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두오모 광장>
'아직...안 온 건가? 여기서 기다릴까? 아님 저쪽에 서 있으면 더 잘 보일까...? 못 알아보면 안되는데......ㅜ_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었다.
문자를 보내려고 핸드폰을 꺼냈다.
'dove sei?'(어디야?)
답장이 언제오려나 하며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 때-
많은 사람들 사이로 이쪽으로 똑바로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점점 가까워 지고 있었다.
눈을 핸드폰에서 뗄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었다가 멀리서 걸어오는 그 사람과 눈이 라도 마주치면 어쩌나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 날만을 기다려왔었다.
단 하루도 이 순간을 생각하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웠을 때도 아침 일찍 눈을 뜰때도- 단 일 분이라도 상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4개월 동안 정말 회복 불가능해 보일 정도의 절망에 빠져있었다.
영원히 그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단 한번만이라도 더 봤으면 좋겠다고 소망했었다.
하느님께 기도드릴때면 항상 그 것 만을 간청했다.
수십개의 소원 담배에 불을 붙일때도 내가 빌었던 소원은 오직 단 한가지- 그대를 인생에서 마지막 한번 만이라도 만나고 싶다는 것 뿐이었다.
꿈 속에서까지 그리던 바로 그 순간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와있었다.
'어떻게하지? 숨을 쉴 수가...'
" Hey !! "
그의 목소리를 듣고서 그제서야 뒤 돌아섰다.
우린 ciao하는 인사조차 잊은채 거의 소리를 지르다 싶이 좋아하면서,
꽉- 끌어안았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듯 했다.
다시 찾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그것을 두번다시 잃고 싶지않은 마음에 온 힘을 다해 그를 끌어안았다.
4개월 전, 그 어떤 기약조차 없이 헤어지던 그 날 그랬듯이...
그의 눈부시도록 환한 웃는 모습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였는지- 순간적으로 그의 모습이 안개처럼 뿌옇게 보였다.
꿈 속에서 그를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번에는 그런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믿을수 없어도 모든것이 현실이었다...!
그가 내 앞에 있었다.
마법처럼...
'그동안 잘 지냈어? 정말 오랜만이다- 오늘은 할 얘기가 정말 많을 것 같아!'
나란히 걸으면서 웃으며 대화했다. 아직도 모든게 꿈만 같았다-
계속해서 웃었다.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아 죽겠다'고 해야하나? >_< 입이 귀에 걸렸다는 게 어떤건지 확실히 알게됬다;
그의 곁에 있으면 항상 그렇게 마냥 환하게 웃게된다.
그는 자기가 전에 한번 가본적있는 Brera 근처에 있는 bar에 가자고 했다. 나는 여지껏 한번도 그가 하는 말을 부정 혹은 거절한 적 없는 사람으로써 당연히 좋다고 했다.
사실 그가 뭐라고 해도 좋다고 할 것 같긴 하다;
galleria를 나와서 우리의 (역사적인) 추억의 장소, scala 광장 가로 질렀다. 잠시 그 때를 회상했다.
사실 얼마전까지도 때때로 이곳에 혼자 오곤 했다. 전에 함께 앉아서 아침까지 밤을 샜던 그 돌벤치에 앉아서 혹시라도 그가 이곳을 지나가지나않을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려봤자 그는 오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도 말도 않되는 상황을 혼자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감히 상상하던 것이 현실이 되있다.
그와 또다시 함께다...
< brera근처. 첫번째 bar >
예전에도 그랬었지만 우리는 그 어떤 locale에 가도 단연 가장 주목받는 커플아닌 커플이다.
카키색 눈을 가진 하얀 백인 남자와 짙은 동자에 검은 머리의 동양여자..-_-;
역시나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들이 붐비는 bar안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그중 일부는 다소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눈들이 많이 보였다.
뭐 아무렴 어때!^_^
작은 정사각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기가 쑥쓰러워서 그 사람의 한쪽 눈에 시선을 맞췄다. 그러지 않으면 아예 얼굴을 그렇게 가까이 마주하기 힘들었을 꺼다.
birra media를 한잔씩 마셨다.
aperitivo 를 가지러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을때마다, 세 모금씩 한번에 들이켰다. 속이 탈정도로 긴장됬기 때문에...ㅠ_ㅠ
그러니까 상황은... 웃고 떠들다가 그 사람이 자리 비울때 마다 꿀꺽꿀꺽;; 다시 돌아오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웃었다.
"sei tutta rossa! stai bene? you already drunk? 너 얼굴이 빨개! 괜찮아? 벌써 취한거야?"
그는 농담이라며 웃었지만... 이미 훨씬 전에서부터 약간 정신이 멍해지는 것이 긴장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빨리 얼굴이 빨개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내가 쪽팔려 할까봐 일부러 그래준 것 같다. (귀엽다....^^)
"hey facciamo cosi- andiamo ad unaltra bar. e' troppo romoroso qui. va bene per te?"
여기 너무 시끄러운데 우리 다른데로 자리 옮기자. 어때?
조용하고 덜 붐비는 곳을 찾았다.
바깥 자리에 앉았다.
작은 동그란 식탁.
병맥주를 하나씩 시켰다.
갈수록 감정이 진해지는 느낌-
처음에는 거의 마주 하고 있던 의자가 점점 가까워 지더니 어느새 자리가 짝 붙어있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거의 얼굴을 맞대다 싶이하고 얘기하고 있었다...!
알콜 때문이었을까? 쑥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그저 얼굴이 거의 맞닿을 듯 가까이서 그의 눈을 보며 목소리를 듣는 다는 사실에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그는 말을 끝내고 나서 내게 내 얘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내가 말을 하는 동안 그는 내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턱을 괴고서 얼굴이 빤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말 시켜놓고 듣고 있긴 한건가 할 정도로 빤히..;
잔뜩 긴장해서 말을 하면서도 눈을 맞추지 않았지만 다른데를 보고있어도 시야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워낙에 가까웠으니....ㅠ_ㅠ
그렇게 제법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두 사람의 시선이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했다.
시선이 상대바의 눈, 그보다 살짝 아래에 닿아있는 듯 했다.
'할꺼면 그냥 하지...!'
어쩌면 둘 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에는 별 일 없이; bar를 나왔다.
처음 보는 거리를 걸었다. 밀라노의 구 시가지- 좁은 골목길들을 돌아서 큰길로 나왔다.
걸으면서 그가 내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줬다.
그에게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가족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캐나다에 사는 누나와 조카, 부모님에 대한 얘기도-
사실 가족 얘기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실례 될 것 같기도 해서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었는데- 기억에 남는다.
어느새 cairoli 역까지 왔다.
밤에 보는 castello... 겨울이라 분수는 꺼져있었지만 대신에 은은한 조명이 성벽을 비추고 있었다.
전시에도 손상입지 않고 그토록 긴 세월동안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 있는 건물이다.
둘 다 그 사실에대해 이것저것 얘기했다.(역사시간~)
그는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이다.
거의 모든 것에 솔직한 편이고 의학공부를 하면서도 음악, 미술사 쪽에도 관심이 많고 아는 것도 많다. 그의 말들을 들을때면 부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특히 스페인 영화를 좋아한다.(인디영화를 자주 보는 듯-) 본적은 없지만 어떤 느낌일지 상상 해 볼 순 있었다. 그냥 단순하게 그를 떠올려보면 됬다.
<낯선 동네. 부촌 거리>
"wow! io voglio vivere qua!"
"e' bellissimo- "
일반 주택가와는 확실히 달랐다.
정원은 기본이고 그리스식 기둥들, 아치, 고풍스러운 창문과 커튼 사이로 살짝 보이는 화려한 샹들리에-
처음으로 그런 동네에 가봤다.
아무도 없는 길에서 우리는 차도 중앙선으로 걸으면서 집구경했다.
"저 집 진짜 멋있다. 담넘어서 한번 들어갔다와봐~ 내가 50유로 줄께!"
"나 감옥 갈텐데?"
"그러니까 50유로 준다는 거지."
"알았어. 잠깐 기다려봐-"
"야! 농담이야! +ㅁ+; 어디가! 미쳤구나- 농담이라니까!"
조금 더 걸으니까 큰 가로수들이 서있는 길이 보였다.
"이쪽으로 가면 cadorna방향이니까...조금만 더 걸으면 지하철역 나올꺼야."
여름에 그를 만나던 일주일동안과 그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에 없던 애교가 늘었다는 것-
얼굴이 춥다면서 내 머리카락을 좀 빌려달라는 둥- 파카를 벗어달라는 둥 ; (깜찍하긴 >_<)
살짝 두근거렸을 때는, 귀가 시렵다면서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면서 부비작 거렸을 때-
큰 사거리로 나왔다.
밤 11시쯤 되니까 공기가 더 차가워졌다.
발은 이미 얼어서 감각이 없었고 얼굴과 손이 시려웠다.
스웨터 소매를 조금 잡아당겨서 손을 어떻게든 감싸 보려고 낑낑거리고 있는데-
"..dammi la mano-" "손줘봐-"
"...?"
손을 잡아줬다.
가슴이 두근>_< 여름 이후로 처음이었다.
손을 깍지 끼고 걷고 있었다...!
"장갑 안 가져왔어?"
"...어! 깜빡했어. 들고온다는게..."
거짓말해버렸다.
사실 가방안에 들어있었다.^^;악의 없긴해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라서 미안하긴 하지만...그래도... 손잡고 있는게 너무 좋은걸..>_<
그의 큰 손은 내 손만큼이 차가웠다. 얼음같이 차가운 손을 잡고 있었지만 마음은 따듯해졌다. 추위도 잊을 만큼-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cadorna역이 없었으면하고 바랬지만 어느새 저 앞에 metro 표시가 보였고 우리는 잡았던 손을 살짝 놨다.
"mi sono divertito molto oggi. e tu?"
"anch'io- tantissimo- ^^"
그는 Rovereto 역 근처로 이사갔다고 했다.
밀라노 시내 지도를 보면 내가 사는 동네는 서남 끝이고, 그가 사는 곳은 거의 동북 끝이다.ㅠ_ㅠ
완전 끝에서 끝이지만... 그나마 같은 노선이라 다행이다. 거기다 갈아타기 까지하면 왠지모르게 슬플 것 같다.
정반대 방향이기 때문에 탑승 플랫폼이 갈리는 곳까지 와서 섰다.
두 사람다 머뭇거리면서 한동안 멋쩍게 웃기만 했다.
정말로 헤어지기 싫었다.
마음같아서는 어디까지든 따라가고 싶은데... 왜 하필이면 정반대 방향인걸까...ㅠ_ㅠ
서로 누구도 먼저 간다는 말을 못하고 있었다.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꺼냈다. (진심으로 정말, 진짜, 너어무~ 헤어지기 싫었다...죽을만큼 싫었다)
"ti accompagno..se vuoi."
같이 지하철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그가 웃으면서,
"grazie- sei molto carina"
라고 해줬다. ㅜ_ㅜ 행복해-!
한 3분 정도 뒤에 지하철이 왔다.
이번에는 그 사람을 태워 보내기가 싫었다(대책없음);
지하철이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그는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그 몇 초밖에 안되는 짧은 순간에 나는 내가 이 지하철을 타게 될 것임을 알았다.
결국 rovereto까지 가는구나!
내가 같이 타니까 그가 또 환하게 웃었다.(웃을때마다 후광이..!+_+)
자기도 헤어지기가 싫었던 거다-하고 혼자 나름대로 상상했다.
<지하철 안>
또다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다정하게 기대 앉았다.
지하철은 덜컹거리며 달렸다.
ㅠ_ㅠ 멈추지 말아, 제발...! 이대로 그냥 영원히...!
내 말도안되는 바램은 싹 씹히고 어느새 지하철은 rovereto에 도착했다.
같이 내렸다.
표 찍는 곳 앞에서 마주하고 섰다.
이제는 정말로 인사를 해야할 때다...
말도 못하게 섭섭한 이별이지만... 그래도 오늘 저녁은 너무나도 행복했던 순간들로 가득했다...
"hey don't be sad, okay?"
"I'm fine, really-"
끌어 안았다. 우리만의 인사방식이다-
그는 웃으며 돌아섰다.뒷 모습을 보면서...앞으로 다시 만나게 될 때는 상상했다.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잘가...잘가요... ciao...
돌아서서 반대방향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혼자서 지하철 기다리는 것이 이토록 외롭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는데...
'아...아직도 안 믿어지네... 오늘 드디어 만났던 건데... 정말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와 있었는걸...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 조리면서 기다리던 그 사람을- 손도 잡았고- 키스는 거~의 할 뻔했지만 저번 처럼 아무 일도 없었고...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걸 확실히 알고 싶었는데 그것도 결국 흐지부지 됬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정말로 오랜만에
행복했어...!'
+++++++++++++++++++++++++++++++++++++++++++++++++++++++++++
다시 기약없이 헤어졌다.
그래도 지금은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가 시간만 있다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으니까~! >_<