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문(29): 동반 자살 행위의 숨은 뜻
혼자 죽기 보다는 둘이 함께 죽는 것이 용이하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랑하는 연인들이 함께 동반 자살하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미국의 사이비 종교 집단들도 집단적인 동반 자살행위를 시도했다. 수십 수백 명의 신도들이 동시에 함께 자신의 생명을 끊는 행위를 한 것이다. 요즈음 우리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온 가족이 함께 목숨을 버리는 케이스를 목격한다. 혼자 죽기 보다는 함께 죽을 때에 그 죽음은 훨씬 쉽게 처리될 수가 있다.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은 죽음이라고 하는 공포의 단계도 감히 건너가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가족의 자살일 경우 그 선택은 대개 부모에게서 나온다. 자식들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자식들은 부모 선택의 희생자일 뿐이다. 이 때의 동반 자살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소유권”의식에서 나온다. 그들은 자신들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자식들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없다고 판단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악한 세계를 자식들이 거쳐 가게 하고 싶지 않다는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명분을 가지고 동반자살을 꿈꾼다. 하지만 이것은 자녀의 생명권에 대한 소유가 부모의 것이라고 하는 의식에서 비롯되며, 무의식적 차원에서는 죽음과 파괴욕동의 생명 리비도 욕동의 전복을 의미한다.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이미 존재하지 않기에 그 개인은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타인의 목숨도 가볍게 여긴다.
1. 김병훈 박사, 「분노와 과격행동의 이해」, 2004년 10월 5일 3강좌 강의안, 호서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