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까지 내가 원하던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그저 집에서 있을 때처럼 내가 먹고 싶은 것들을 식탁 위에 진열
한 채, 그것을 먹으며 책을 보고 싶었을 뿐 이었다.
정말 그 것 뿐이었다. 하지만 이 곳은 그런 자유가 통용되지 않는
곳이다.
엄연히 나의 공간이면서도 나의 그런 자유가 보이지 않게 속박되
어 있었다.
그런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 공기로 대표되는, 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무게로 아침, 점심, 저녁 마다 나를 잠식한다.
나는 살아가기 위해 자연을 섭취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고뇌
도 섭취하여야 하는, 일종의 의무를 지닌 채 살아가야 하는 것
이었던가? 자문해보지만 내 속의 대답은 아직 내 앞에 나타날
때가 아니라는 듯 잠자코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혹시 어쩌면… 그 답을 이미 아는 초자아의 나를, “지금
은 아니야!”라며 단호히 무시해 버리려는 원초아의 내가 그저 그
상황을 묵인하려는 것은 아닐까?
2003-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