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오.래.된. 집.

김정임 |2006.10.16 19:44
조회 21 |추천 1


방앗간  60.6x 45.5cm 캔버스에 유채 2002 .백중기.

 

 

 

창 밖에는 비 오구요 그 창 아래 술 마시자 찾아온 친구가 잠들어 있구요 얼마 마시지 못하고 잠든 친구의 잠 위로 젖은 이파리들이 들이치구요 나는 한밤중에 미역국을 끓입니다. 아침에 파업시위 하러 가는 친구가 일어나 먹을 말지 알 수 없는 국입니다. 혼자 사는 친구들 끼리 서로 멀리 살아야 되겠나며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와 준 친굽니다. 소리 죽여 푸룩푸룩 미역국이 끓는 동안 친구가 지리산에서

따왔다는 매실로 담가 둔 술을 개봉하구요 꼬박 넉달을 기다린 술 병 앞에 혼자라 미안하구요 창밖에는 비 점점 거세어지고 난 저 비를 다 마시는 듯합니다. 잘 익은 인연에 수없이 등 돌렸다 싶어 술맛은 소태처럼 쓰구요 친구는 슬픈 등짝을 보이다 헌튼 구호를 외치다 자꾸 까무라집니다 창 밖에는 비 오구요 오래된 창 아래 아침이면 미역국을 먹을지 말지 알 수 없는 사람 하나 웅크려 잠들어 있구요

 

 

 

 

오.래.된.집. 詩

 

이. 병. 률

 

 

 

[현대 시학] 2003년 10월호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