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
결국 이렇게 되고 말 것을..
어차피 소개팅의 끝이란 허무함뿐인 것을..
폭탄이 떴다고 테러 신고를 할 수도 없고.
내가 생긴 것만 가지고 그러는 건 아니에요.
솔직히 뭐 생긴 게 훌륭했으면
마음을 좀더 활짝 열긴 했겠죠.
얼굴은 그렇다고 치자구요.
그래도 어쨌든 소개팅인데 뭐
멋진 옷은 아니더라도
성의는 좀 보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무슨 김장 담그다가 막 뛰어나온 사람처럼, 완전..
아니 그것까지도 다 이해해요.
진짜 문제는
스스로가 너~무 귀하신 몸이라는 거죠.
학교 앞 카페에서 소개팅하면서
러브 잇 투미 칵테일 어쩌구
생전 듣지도 못한 메뉴만 시키고,
그러면서 그게 안 된다니까
"어머 그게 왜 없을까?" 그러면서 막 귀여운 척 하는데,
와.. 그 땐 진짜 무섭더라구요, 무서워.
헤어질 때 바래다 달라 그럴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그냥 가데요?
아,
하늘은 저렇게나 파란데,
아무리 인생이 다 그런 거라지만
그래도 마지막 기대였는데..
< 그 여자 >
진짜 길었던 사십오 분이었어요.
할 말도 없고 재미도 없고
주문하는 것마다 죄~다 없고..
그렇다고
그쪽 얼굴을 쳐다보자니 그게 제일 괴롭고..
무슨 패션쇼 하는 사람처럼
입은 옷부터 부담스럽더니
허풍은 또 얼마나 심한지..
입만 열면 자기 자랑을 하는데,
아니 그렇게 잘난 사람이
이 좋은 날
왜 소개팅에나 나오냐구요.
하긴.. 말은 그렇게 하데요.
"친구놈이 하도 나가 보라고 해서요~"
우웨..
헤어질 땐 바래다준다고 그럴까 봐,
나, 뒤도 안 보고 막 뛰어서
버스 타 버렸잖아요.
하긴 자기도 눈치가 있으면
그 정도는 알겠죠.
어떻게 올해는
가을이 가기 전에 뭔 일이 생기나 했더니
뭔 일은 무슨 뭔 일..
단품이 곱게 물드는 이 거리를
난 또 혼자서 걷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