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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꿈의 동지들]

양창모 |2006.10.23 23:44
조회 20 |추천 0


15일 오후 2시. 해운대 장산 CGV 2관.

아아, 감독한테 싸인 받았다 0.0

 

 

 인도, 미국, 아프리카 대륙의 부르키나파소, 그리고 북한.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4개의 나라들에서 카메라는 동지들을 찾아낸다. 한번도 본 적 없어도, 그들의 나라가 서로 대립하고 있어도, 그들은 뜻을 같이 하는 동지일 수 있다. 영화라는 이름으로. 영사기사들의 삶을 다룬 다큐 <꿈의 동지들>은 영화에게 써보내는 또 한 편의 러브레터다.

 

 


꿈의 동지들. 울리 가울케 감독. 독일. 월드 프리미어! 

 

 

 카메라는 인도의 아눕, 미국의 페니, 부르키나파소의 세 남자(이름이 기억안나;;), 북한의 한영실을 보여준다. 영사기사인 그들, 그녀들은 필름을 영사용 릴에 감고 상영시킨다. 영화의 생생한 이미지들을 가장 처음으로 접하며 반대편 릴에 감아진 필름을 점검한다. 부르키나파소의 세 남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영화 필름을 얻은 후 기쁜 표정으로 오토바이에 필름을 싣고 도로를 달리며, 북한 청산리의 마을회관에서 한영실은 그의 동료와 함께 바쁘게 손을 놀리며 필름을 상영시킨다. 장면은 간혹 연결되어, 우리는 세 남자들이 기쁘게 건네준 필름을 한영실이 바쁘게 틀어주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유독 변두리에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인도의 아눕은 남부 소도시를 돌면서 천막상영관을 열어 그 속에서 영화를 보여준다. 미국의 페니는 와이오밍주의 작은 촌동네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초라한 극장을 가지고 있다. 북한과 부르키나파소는 말할 것도 없다. 세계의 변방에 위치한 그들에게 감독은 애정어린 시선을 보낸다. 한영실이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하는 장면, 아눕이 동료들과 벌판에 천막을 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감독은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영화라는 어떤 뜨거운 것으로- 라고 말하고 있다.

 

 아눕의 꿈은 "제대로 된 극장"을 갖는 것이다. 정식 극장에서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음질과 색감으로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결혼적령기가 되어 결혼을 준비하는 그는 신부감으로도 자신의 일에 따른 불규칙적 생활을 이해해 줄 여자를 찾는다. 부르키나파소의 세 남자의 꿈 또한 동일하다. 학교를 빌려 영화를 상영하는 그들은 돈을 벌어 극장을 가지면 극장이름을 '탄생'이라 짓겠다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물론 돈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영화 그 자체"라고 말하며 웃는다. 그래서 그들은 더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극장앞에 왔지만 돈이 없어서 서성이고만 있는 이들에게 인도와 부르키나파소의 그들은 손짓한다. 그냥 들어오라고.

 

 아눕과 아프리카의 세 남자들이 꿈으로 충만해있다면, 미국의 페니와 북한 청산리의 한영실은 조금 쓸쓸하다. 페니는 무슨 일인지 혼자 살고 있는 듯 보이며,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바쁘게 산다는 말을 한다.(GV시간에 감독은 페니가 남편과 별거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한영실도 남편의 출장으로 혼자 살고 있다. 미국의 페니와 북한의 한영실이 외로움을 토로하는 장면이 교차된다. 한영실이 슬픈 곡조의 노래를 부르다가 잠시 멈추고 울먹이는 장면과 페니가 묵묵히 영화관에서 팝콘을 팔거나 전화를 받는 장면을 통해 우리는 그녀들에게 똑같은 동질감을 느낀다. 더구나 그녀들은 영화라는, 같은 꿈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꿈이라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정치적으로 완전히 반대 입장에 있는 두 나라의 여자들을 이렇게 부드럽게 하나되게 하다니. 세상의 변방에 있으면서도 영화라는 같은 꿈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그들을 동지라고 부를 수 있다. 그 '동지'에 울리 가울케 감독도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우리들, 서울에서 대전에서 인천에서 제주에서 일본에서 중국에서 프랑스에서 미국에서 - 영화라는 꿈을 갖고 부산으로 모인 우리들도 그 '꿈의 동지들'에 있음을 깨달은 영화. 옆자리에 앉은 처음 만난 사람도 반갑게 느껴지게 하는 영화.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부드럽게 속삭여서 결국 본질에 가 닿는 영화. 따뜻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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