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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48,349 동방불패

전중재 |2006.10.21 22:41
조회 41 |추천 0

1991년에 나온 임청하와 이연걸 주연의 동방불패를 다시 꺼내서 보았다. TV에서 해주는 것 포함해서 한두번 본 거 아니지만 그동안 이영화를 보고 느꼈던 것을 정리해 볼 겸해서 다시 한번 보고 나름대로의 감상을 적어볼 까 한다. 무협영화는 많이 섭렵했다면 섭렵했을 수도 있지만 수십집씩되는 시리즈로 되는 영화를 섭렵하는 사람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이라기 보단 장면읽기에 가깝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특히 동방불패는 10번도 넘게 보았었는데, 이 영화의 메시지는 흔한 오락영화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독특하다.

동방불패는 묘족출신으로 그동안 한족에게 멸시를 받고 살았다는 데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영화에서는 자세히 표현이 안되어 있지만 일월신교의 교주인 임아행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무자비한 성격의 임아행을 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임아행의 경우 동방불패가 자신의 교주자리를 뺏었으니 당연히 동방불패를 없애고 싶어할테고, 감옥에서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을 겪었으니 더욱 더 그럴거다.

영호충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불세출의 무공인 독고구검을 배웠으면서도 세상을 구하는 일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자신이 사랑하는 형제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나서야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데, 이또한 동방불패를 직접 목격하면서 주저하게 되고, 또한 호색한이기도 하다.

이외에 관지림이나, 이가흔도 정의롭거나 선한 캐릭터라기 보단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에서 벗어나 있지 못한 캐릭터로 보여진다. 특히 관지림의 경우 미인계(?)로 영호충이 자신을 도와 동방불패를 없애는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임청하의 매력에 반해서 좋아하는 것 같은 데 나는 그런 것 보다는 환상적인 검술대결이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후 많은 영화들이 이 영화의 힛트를 계기로 무협영화의 붐을 이루게 되는데...

특히 주인공 영호충이 향문천과 첫 검술 대결을 하는 2분여 동안의 장면은 수도 없이 리와인드해서 보았었는데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흠잡을데가 없는 완벽한 연출이란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이런 장면이 나오기까진 많은 무협영화의 전통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는 생각이다. 서극감독의 1983년도 작품 촉산을 보면 이 장면의 원조가 여기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서 기쁜 것은 조지 밀러 매드맥스에서 나오는 자동차 추격씬이 이후에 수많은 영화에서 차용된 것을 바라보는 것이 즐거운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하나의 특권이 아닐까 한다.

<영호충대 향문천>

영호충과 동료들이 수상한 무사(향문천)를 보고 그를 쫓아가는 장면에서부터 이 멋진 검술대결이 시작되는데 장면이 컬러화면에서 갑자기 흰색달빛과 푸른색배경의 듀오톤의 색으로 바뀌면서 질감이 차가운 화면으로 갑자기 변하게 된다. 삿갓을 쓴 향문천의 모습은 그의 뒤에서 비치는 하얀색 달빛과 조명(?)덕분에 마치 성자의 모습처럼 신비스럽게 보인다. 물론 감독의 연출이라 생각되는 장면인데,이 장면은 그가 상당한 고수임을 암시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압할 것같은 위엄이 서려있다. 배경도 차가운 달빛과, 안개, 바람등이 이런 면을 더욱 더 인상지우게 된다.

각설하고 향문천을 발견한 영호충의 동료들은 향문천과 대결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검법으로는 그를 이기지 못하자 비장의 "화산검진"을 펼치게 된다. 이 검진은 여러사람이 같이 펼치게 되면 한사람이 동료들 모두의 힘을 공유하게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검법에 비해 수배에서 수십배의 위력을 펼치게 된다. 여기에서도 이 영화의 대단한 면을 느낄 수 있는데, 보통 무협영화에서 보면 1대 다수의 싸움일 경우 몇사람을 빼놓곤 나머지 사람들을 우두커니 뒤에서 서있기만 하는 장면들이 종종 목격되곤 한다. 어떤 영화들은 이런 것을 커버하기 위해 근접촬영을 통해서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들을 숨기는 것으로 관객들을 속이곤 한다.그러나 이 영화에선 근접촬영기법을 사용하긴 하지만 근접촬영을 하던, 원거리 촬영을 하던쉬고 있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교적 최근 영화 청풍명월에서 보면 주인공 주변의 적들이 우두커니 서있는 장면들이 가끔 보이는 데, 이 영화와 비교되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무협영화들에서 보면 검진이라고 펼치는 것도 "이게 무슨 검진이야, 그냥 일대다로 싸우는 것과 다른 게 하나도 없구만." 하고 혀를 차게 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무협지를 조금이라도 접해 본 사람이라면, 칠성검진이나, 화산검진, 나한진 등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인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검진을 실제 영화에서 재현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무협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루어내고자 하는 장면의 하나일텐데, 날아다니는 검객이 문제가 아니라, 꿈을 재현하는 노력이 문제라고 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화산검진을 멋지게 재현하고자 하는 감독의 노력을 우리가 읽어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화산검진도 향문천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러자 열받은(?) 영호충이 드디어 그 유명한 독고구검을 펼치게 된다. 향문천과 영호충의 일대일 대결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영호충의 독고구검은 칼이 손에서 떠난 상태에서도 칼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신검합일의 경지에 있을 정도로 검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검술이었다. 향문천은 검의 기운만 보고서도 상대가 엄청난 고수란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리고 영호충이 독고구검을 시전하자 음악도 장중한 분위기의 바뀌면서 긴장감을 더해주게 된다. 영호충의 독고구검은 원의 궤도를 그리면서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향문천의 주위를 맴도는데 향문천을 중심으로 도는 검의 궤도는 마치 행성주위를 도는 위성의 움직임처럼 보이기도 한다.

빠름과 느림의 조화, 근접촬영과 원거리촬영의 조화,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게 푸른색의 배경들, 차가운 이미지의 검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빙글빙글 돌면서 혼자서 춤추는 장면은 이제까지 나온 무협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카메라의 위치와 숨겨져 있는 와이어들의 배치를 생각하면서 이 장면을 보면 더욱 더 숨이 막히게 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방식으로 이런 장면을 찍었는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또한 이 장면들은 서로 대결을 하긴 하지만 누구 하나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 "검술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이 명장면에 다치는 사람이 나오면 절대 안돼"라고 감독이 생각한 건 아닌지...
소오강호에서 약간 미진해 보였던 독고구검을 완벽하게 보완해낸 멋진 검술장면이 이후의 무협작품들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끼만 하다.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특수효과의 비중이 많아진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이 장면들에서는 특수효과가 거의 없이 단지 검의 현란한 움직임만으로 이런 명장면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더 가치있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원거리 촬영시는 빠른 화면전개로 속도감을 유지하고, 근접촬영시에 슬로우화면을 섞어서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적절한 안배인데, 이런 촬영의 기본적인 기법들 조차 무시하는 무협영화 청풍명월을보면 김의석 감독은 무협에 대한 이해보단 카메라에 대한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다.
청풍명월에 대하여 한가지만 더 토를 달자면 몇번씩이나 최민수와 조재현이 검을 맞부딪치고, 서로 상대방을 노려보는 장면은, 80년대 무협영화들에서 자주 보던 장면들을 2003년에 재현했다는 점에서 예전 향수를 되새겨보라는 감독의 의도로 받아드려야 할 지, 대화는 눈으로 하는 거야 하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고려 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나로서는 진지한 장면인데도 웃음밖에 안나오는 장면들이었다.

동방불패에서는 장면 만큼은 아니지만 이외에도 멋진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자응대 향문천의 대결, 영호충이 임청하가 거주하는 곳에 잠입할때 둘이서 호롱불을 가지고 장난치는 장면, 이자응대
임아행의 대결장면등이 볼만한 장면이고, 동방불패가 임하행의 본거지를 습격할때의 대결장면은 교차편집을 이용한 장면들 간의 전환은 일품인데, 몽타쥬기법의 새로운 변형으로 보인다.

한번 보고 나면 다시는 거들꺼 보고 싶지 않은 영화가 있는 반면 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새로운 면을 느끼게 해 준다는 점에서 가히 무협영화의 마스터피스가 되기에 충분하는 생각이다.

  

     별점은 별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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