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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객에게 광고 안볼 권리를 허하라

김동진 |2006.10.18 11:19
조회 209 |추천 0
▲ 영화 광고가 점유한 스크린도어. 서울메트로가 일반기업에 광고권을 주고 기부체납 받은 것이다. 사진은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승강장. ⓒ2006 오마이뉴스 김시연 오늘도 만원 지하철로 출근하는 김씨. 오전 8시 출근전쟁을 시작하려고 지하철역으로 들어선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벽에 걸린 "고객만족"이라는 커다란 문구. 어느 기업의 대형광고다.

광고판 여러 개를 지나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가는데 개찰구에 신용카드 광고가 보인다. 애써 외면하며 승강장으로 들어서니 기둥과 승강장 맞은 편에 최신 휴대전화 광고와 대기업 이미지 광고가 붙어있다.

시선을 15도 위로 올리니 70인치 프로젝션 텔레비전에서는 예쁜 여배우가 "같이 소주 한잔 하자"며 유혹한다.

출퇴근길 광고의 유혹? 짜증?

그 뿐 아니다. 승강장에 새로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집나간 전화를 찾는다"는 내용의 이동통신사 광고가 도배하고 있다. 따르르르릉~ 열차가 들어온다. 전동차 외부도 "무보증, 무담보, 즉시대출"이라는 문구가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전동차에 들어서면 또 다른 광고 세상이 펼쳐진다. 객차 안을 둘러보니 사방이 광고다. 출입문 양쪽 벽에 속옷광고, 지하철 노선안내도 양쪽으로 홈쇼핑 광고, 통로쪽 머리 위엔 구강청정제 광고, 하다못해 출입문 유리에도 보쌈 체인점 스티커가 붙어있다.

▲ 지하철 3호선 전동차 안 동영상 광고 ⓒ2006 오마이뉴스 김시연 김씨는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이번엔 안내방송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번 역은 강남, 강남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강남역 ○번 출구 XX어학원…. 취업의 모든 것 @@@@, 그곳엔 내일이 있다~"

참다 못한 김씨의 외마디 외침. "광고 홍수 속에 승객을 빠뜨리느니 차라리 요금을 올려라!"

▲ 이게 광고야? 실제야? 벽면을 도배해 실제와 혼동을 일으키는 지하철 승강장 래핑 광고. ⓒ2006 오마이뉴스 이한기 광고, 지하철을 도배하다

지하철 역사·에스컬레이터·승강장·안내도·전동차 안팎·대합실·도착 안내판…. 지하철 전체가 광고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한 때 벽면을 도배하는 현란한 래핑광고가 지하철역 벽과 천장·기둥·전동차 외부할 것 없이 뒤덮기도 했다.

만성 적자를 메운다는 이유로 지하철 공간을 야금야금 먹어들어온 지하철 광고는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처럼 시각적인 광고는 양이 늘수록 광고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승객들도 이젠 웬만한 시각매체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출근길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곳곳에 광고가 너무 많아서인지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최근에는 시각과 청각을 함께 자극하는 새로운 형태의 광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하철역 승강장의 대형 엘시디 동영상 광고나 안내방송 음성광고 등이 그것.

▲ 승강장 건너편에 동영상 광고가 나오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2006 김용국 시설 기부체납 조건으로 광고권 넘겨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올해초 지하철2호선 전동차 안내방송 장비를 튜브컴에서 기부체납받았다. 음성광고 운영권을 5년간 튜브컴에 위임하는 조건이다. 승강장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스크린도어도 유진메트로컴에서 설치하고 있고, 최근 교체 중인 승강장 행선안내게시기도 역시 기부체납이다.

결과적으로 지하철역 구내나 전동차 안에 새 장비를 설치할 때마다 새로운 광고매체가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메트로 광고과 관계자는 "서울시나 국가의 예산 지원 부족으로 재정여건이 열악해 소규모 시설투자는 기부체납 형태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광고물은 승객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지난 4월 시작한 전동차 안내방송 음성광고는 현재 지하철 2호선만 시행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애초 7월부터 1·3·4호선까지 확대하려 했지만 승객들의 소음 민원 때문에 보류하고 2호선 광고 횟수도 애초 계약의 25%선까지 줄였다.

서울메트로 운전팀 정일봉 과장은 "음성광고는 낡은 차내 방송시설 개선 차원에서 기부체납 방식으로 도입했다"면서 "시끄러운 음악이나 효과음을 줄이고 안내방송과 음색을 맞추는 등 개선작업을 진행해 10월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나친 상업성도 고민거리. 지하철 2호선 음성광고사업자인 튜브컴 신정헌 대표는 "앞으로 대선·총선 전에는 선거참여를 독려한다든지, 미아찾기 캠페인이나 유사시 대피방송이 나오게 하는 등 공익적인 기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메트로에서 교체 작업 중인 승강장 행선지 안내 게시기 오른편에 동영상 광고가 뜬다. 사진은 지하철2호선 을지로입구역. ⓒ2006 오마이뉴스 김시연 광고수익 비중 10% 안돼...'광고 안 볼 권리' 배려해야

몇해 전부터 지하철 광고 수입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이에 서울메트로는 올해부터 전동차 광고 판매, 전략 수립을 위해 대행사업자(미디어렙)를 선정하고 수익성 없는 광고물을 없애는 등 대폭 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승객들이 보기엔 지하철역과 전동차 안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오히려 시청각을 넘나드는 다양한 광고물의 홍수에 승객들의 눈과 귀는 시달리고 있다.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광고주들에겐 매력적인 광고 수단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렇게 광고로 도배를 해도 지하철 전체 매출(2005년 서울메트로 기준 약 8392억원) 중에 광고 수익은 10%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운수사업수익이다.

만성적인 적자 해소도 좋고 시설 확보도 중요하지만 승객들이 전체 매출의 80~90%를 부담하는 상황이라면 광고를 보지않을 권리도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S급' 강남역, 일반역보다 최대 3배 비싸 [지하철광고비] 장당 7천원에서 12만5만원까지 천차만별
출퇴근길 승객의 눈을 유혹하는 지하철 광고 단가는 어느 정도일까? 지하철 2호선 광고를 대행하는 몇몇 업체 홈페이지에 공개된 광고 단가를 알아보니 광고 위치와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전동차 내부] 7천원부터 600만원까지

  ▲ 전동차 안에 있는 다양한 광고들. ⓒ2006 김용국가장 비싼 것은 통로 천정에 걸려있는 '천정걸이형 광고'(104×24cm)다. 2호선 기준으로 1매에 월 5만 2천원 정도(지하철 광고는 최소 한 달 단위로 계약할 수 있다). 100매를 한 달간 붙인다고 하면 광고료 520만원에, 광고제작비와 필름비용, 부가세까지 합하면 6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 다음이 출입문 좌우에 붙은 52×37cm 크기의 액자형 광고인데 1장당 월 4만 3천원 정도(2호선 기준). 선반 위에 자리 잡은 '조명 액자광고'는 3만 8천원 정도이고, 천장과 벽 사이의 100×23cm 규모의 '모서리 광고'는 그보다 조금 낮은 2만 4천원선. 노선도 옆에 붙은 가로세로 30cm '노선도 광고'는 크기가 작지만 광고효과가 높다는 이유로 2만 1천원 정도다.

스티커형 광고 비용도 만만찮다. 출입문 상단의 트윈스티커형 광고가 월 2만 5천~2만 8천원 선이고, 그보다 작은 유리 스티커형 광고는 7천원 정도다.

[전동차 외부] 1대당 125만원... 2호선이 가장 비싸요

전동차 외부광고(69×88cm). 2호선 기준으로 1매당 월 12만5000원이다. 전동차 1대에 10매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면, 차량 외부를 도배하기 위해선 1대당 125만원, 1년 내내 한다면 1500만원 정도 드는 셈이다.

순환선이어서 광고 효과가 가장 높은 2호선이 가장 비싸고, 나머지 노선은 이보다 조금 낮다고 한다.

[역사 대합실] 특대형은 320만원, 대형은 100~200만원

지하철 역사 대합실 광고는 크기에 따라 1매당 월 60만원에서 3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대형 특대형 와이드 칼라(500×300cm) 광고가 월 320만원, 그 다음 크기인 대형 와이드 칼라(400×225cm)가 100~200만원 선이다.

서울시내 주요 환승역(25개 역)에는 동영상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145인치짜리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25개 역에서 1시간에 한 번씩 15초짜리 광고를 내보는데 드는 비용은 한 달에 100만원 정도.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간당 최대 18번까지 내보낼 수 있는데, 이 경우 1800만원이 드는 셈이다.

강남역 음성광고단가는 1500만원

음성광고 단가는 역의 '급수'에 따라 조금씩 가격이 다르다. 승하차 인원이 가장 많은 강남역·삼성역·잠실역·신촌역은 최상급인 S급, 을지로입구역·시청역·신도림역·역삼역·교대역·신림역 등은 그 다음인 A급이고, 나머지 역은 그 아래로 취급된다.

광고는 출구안내광고와 브랜드 광고 2가지. 출구안내 광고(약 7초)는 "OO치과로 가실 분은 이번 역 ○번 출구로 나가시기 바랍니다"와 같이 회사 이름과 출구번호를 짧게 알려주는 형식이다. 상대적으로 상업성이 강한 브랜드광고는 회사의 이미지나 상품 등을 10~15초간 소개한다.

출구 안내방송 광고는 한 달 기준으로 S급은 500만원, A급은 400만원, 나머지 역은 200~300만원 정도다. 중간에 삽입되는 브랜드광고 방송은 500~1000만원 정도고, 강남역이 1500만원으로 가장 높다. / 김용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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