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할 말이 없네
허행
달리 할 말이 없네
방 안으로 들어온 별에게
잠시나마
내 그림자를 만들게 할 뿐
달리 할 말이 없네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다가
문턱을 넘어
그 그늘아래 주저앉을 뿐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이 계속 되더니 이윽고 비가 내린다. 어수선하던 마음이 일순 비 내음으로 온통 젖어버린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 오랜만에 커피를 마신다. 향긋한 커피 내음이 빗소리에 숙성되어 더욱 그윽하게 번져온다. 평소에 즐겨 마시지도 않는 커피 한잔에,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겨울비 한 줄기에 행복해진다.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예전에 좋아하던 음악을 우연히 듣거나,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마주 대할 때의 그 느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