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책상 위에는 프리다 칼로의 초상화가 있다.
그녀는 이런저런 고민과 아픔으로 버거워하는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교통사고로 척추가 으스러지고,
디에고를 만나며 가족과의 불화와 남편의 외도,
몇 번의 낙태.를 겪으면서도 삶에 당당했던 여자.
그녀는 나에게 '너도 나만큼 힘들고 아픈가?'라고 물어본다.
인생에 고통이 없다면, 문제가 없다면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그 고통과 문제들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무리 버겁고 힘들고 때로는 무기력하게 만드는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또,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 고통과 아픔을 어떻게 승화시키는가가 아닐까?
어떤 문제나 고통, 혹은 그 후의 허무함은 그 자체로 두었을 때 계속 나를 힘들게만 한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며(어떤 수단으로든) 승화.시키면(승화라는 뜻 자체가 사라져버림을 포함하고 있듯이)
고통은 거기서 머물지 않고 삶을 더욱 의미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나를 더욱 성장시키고 견고하며, 유연하게 만들며,
나를 나답게 해준다.
고통이나 문제는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시대를 넘어 그림으로 나에게 말해준다.
'이 여행이 아름답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죽기 전 그녀가 했던 이 말 속에서 생에 대한 후회나 미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토록 달관적으로 담담하게 들리는 이유는 바로 그녀가 삶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따라 그림 속 그녀의 눈빛에 내 몸이 움찔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