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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겁쟁이다

박영웅 |2006.10.18 10:53
조회 116 |추천 1

많은 여성들이 상담을 빙자해 내게 화풀이를 해온다. “아니, 도대체 남자들이란 족속들은 왜 다 그 모양이죠? 며칠씩 연락도 없고,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도 없고, 그렇게 제멋대로 해도 되는 건가요?” 할 말 없다. 나도 말없이 사라지고, 질문하면 대답하기 귀찮아하는, 그녀들이 말하는 남자 족속들의 대표적인 한 명이다. 그래서 이 지면 빌어 궁색한 변명 좀 해보려고 한다.

케이블 채널에서 시즌 2가 방영 중인 미국 드라마가 있다. . 영화 에서 멋지게 나왔던 제임스 스페이더, 심하게 살찐 모습 보이고, 의 윌리엄 샤트너 선장님, 더 심하게 살쪄서 나오시는 법정 드라마다. 하지만 중년의 이 두 주인공을 축으로 진행되는 드라마엔 남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제임스 스페이더가 여자 친구랑 호프집에 갔다. 남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체격 좋은 껄떡남이 등장해 여자 친구에게 찝쩍거리기 시작한다. 곧이어 돌아온 제임스 스페이더는 점잖게 비켜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이미 여자에게 꽂힌 껄떡남, 무력으로 위협이 들어오고, 변호사 되느라 공부만 한 심약한 제임스 스페이더는 당황한다. 주위를 둘러보다 건너 테이블의 건장한 청년들을 발견하고, 곧이어 제안 하나 들어간다. ‘100달러씩 줄테니 저 껄떡남 좀 패달라.’ 돈의 힘은 위대한지라 청년들은 껄떡남을 심하게 패준다. 그리고 폭력 조장 혐의로 변호사인 제임스 스페이더는 재판에 피고 겸 변호사로 출두한다. 재판장에서 어떻게 변호사가 폭력을 사주할 수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다. ‘그럼, 패줄 힘 없는데 그냥 여자 친구 뺏기고 쥐어 터지란 말이냐?’ 이 대사는 배심원들을 감동시키고, 우리의 주인공 제임스 스페이더는 재판에서 승소한다. 그러나 재판장에 앉아 있던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겁쟁이라는 것을 들켜버린 우울한 승소이기도 하다.

중요한 포인트는 지금부터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사무실 베란다에서 시가와 위스키 잔을 든 두 남자가 만난다. 제임스 스페이더가 묻는다. “선배님은 사람을 때려본 적이 있으신가요?” 거만한 표정의 윌리엄 샤트너는 대답한다. “물론, 수도 없이 많지!” 슬픈 눈빛으로 위스키 잔을 쳐다보고 있던 제임스 스페이더가 말 받는다. “난 한 번도 없어요” 두 남자 침묵에 잠기고, 배경음악 흐르고, 드라마 끝난다.

모르겠지만, 당신의 수컷은 ‘전혀’ 대단하지 않다 지치고 창피한 당신의 남자는 그저 숨고 싶을 뿐이다 (photo from flickr.com)

남자들은 안다. 자신들이 겁쟁이라는 걸. 여자들 앞에선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선전하고, 세상 어떤 불의에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숨겨진 영웅이라 위장하지만, 본질적으로 자신들이 보잘 것 없는 겁쟁이라는 걸 알고 있다.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을 누군가가, 특히 자신의 여자가 눈치 챌까봐 늘 겁먹고 있다. 표정 하나, 말 한 마디에도 혹시 그녀가 알아채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이런 겁쟁이들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들이 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숨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남자들은 싸움의 한복판에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남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 짱의 위협 아래 숨죽이며 묵묵히 수학 정석을 탐구한 것이 무용담의 전부일 뿐이다. 그래서 변호사도 되고, 대기업 사원도 될 수 있었다. 청춘 영화에 등장하는 “야, 옥상으로 올라와!”는 상위 1%의 몸집을 가지고 있던 몇몇의 경험일 뿐이다. 그러니 삶에 위기가 찾아오고, 하루의 일과에 지쳐버리면, 속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들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동성 친구들이다. 넋두리를 듣고도 ‘겁쟁이’라고 소리치지 않을 동료들이다. 자신을 대단한 남자로 생각하는 여자가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 친구의 전화가 걸려오면 피하기 마련이다. ‘왜?’라는 그녀들의 질문에도 적당한 이야기를 둘러대지 못한다. 애인 몰래 바람을 피우기 위한 상황이라면 수많은 거짓말을 지어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피곤하고, 창피하며, 그저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다. 만사가 귀찮고, 거짓말을 둘러댈 만한 에너지도 없다. 그렇기에 숨어버린다. 사냥꾼의 무서운 모습을 보지 않으려 모래에 자신의 머리를 묻는 겁쟁이 타조의 모습이 바로 지금 그들의 상꼭?것이다.

의 윌리엄 샤트너처럼 ‘물론, 수도 없이 많지!’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린 제임스 스페이더처럼 ‘난 한 번도 없어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숫컷들이다. 누군가를 사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조차도 없다. 눈물 나는 현실이다. 그러니 여성들이여, 말 없는 남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묻지 마라. 당신들의 질문이 그들에겐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그냥 조용히 쉬게 해준다면 언젠가 당신의 너그러운 사랑에 감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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