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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에밀 아자르)

조재현 |2006.11.01 12:58
조회 60 |추천 0


 

 

1980년 의문의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 작가의 소설.

 

콩쿠르 수상장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 그러나 출판사도 누가 이 소설을 썼는지 몰랐던 작품으로 유명하다.

 

에밀 아자르는 '로맹 가리'의 필명이다. '하늘의 뿌리'로 프랑스 콩쿠르상 수상하고, '자기앞의 생'으로 프랑스 콩쿠르상 수상을 수상하였다. 이로써, 한 사람이 한번만 수상할 있다는 콩쿠르상을 두 번 수상했다. 그러나 그는 죽는 날까지 그 상을 수상하러 나타나지도 않았고, 에밀 아자르가 누구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것은 배우 출신의 아내가 자살 한 후, 아들이 대학에 다닐 때, 그도 자살하면서 남긴 유언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나는 비로서 나를 표현 할 수 있게 되었다" 라는 '결전의 날'이라는 짤막한 유서를 작가로서 남기면서, 사후 1년 뒤에 밝혀 달라고 했었다. 

 

유일하게 콩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 로맹 가리

 

1975년 콩쿠르 상 수상자가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라고 발표되자 수상작가는 콩쿠르 상 아카데미에 수상 거절 의사를 밝힌다. 그러나 아카데미 의장인 에르베 바쟁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아카데미는 한 후보가 아닌 한 권의 책에 투표한 것이다. 탄생과 죽음처럼 콩쿠르 상은 수락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것이다. 수상자는 여전히 아자르이다.” 그렇게 해서 베일에 싸인 작가 에밀 아자르는 수상자로 남게 되고, 후에 아자르가 실은 로맹 가리임이 밝혀지게 되면서 로맹 가리는 유일하게 콩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로 남게 된다.

에밀 아자르...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나 소문을 몰고 다녔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숱한 일화를 남겼다. 2차 대전의 영웅이었으며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여자이며, 외교관이었으며, 자신의 작품을 영화로 찍은 감독이었으며, 영화 배우 진 세버그와 결혼을 하여 화제를 모은 인물이었다.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법이다.

사랑해야 한다..."

창녀의 아이를 맡아 키우는 로자 아줌마,
완전하게 전환되지 않았으나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고 따듯했던 롤라 아줌마,
하밀 할아버지.
그리고 주인공 나 모모...

이 소설은 처절하고 고독한 삶의 조건 속에서도 깊고 무한하며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을 피워올리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제는 늙어서 몸도 팔 수 없는 전직 창녀 출신의 로자 아줌마와 그녀가 맡아 키우고 있는 열네살 소년 모모의 살아가는 이야기. 현실은 냉정하고 그 곳은 버림받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유태인,

살아가기 위해 웃음을 팔아야 하는 창녀들,

창녀들의 아이를 돌보는 여자,

친구도 가족도 없는 노인,

성 전환자, 병든 사람들, 살인자...'

 

그러나 그들은 인간을 증오하거나 삶을 원망하지 않는다. 혹자는 과연 이러한 인생도 살 만한 것인가를 묻고 싶겠지만, 모모는 이들 속에서 슬픔과 절망을 딛고 살아가는 지혜와 삶을 껴안고 상처를 보듬는 법을 배운다.

 

특히 너무 뚱뚱하여 자신의 손으로 똥도 닦을 수 없는 로자의 엉덩이를 모모가 닦아주는 장면이나 로자가 죽고 난 뒤 모모가 3주동안이나 로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는 모습은 엄숙한 감동을 준다.

 

"시간이란것은 사막의 낙타처럼 천천히 가는 것이다" 라고 하밀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궁금한 것이 있을때마다 하밀 할아버지에게 달려가곤 했던 모모처럼 우리도 이 소설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가장 남루한 곳에 처한 생도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가?

 

나는 내 앞의 생을 얼마만큼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 아니 도대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 없다'는 이 단순한 한 마디 말을 당신은 얼마나 깊이 느끼고 있는가?

 

모모의 손아귀에 쥐어진 한 개의 달걀처럼 우리의 생은 죽음과 생명을 동시에 품은 신비로운 그 무엇이다.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찰나적이고 아슬아슬한 생을 사는 우리, 그러나 사랑은 그 우주 속에 끝없이 퍼져가는 빛처럼 우리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누구에게나 눈물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을 믿는다. 이제 당신 앞에 놓여 있는 생으로 들어가보자. 엘리베이트도 없는 7층 아파트. 그 곳의 지하방. 이 곳이 바로 우리에게 사랑이 뭔지 가르쳐 줄 성소이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주사를 맞지 않겠다." 라는 어린 모모의 말... 창녀촌에서 본 마약에 대한 느낌과 그것에 대한 각오를 말하는 소년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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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 (소설가)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은' 어린 날들은 곧 지나가버린다. <자기 앞의 생>을 읽고 난 얼마 후 나는 어른이 되어버렸고 모모처럼 커다란 상처와 그것을 숨길 수 있는 힘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자기 앞의 생>은 비범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비범한 일이란, 사랑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다. 모모는 내게 말해주었다. 슬픈 결말로도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자기 앞의 생>을 덮고 나자 문득 진심을 다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졌다. 내가 이렇게 그를 부르고 싶은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과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또 문득 누군가 아주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이 생을 산다는 건 땅에 소금을 뿌리거나 얼음 조각을 옮기는 일처럼 그렇게 무용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말들을 뜨겁게 나눌 수 있게 될지도 모를텐데. 그리고 우리는 말할 것이다. 서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러한 사랑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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