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형제들이 다녀가고 나면 며칠을 마음이 가라앉아 있어
나는 서촌 오래된 집에서 아버지랑 단둘이 살아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자연스럽게 내가 모시게 됐어
결혼 안 한 딸이니까 그게 당연한 것처럼 정해진 분위기였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렇게 흘러갔지
아버지 약 시간 맞춰 챙기는 거
병원 모시고 다니는 거
하루 세 끼 차리는 거
다 그냥 내 일상이라 힘들다는 말은 굳이 안 하고 살았어
그런데 오빠랑 언니는 명절에만 와
와서 아버지 손 잡고 환하게 웃고
근처 좋은 데서 한 끼 사드리고
다 같이 사진 찍고
저녁 되면 또 자기들 집으로 돌아가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야
다들 자기 가정이 있고 멀리 사니까 이해해
근데 명절에 와서 던지는 말이 가끔 사람을 욱하게 만들어
저번 설에 있었던 일이야
다 같이 저녁 먹는데 오빠가 아버지를 한참 보더니
아버지 살이 좀 빠진 것 같다는 거야
그러면서 나한테 그러더라
네가 옆에 있으니까 끼니 잘 좀 챙겨드리라고
잘 챙기라
그 말 듣는 순간 들고 있던 수저를 잠깐 내려놨어
매일 아침저녁으로 상 차리는 사람 앞에서
일년에 두 번 오는 사람이 할 말인가 싶었거든
그 자리에선 아무 말도 안 했어
분위기 깨고 싶지 않아서
근데 그 한마디가 그 뒤로 며칠을 마음에 걸렸어
나는 평소에 서운하단 소리 한번을 안 해
그러다 이런 말 들으면 그제서야 쌓인 게 확 올라와
혼자 다 떠안고 살다보니까
내가 너무 말을 안 해서 형제들이 모르는 건가 싶기도 해
근데 또 막상 다 불러 모아놓고 이 얘기를 꺼내자니
괜히 속 좁은 사람 되는 것 같고
명절마다 얼굴 붉히게 될까봐 겁도 나
비슷하게 부모님 혼자 모시는 분들한테 묻고 싶어
이 서운함을 그냥 평생 안고 가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한번쯤은 형제들한테 솔직하게 말을 꺼내야 하는 건지
말을 꺼냈다가 사이만 더 멀어질까봐 그게 제일 망설여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