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06.10.25, 점심무렵
장소 : 사당동 어느 단독주택
인터뷰어(Q) : SC
인터뷰이(A) : AP(남,29세,백수,미혼)
그와의 인터뷰는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졌고
커피를 마시면서 조용히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가을날 일상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화였는지도 모르겠다.
Q:요즘 하는 일은 어떤가?
A:그냥 그렇다. 별 생각없이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
Q:하고 싶은 일은 없나?
A:있다. 그런데 하려고 하니 자못 용기가 필요한듯 해서 요즘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안되고 있어 답답하다.
Q:하고 싶을 일을 못할 정도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면 정말로 중요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야기 해줄 수 있나?
A:내가 이야기 해도 당신한테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 있기에 안하겠다.
Q:좋다. 안물어보겠지만 잘 해결하길 바란다. 취미 있나?
A:요즘은 이상하게 사진 찍는 게 너무 좋다. 예전에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몇몇 사람들이 까만색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한눈에 보기에도 꽤 무거운 듯한 가방을 매고 다니며 거기서 커다란 렌즈 비슷한 것을 꺼내는 것을 볼때마다 저 사람들은 저 무거운 걸 왜 들고 다니나 참 답답해 했는데 요즘 내가 그러고 싶어진다.
Q:DSLR 카메라를 말하는 거군?
A:그렇다.
Q:가지고 있나?
A:없다.사고 싶어진다. 정말로 사고 싶고 돈도 없는건 아닌데 요즘 처지가 백수다 보니 자꾸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어져서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Q:백수는 요즘 트렌드이지 않은가? 청년실업자가 수십만이라는데...
A:당신도 백수인가?
Q:엄밀한 의미에서는 인터뷰어지만 집에서는 백수라고도 종종 불리워진다. 카메라 사면 열심히 찍을 자신 있나?
A:처음에는 열심히 찍겠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Q:혈액형이 뭔가?
A:B형이다.
Q:한국사람들이 인식하기에는 썩 좋은 혈액형은 아닌듯 하다. 여자들이 남자 B형을 싫어하지 않나?
A:유치하다.그런 질문 할려면 나는 낮잠이나 더 잘란다. B형 남자는 그러면 연애도 하지 말고 남들이 다 싫어하는 공공의 적이란 말인가? 유치하다. 일치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혈액형이나 남녀가 중요한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한숨...) 여하튼 난 혈액형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뭐 이렇게 욱하는거 보니 B형인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 짜증난다.
Q:혈액형에 대해 안좋은 추억이라도 있나?
A:혈액형 이야기는 그만 해라. 나 정말 잘꺼다. 그런 질문 한번만 더한다면.
Q:알았다. 안하겠다. 짜증 내지 마라
A:알았다.
Q:지금 머리속에서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
A:동영상 다운로드 다 되었나 하는 생각. 이상하게 오늘 인터넷이 좀 불안불안하다. 자꾸 끊기고
Q:어떤 종류의 동영상인가?
A:영화 1편, 야동 2편이다.
Q:야동 다 다운 받으면 나도 보여주길 바란다. 영화는 뭔가?
A:야동은 남자끼리 공유하는거 싫어한다. 뭐 여자랑은 아예 안하겠지만 야동 보내주거나 그런거 싫어한다. 나만 보고 즐긴뒤 지우는게 가장 좋다. 정말로 흥분되는건 따로 CD로 구워놓은뒤 종종 생각날때 본다. 다운 받는 영화는 "About a boy" 다.
Q:야동 보여주는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지금 심기가 불편한거 같으니 그 부분은 이야기 안하겠다. "About a boy"는 어떤 영화인가?
A:어떤 영환진 볼려고 다운 받는 중이다. 질문이 어색하다. 이번에 몇번째 인터뷰인가?
Q:첫번째다.
A;졸라 어색하다. 좋은 인터뷰어가 되기 위해서 노력 좀 하고 욕 좀 들어먹어야 정신차리겠다.
Q:그런가? 진심어린 충고라 생각하고 잘 새겨 듣겠다.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겨울에 계획 하고 있는거라도 있나?
A:겨울에 뭐하고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솔직히... 미래가 정말 궁금하다. 미래소년 코난 생각난다. 갑자기. 이번겨울에는 스키 타고 싶다. 보드도 타고 싶고. 회사 다닌 다고 오랫동안 레져생활과는 인연 끊고 살았다.
Q:남들은 회사 다니면서 잘도 다 하던데 핑계 아닌가?
A;내가 다녔던 회사는 연봉도 작았고 주5일 근무를 했지만 그것도 그렇게 확실하게 꽝꽝꽝 주는게 아니었기에 맘 편하게 가지 못했다. 음... 생각해보니 변명인거 같기도 하다.
Q:인터넷 시작화면이 무엇인가?
A:네이버다. 예전엔 엠파스 였지만 네이버가 더 좋은듯 하다. 종종 이러다가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네이버를 쓰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위력이 대단한듯 하다. 모르지 SK가 엠파스를 인수하였다고 하니 또다른 바람이 불지.
Q:가장 자주 가는 사이트는 어디인가?
A:네이버의 스포츠 섹션중에서 MLB, 해외축구, 프로야구, 이장희님의 여행페이퍼,오기사의 네이버 블로그, 팍스넷,투익,짱파일,조선일보 정도다.
Q:우리 나라에서 구글이 실패하는 이유를 알 듯 하다. 네이버가 진정한 한국의 포털이군... 여행관련 사이트를 자주 본다. 이유라도 있는가?
A:여행이 좋아졌다. 나는 원래 여행을 싫어하는 편이다. 아니 더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여행을 혐오했다. 그냥 집에 있지 어딜 나간다는 말인가? 하고 귀찮아 했다. 그런데 나이를 좀 먹으니 여행이 무척 좋아졌다. 여행한다는 행위가 참 행복해졌다. 머리속에 여행만을 꿈꾸고 있으니 요즘 생활이 좀 붕 뜬거 같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외줄타기 하는 기분이다.
Q:위에서 용기라고 했던게 바로 이거군
A:당신 마음대로 생각해라.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라 생각할테고 맞다고 하면 내심 잘났다는 듯한 당신의 얼굴을 생각하니 기분 나쁠거 같아서 대답 하기 싫다.
Q:점점 인터뷰어로서 자신감이 사라진다. 인터뷰이를 마음 편하게 해주지 못해서 인터뷰를 망치는거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A:그건 당신 사정이고 나와는 별개다.
Q:말 참 솔직하게 한다. 흠... 어느 나라를 여행하고 싶은가?
A:세계여행.
Q:모든 이들이 한번씩은 꿈꿔보는게 세계여행인데 그거 현실로 이루어 내기는 어렵지 않은가?
A:그렇다. 참 어렵다고들 한다. 건강,돈,시간 등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맞아야 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한번 해보고 싶다. 못하면 평생 억울할 듯 하다. 세상은 정말로 넓다. 한국에서만 안주하고 싶지는 않다.
Q:그렇게 말하니 나도 떠나고 싶어진다.
A:떠나고 싶지만 못떠나는 이유라도 있나?
Q:글쎄 잘 모르겠다. 떠나고 싶지만 강렬하게 갈구하고 있지는 않다. 여자친구는 있는가?
A:있다.
Q:사랑하나?
A:사랑한다. 사랑하지 않고 만나는 여자친구도 있는가?
Q:여자친구와 섹스는 자주하는가?
A:그런 질문 싫어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있지 않나?
Q:어차피 당신이 누군지도 모른다. 얼굴도, 이름도, 아무것도 안나간다, 당신이 나에게 말한 AP란 이름과 동네만 나간다.
A:섹스는 아직 한번도 안했다. 됐나?
Q:아쉽긴 하지만 거기까지만 듣겠다. 야동은 정말 안보여줄텐가?
A:안보여준다. 혼자 보고 지울꺼다.
Q:아쉬움의 연속이다. 오늘 남은 시간은 뭘 하면서 보낼텐가?
A:야동을 보고 영화를 본 뒤, 코리안 시리즈 3차전을 보면서 삼성을 응원하겠다.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그 이후로는 아직 계획 없다.
Q:알았다. 남은 하루 잘 보내길 바란다.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A:말하기 귀찮았지만 몇마디 하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잘가라.
몰스킨 2007년 다이어리를 산 그는 꽤 행복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