 여섯번을 똑같이 울고

영화를 보고 와서 그런가

영화속의 윤수와 문유정과 모니카 고모가 꼭 내 옆에 있는 것 같이

그 대사 하나하나가 내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게된 새로운 사실.

강간으로 집약된 그 여자의 삶은 사실은

강간 자체가 아닌

자기 주위 사람에 대한 믿음의 상실이었다는 것.

 

사람에 대한 상실.

사랑은 그랬다. 혼자하는게 아니었다.

혼자 시작하고 마주치지 않으면

이기적인 형태로 변질되어 집착으로 변하고 마는 것을.

그게 상실을 부르고 또 나에대한 상실을 다시 부르고

그 악순환이 되풀이 되면

문여사처럼 떠오르는 태양이 그렇게 괴로울 수도 있다는 걸.

 

그래서 사랑은 얼굴을 보고 바로 말해야

이루어지든 거기서 끝나든 할 것이라는 걸.

 

난 내가 스스로에게 가져다 준

어떤 오개념 때문에 생긴 치명적인 실수를

다시 한 번 기억해 냈다.

참으로 끔찍한 기억의 되살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오만가지 감정이 겹쳐

풀다만 교육학 문제집 한페이지가 다 젖도록

책의 슬픈 내용을 핑계삼아 펑펑 울었다.

(어제는 점수를 왠지 많이 받을거 같다고 자신했는데,

다 눅눅해져 버려서 그 점수는 확인할 길이 없다.-_-)

 

그래서 편지를 한 통 썼다.

두 시간동안.

길고 긴 편지를 썼다.

 

쓰다보면 왜 썼는지 알게 될거 같아. 라고 시작되는 편지를.

 

평소라면 그냥 전화를 한 통,

혹은 책을 읽었어- 라는 짤막한 문자,

그러면 즉각적인 피드백 후 그 이야기는 끝-이었을테지만

 

손으로 쓰다보면 수양하는 기분이 되고,

왠지 내 기분까지 글씨에 녹아드는 기분이 되고,

그리고 편지가 도착하는데 걸리는 며칠동안,

왠지 편지가 이성적으로 변해있을거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며 무작정 편지지를 꽉꽉 채워나갔다.

 

이 소설처럼 뭔가 해결책이 나는것도 아니고,

그렇긴 하지만.. 오래도록 이렇게 지속되어 온 인연에 대해

감사의 인사라도 하고싶어졌다.

 

그 감사의 인사가 쌩뚱맞든, 매일 있든 상관없이

그자리에 그대로 있어줄만한 인연이기에.

어떻게 보면 오늘 내 감정의 희생양이 된 거다.

 

한학기동안 문단공부를 하긴 했나, 싶을 정도로

요점없는 편지를 구깃구깃 접어 봉투에 넣고 주소를 적고

풀칠을 해서 꽉 입을 막아버린 다음에야

약간은 개운해진 마음으로 자리에 누웠다.

나도 이런 인연이 있지. 하하. 이렇게 생각하면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많은 오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로 성공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성공이란 말 자체가 웃긴다만)

해 줄 말이 없다.

 

터무니 없는 이유로, 나의 잘못으로, 나의 무관심으로,

멀어진 인연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대책없던 나를 항상

옆에서 있는 그대로 가만히 지켜보거나

혹은 채찍질 해 주며 변하게 해 준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혹은 배신자.

나도 배신자, 너도 배신자.

어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경우를 통틀어

우리는 배신이라고 한다.

그 배신은 어떻게 해야할까.

 

가끔,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

책 속에서 마지막 순간, 윤수가 했던 그 말만은

어쩌면 진짜 정답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도 성인군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것 까지는 잘 모르겠다.

노력중. 남은시간 열심히 공부하고, 다시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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