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ure from naver.
섬. 가을. 다시 섬.
눈을 떠보니 넓은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파란 하늘 빛이 너무 아름다워 다시 눈을 감는다. 아름다움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나에겐 어둠. 어둠. 어둠이 필요하고, 어울렸다. 다만 그 어둠이 계속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눈을 떠요.
아무도 없었다는걸 확인했을때 눈을 감았던 것인데.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다시 눈을 뜨기엔 눈 감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어둠이 찾아오지 않았을텐데. 한참을 고민한다. 눈을 뜰까. 이대로 감고 있을까.
고민하던 순간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
눈을 떠요.
심장을 조여오는 목소리다. 맑고 영롱하고 아름다운.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다. 이번엔 귀를 잘라내야겠다. 눈은 감을 수 있지만 귀는 감을 수가 없으니까. 손으로 귀를 잡아 도려냈다. 아프지만 정말 아프지만 아름다움은 내게 어울리지 않으니까.
조금 기다리니 아픔은 내 촉각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시퍼렇게 날이선 대장장이의 그것처럼 내 촉각은 무언가를 베어버릴것 같았다. 내 몸에 무엇인가 닿는 느낌이다. 사늘한 죽음의 그림자일까. 까칠한 느낌의 바삭거리는 느낌. 무얼까.
눈을 떠 확인하고 싶지만 아직 시간은 어둠을 부르지 않았다. 자꾸만 부딫히는 그 무언가를 느낄때마다 내 몸을 찢었다. 차가운 돌덩이는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니까. 그 돌덩이는 내 몸속 뜨거운 그것을 꺼낼 수 있도록 계속 나를 짓이겼다.
문득. 눈을 없애버리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눈속에 내 심장속에 어울리지 않는것을 넣어보자라고 생각했다. 눈을 조심스럽게 뜨기 시작했다.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핏빛. 내 몸에서 나오는 뜨거운 액체였을까? 무엇이 저것들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것인가.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색. 그리고 어둠. 내가 동경하는 것들은 이미 동경하던 것이 아니었고 내게 어울리는 것들로만 남아있다. 다행이다. 내 입은 아직 찢지 않아서. 그래서 핏빛으로 물들여진 나무에 걸린 핏빛의 열매를 입속에서 느꼈다.
달콤하다.
너무 아름답다. 내게 어울리는것들도. 내게 어울리기 때문에 아름답다. 잃어버린 청각도 촉각도 그대로 남겨둘껄 그랬다. 너무 아쉽다. 죽는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라던 햄릿도 무언가 결정하고나서 후회하며 지냈을껄. 미쳐버릴것처럼.
그래도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눈을 떠서 다행이다. 내 눈에 아름다운게 보여서 다행이다.
그리고 가을이라 다행이다. 가을은 아직 내게 어울린다. 그리고 지금은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